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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3

민족의 소리를 재현하다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에서 고흥곤 악기장을 주목했다.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로 가야금을 만드는 그는 국악기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인물.

위쪽 뮤지션 하림과 고흥곤 악기장이 발베니 30년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래쪽 장인의 가야금 소리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하림.

하림 대한민국 악기장 하면 단연 고흥곤 악기장님을 먼저 떠올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악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고흥곤 가야금 하나를 만드는 과정은 수백 가지 공정의 연속입니다. 무엇 하나만 잘못되어도 소리가 달라지죠. 가장 중요한 건 재료인데, 그중에서도 울림통이 되는 나무를 잘 고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림 그렇다면 어떤 나무가 울림통으로 가장 적합한가요? 고흥곤 30~50년생 참오동나무입니다. 전국을 돌며 적당한 오동나무를 찾은 뒤 계약하고 나무를 가져와요. 구해온 나무는 알맞은 크기로 잘라 자연 상태에서 눈과 비를 맞히고 햇빛과 바람을 쐬며 5~10년 정도 놔둡니다. 흔히 ‘삭힌다’고 하죠. 얼마나 잘 삭았는지는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나 질감 등으로도 판단하지만, 결국 제 감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삭지 않은 나무로 악기를 만들면 여음이 맑고 길지 않은 데다 탁한 소리가 납니다. 나무가 잘 삭아야 악기를 만들었을 때 투명한 소리를 냅니다.
하림 10여 년을 버텨낸 나무로만 가야금을 제작한다는 말씀이네요. 고흥곤 맞아요. 그렇게 살아남은 나무에 명주실을 연결합니다. 명주실은 직접 꼰 다음 소나무 방망이에 감아 수증기로 찐 뒤 말려서 만들어요.
하림 이 명주실이 좀 특별하다면서요? 고흥곤 줄은 옷 만드는 명주실보다 훨씬 굵은 누에고치 50개분에서 나온 실을 합사한 150중 생사를 사용합니다. 열두 줄 모두 굵기가 다른데 가장 굵은 줄(1현)은 가장 낮은 소리를, 가장 가는 줄(12현)은 가장 높은 소리를 냅니다. 필요한 줄의 굵기에 따라 150중 생사 10올 정도를 몇 가닥씩 꼬아 만들어요.
하림 악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도 궁금합니다. 고흥곤 어릴 때 우리나라 악기 제조 분야의 첫 인간문화재인 김광주 선생님이 옆집에 사셨어요. 그래서 선생님 공방에 자주 놀러 가곤 했습니다. 철없던 시절이라 악기 재료로 쓰는 나무를 훔쳐 썰매를 만들기도 하고,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대패나 톱 등 각종 연장으로 나무에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늘 말썽이었지요. 그렇게 어린 시절 장난이 결국 본업이 되었네요!
하림 처음에는 어떤 기술을 익히셨나요? 고흥곤 맨 처음에는 잔심부름을 하다 대패질, 연장 다루는 법 등 기본기를 익혔어요. 그 과정만 꼬박 2년이 걸렸죠. 하림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풍류가야금을 제작할 수 있는 분은 고흥곤 선생님이 유일합니다. 풍류가야금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던데요. 고흥곤 가야금에는 신라 때부터 전해오는 정악가야금(풍류가야금)과 조선 후기 민요를 연주하기 위해 만든 산조가야금이 있어요. 정악가야금은 오동나무 속을 통째로 파내는 반면, 산조가야금은 나무 앞뒤 면을 붙여 만듭니다. 1975년 정악가야금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뒤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정악가야금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만드는 방법도 전해지지 않았죠. 민요가 아닌 궁중음악도 산조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10여 년간 국내외 고문헌을 연구한 끝에 정악가야금을 완성했습니다.
하림 와, 그럼 이 가야금을 만들어낸 것이 선생님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흥곤 그렇죠. 이 가야금으로 1985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습니다. 1990년에는 악기장 전수 조교가, 1997년 마흔여섯 살에는 악기장 기능 보유자가 되었어요.
하림 대한민국 최고 악기장이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고흥곤 국가와 연주자를 통해 정해진 것이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림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은 필연적이죠. 선생님이 꼭 해야 했고, 지금도 여전히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고흥곤 전 제 악기를 구입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대부분 관람해요. 단순히 연주를 듣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악기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서죠.
하림 정말 대단하십니다. 고흥곤 대단하긴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림 지금까지 선생님의 악기를 구입한 연주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요? 고흥곤 모두 특별합니다. 교수·연주자·인간문화재 등 모두 좋은 연주자고, 전 그들을 어린 시절부터 봐왔거든요. 그들의 인생을 지켜봤고, 지금도 함께하고 있어 더 의미가 깊어요. 여전히 제가 미세한 조율을 해주고 있어 가까이 지내기도 합니다.
하림 사실 지금 위치에서 이 이상 도전이 가능할까 싶은데, 그럼에도 또 도전해야 한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고흥곤 도전까진 아니지만, 이미 더욱 세밀하게 악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성음을 고급스럽게 내기 위함이죠.
하림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 공식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악기장님에게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요? 고흥곤 집중이라고 생각해요. 한길을 걷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거든요. 모든 과정에 집중하고 연구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장인정신이 아닐까요.





고흥곤 장인의 가야금과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30년.
고흥곤 장인의 가야금에 쓰이는 명주실에는 정성의 시간이 깃들어 있다.
고흥곤 장인의 가야금에 쓰이는 명주실에는 정성의 시간이 깃들어 있다.


*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주식회사

 

에디터 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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