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가들의 목소리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SPECIAL
  • 2019-05-31

현대 미술가들의 목소리

10년 단위로 변화해온 환경예술 연대기. 한눈에 쉽게 정리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긴 훈데르트바서의 ‘460 Hommage au Tachisme’(1961).

해마다 세계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는다. 지난봄 미국에선 눈폭풍이 몰아쳤고, 한국은 올여름에도 지난해와 맞먹는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된다. 전 세계 여기저기서 이 같은 재앙이 발생하는 건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Gaia Theory)’에 의하면 인간의 무차별적 환경 파괴에 ‘병든 지구’가 반격을 시작한 셈. 하지만 최근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한데 현대미술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1960년대
사실 미술계에서 환경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60년대 현대 환경 운동 활성화와 함께 1970년대 전후 미술계에서 환경문제를 다루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1962년 미국의 해양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제초제로 사용한 유독 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 침묵의 봄(Silent Spring) >을 출판했고, 이것이 큰 반향을 일으켜 유럽과 미국 작가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1960년대 환경예술가 중 현대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 운동가였던 그는 자연에서 창조의 힘을 발견했으며 예술을 통해 지상낙원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감 대부분을 직접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론 흙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고 껌 종이, 전단, 담배꽁초 등을 작품에 이용하기도 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한 그의 많은 회화 작품은 초기 환경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고, 특히 ‘460 Hommage au Tachisme’ 같은 작품은 호평을 받았다.





크리스토 자바체프와 잔 클로드 부부의 ‘Valley Curtain Project’(1970~1972) 설치 전경.

1960년대 후반~1970년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이르러선 미술계에서 자연환경을 주제로 하는 ‘대지 미술(Land Art)’이 부각됐다. 자연의 표면이나 내부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해 자연경관 속에 작품을 만드는 이 장르는 영국과 독일, 미국 등에서 성행했다. 이는 반문명적 문화 현상과 더불어 ‘물질’로서의 예술에 저항하며 자연과의 유대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특징이다. 하지만 여기엔 모순도 있다. 그 작품들이 전적으로 환경 친화적으로 전개된 게 아니었기 때문. 예를 들어 막대한 자본과 기술, 작가의 기업가적 수완을 병행해 진행했던 미국 작가들의 활동, 즉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와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 크리스토 자바체프(Christo Javacheff)와 잔 클로드(Jeanne Claude) 부부 등의 작업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많다.





앨런 손피스트의 ‘Time Landscape’(1978~).

1970년대 후반
대지 미술이 사회적으로 지탄과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휘청거릴 때 등장한 게 ‘생태 미술(Ecological Art)’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전개한 이 미술 경향은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적·물리적·화학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 설치나 퍼포먼스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대표적 작가는 미국의 앨런 손피스트(Alan Sonfist). ‘자연 현상이 곧 예술 작품’이라고 주장해온 그는 1978년 뉴욕의 라구아르디아 광장 한쪽에 ‘Time Landscape’라는 조소를 제작했다. 이는 일반적 조소와 달리 몇 세기 전 깊은 숲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관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도시가 생성되기 이전의 생생함을 보여주기 위해 각 분야의 학자에게 도움을 받아 변천 과정을 추적해 옛 모습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생태 미술의 범주로 볼 수 있지만, 땅에 직접 나무를 심었다는 점에서 대지 예술의 연장으로도 볼 수 있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는 데이비드 내시의 ‘Sculpture-Multi Cut Column’(1999).

1980년대~1990년대
1980년대에 이르러선 기후 조건과 풍토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재구성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영국의 앤디 골즈워디(Andy Goldsworthy)는 주로 낙엽과 자갈, 얼음, 눈 같은 자연의 재료로 조각을 만들어 자연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또 독일의 한스 하케는(Hans Haacke)는 원래 정치 예술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사회적 관심의 범주를 넓혀 물과 물고기, 풀 등으로 환경오염을 다룬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1990년대에는 미술을 사회 개선책의 한 방편으로 보고 첨단 사회의 부산물인 환경오염 물질이 자연에 끼친 해악을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작품이 발표됐다. 헬렌 해리슨(Helen Harrison)과 뉴턴 해리슨(Newton Harrison) 부부가 회화와 조각 작품을 많이 제작했고, 한국에서도 몇 차례 개인전을 연 영국 조각가 데이비드 내시(David Nash)도 등장했다. 특히 자연에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와 야생에서 발견한 나무에 정교한 형태를 부여한 데이비드 내시의 ‘Untitled’(1996), ‘Sculpture-Multi Cut Column’(1999) 같은 작품은 영국의 젊은 자연 지향적 작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프랭크 스텔라가 포스코빌딩 앞에 설치한 ‘Amabel’(1997).

1990년대 후반~2000년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들어 환경예술은 점점 ‘사회적 기능’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대표적 사례를 서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강남구 포스코빌딩 앞에 설치한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대형 조형 작품 ‘Amabel’. 비행기 잔해를 활용해 제작한 높이 9m, 무게 30t에 달하는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흉물스럽기 그지없어, 1997년 설치 당시에도 철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 작품을 실패작이라고 보는 이들은 이것이 혐오감을 준다고 주장하고,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급진적 산업사회를 달려온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상징, 산업화에 대한 역설적 비판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자연을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삼은 환경예술 작품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왔다. 이 분야의 작가들은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로운 활동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과 예술의 결합은 늘 흥미롭지만, 이는 우리에게 직면한 환경오염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씁쓸하기도 하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영균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