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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왕좌의 게임

자동차 좀 타봤다 하는 선수 세 명이 E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네 대를 타고 진행한 비교 시승의 기록.

한국에서 E 세그먼트는 철옹성이다. 수입 자동차 마켓에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 판매량 1위를 수성한 견고하고 단단한 벽이다. 크고 고급스러우며, 여러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E 세그먼트는 상수이자 성공의 상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BMW 5시리즈, 제네시스 G80까지 E 세그먼트를 주도하는 차량 네 대를 모았다. 모두 판매 순위 상위를 다투는 모델이자 기존 질서를 흔들 도전자로 평가받는 차량이다. 이 관심 높은 차량은 어떤 세그먼트보다 관련 정보나 리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선택하기가 어렵다. 사실 지금 출시하는 차량은 도토리 키 재기일지 모른다. 특히 같은 세그먼트에 비슷한 가격이라면 디테일의 작은 차이나 캐릭터의 다름 정도가 전부일 거다. 그래서 이번 칼럼을 준비했다. 온종일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을 달렸고 한 곳에 모아 디자인과 내장재, 엔진 성능까지 꼼꼼히 비교했다. 우리가 나눈 대화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길 바란다. 아주 미세한 포인트에서 단서를 얻고 E 세그먼트 차량 중 자신과 제일 궁합이 좋은 모델을 선택하길.


테스터 3인
조재국 <노블레스 맨>에서 오토 담당 에디터로 재직 중이다.
류민 자동차 칼럼니스트. 수동과 자동,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를 사랑하는 오토 마니아.
김선관 <모터트렌드> 에디터. 자동차에 관한 모든 역사와 신기술을 사랑하는 자동차 덕후.





AUDI A6 50 TDI Quattro
중량 1980kg
구동 풀타임 사륜구동
변속기 자동 8단





BMW 523d Sports Package
중량 1940kg
구동 후륜구동
변속기 토크컨버터 8단





GENESIS G80 2.2d AWD
중량 1825kg
구동 풀타임 사륜구동
변속기 자동 8단





MERCEDES – BENZ E 220d 4 Matic AMG
중량 1900kg
구동 풀타임 사륜구동
변속기 자동 9단





DESIGN

네 대를 모아놓고 보니 장단점이 확실히 보이네요. 디자인부터 이야기할까요?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4매틱 AMG’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사상 최악의 부분 변경이 아닐까? 다른 최신 모델은 외모에 맞춰 앞뒤 램프를 바꿨는데 그대로인 것이 실망이야. E-클래스와 AMG 라인, 이 조합의 시너지가 나지 않은 데에는 동의해요. 차량 크기도 동급에 비해 작아 보이고. 특히 작은 그릴이 답답하더라고요. 다른 세대 E-클래스는 외관 테두리 선과 각이 명확한데 10세대 부분 변경 모델은 곡선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밋밋해 보여요. 그래도 뒷모습은 예뻐요. 테일램프 윗변이 넓어지면서 엉덩이가 많이 올라갔어요. 스포티하고 젊어졌죠. 난 그 부분이 아쉬워. 이전 모델까지 E-클래스 테일램프는 매우 고급스러웠는데, 이번 모델은 평범해진 것 같아. 그래도 19인치 AMG 휠은 정말 멋있어요. 이런 디테일이 메르세데스의 강점 같아요.
전 외관만 보면 ‘아우디 A6 50 TDI 콰트로’가 제일 좋았어요. 간결하면서도 명징한 선, 날카로운 에지 부분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워요.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고. 그런 디테일의 오리지널이 아우디거든. 요새 타 브랜드가 아우디 고유의 디자인 요소를 많이 따라해 익숙해 보일 거야. 그래도 진짜는 확연히 다르거든. 음영을 또렷하게 남기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 같은 건 월등하지. 그릴만 보면 네 대 중 가장 눈에 띄어요. 라디에이터 그릴이 커다란데, 도톰한 테두리를 둘러 부담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워요. 헤드램프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아우디가 추구하는 첨단 이미지도 잘 챙겼고요. 은은하게 느껴지는 디자인이지, 이런 느낌을 주는 차는 흔하지 않은 듯해.
‘BMW 523d 스포츠 패키지’는 큰 단점이나 약점이 안 보여요. 균형이 잘 잡히고, 차량의 캐릭터도 잘 표현했고. 그런데 보닛이나 사이드, 후면까지 돋은 근육은 좀 부담스럽다고 할까요. 요즘 BMW 디자인은 과도기 같아. 새로 도입한 세로형 그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자동차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보수적 요소에 대한 말이야. 예전에 BMW는 이런 고민을 I 시리즈를 통해 풀어낸 적이 있거든. 이것을 BMW다운 스포티하고 견고한 이미지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관건인 것 같아. 전 세대랑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인상이 조금 변했어요. 더 세련되고 다부지게 생겼다고 할까. 디자인적 기교를 절제하고 소소한 변화를 줬는데, 자연스러워요. 입체적이고 날렵한 헤드램프와 사이즈를 키우면서 존재감이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 덕분에 전면이 더 강렬해졌어요. 지금 5시리즈 디자인은 흠잡을 데 없지만 조금 지루하지. 뭔가 모델을 대표하는 한 방이 아쉬워.
‘제네시스 G80 2.2d AWD’는 어때요? 디자인을 가장 개선한 차라고 생각되는데. 이전 세대까지가 ‘한국 차가 이만하면 됐다’였다면 3세대부터는 수입 자동차 브랜드와 겨룰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것 같아요. 아우디 A6가 차체에 주로 직선을 사용했다면, G80은 유려하게 휘어지는 곡선을 사용해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챙겼어요. 개인적으로는 두 줄로 연결한 헤드램프와 측면 램프, 테일램프가 인상적이에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챙기고 캐릭터도 만들고. 안팎 모두 세련되고 매력적이지. 게다가 독창적이기까지 해. 소비자들이 독일 3사 모델과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를 증명하는 거 아닐까? 램프 이야기도 있지만 그릴도 말하고 싶은데요. 스케일이 느껴지면서도 과하지 않은, 프리미엄 세단에 어울리는 밸런스를 잘 찾았어요. 그런데 디테일이 아쉬워요. 전면 센서 같은 경우 제네시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방패 그릴 한가운데에 위치해 분위기를 깬다고 할까요. 벤츠나 BMW, 아우디가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능을 녹여내는 걸 보면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철판의 표면 품질도 좀 아쉬워. 독일 경쟁 차는 물론 1세대 제네시스(BH)보다 못한 것 같아. 프리미엄 모델이라기엔 다소 엉성하지. 한 발 떨어져 뒷문이나 펜더의 리플렉션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될 정도야.





MERCEDES – BENZ E 220d 4 Matic AMG
AUDI A6 50 TDI Quattro
GENESIS G80 2.2d AWD
BMW 523d Sports Package





COMFORT FEATURES

E 세그먼트, 이 중에서도 고급 세단 네 대를 모았어요. 당연히 프리미엄에 대한 부분과 옵션, 내부 인테리어도 중요한 차종인데, 다들 어떠셨나요? 제네시스 G80 2.2d AWD부터 이야기해보자. 편의 사양에 대해선 할 말이 가장 적은 차지. 네 대 중에서는 물론 경쟁 차종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화려해. 실내 마감도 훌륭한 편이고. 저도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해요. 수입 브랜드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다가도 G80 실내를 경험하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는 말이 이해가 돼요. 네 대 중 가장 고급스러워요. E 세그먼트를 택하는 소비층이 40~50대 오피니언 리더인 것을 감안하면 탁월한 구성이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선 이탈 방지, 차선 유지, 우측방 추돌 방지 등 탑재 기술만 보면 G80이 최고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죠. 문을 열면 시트가 뒤로 밀리면서 운전자를 반기고, 문은 대충 닫으면 알아서 닫아주기도 하고요. 운전자가 대우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이런 감성 부분도 잘 충족했어요. 품질이 좋아졌다고 생각되는 것이, 실내가 여러 레이어로 구성돼 있음에도 단차를 전혀 찾을 수 없어요. 마무리도 꼼꼼하고 컬러 배색이나 재질의 통일성 같은 세심한 부분도 챙겼어요.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있어. 실내 직간접 조명을 조금 더 과감하게 쓰고 센터 터널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면 어땠을까? 변속 다이얼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부가 쓸데없이 크기도 하고. 전 변속 다이얼이나 스티어링 휠이 제네시스 G라인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갖고 노는 재미도 있고 계기반도 잘 보이고요. 디자인과 기능을 잘 잡은 고민의 흔적이 보여서 좋았어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G80을 타면서 ‘현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해요.
BMW 523d 스포츠 패키지는 시트에 앉아봐야 이 차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 권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레이아웃이지만 운전석에 앉아 직접 만지고 사용해보면 질감이 뛰어나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 타자마자 ‘BMW스럽다’라고 생각되는 것이,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했어요. 공조기나 주행 모드 설정, 변속기 레버, 엔터테인먼트 구동까지 동선이 굉장히 효율적이거든요. 수천 번은 시뮬레이션해봤을 것 같은 세팅이에요. 소재와 꾸밈새, 조합 어느 하나 놓치는 것이 없어요. 가죽과 우드 장식, 무광 크롬 소재가 한데 뒤섞여 있는데도 어색하거나 이질적인 부분이 없어요. 다만 요새 출시하는 차량에 비해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은 게 아쉬워요. 흠잡을 곳 없이 잘 완성한 실내라고 생각해. 그런데 내부 분위기가 조금 무겁긴 하지. 이건 취향의 차이일 것 같아.
아우디 A6 50 TDI 콰트로는 과하지 않아 좋았어요. 프리미엄 세단 특유의 포멀하고 올드한 느낌이 없다고 할까. BMW 5시리즈가 스포티하다면 A6는 심플하고 우아해요. 폭스바겐 그룹에서 위아래 모델, 그리고 형제 브랜드 눈치를 보지 않는 유일한 모델이 A6거든. 그만큼 고급스럽고 화려해. 다만 차선 유지 시스템 세팅이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위치가 아쉬워. 비효율적이라고 할까. 손이 가면서도 어색해. 저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방향지시등을 넣고 차선을 변경해도 운전대가 강력하게 거부하는 경우가 있고, 주행 중 내비게이션 화면 보기도 불편했거든요. 그리고 터치스크린 조작이 다소 껄끄럽다고 할까요. 화면의 아이콘을 물리적 반응이 있을 때까지 눌러야 하는데 이게 좀 아쉬웠어요. 전 터치와 물리력이 섞인 타입이라 오히려 좋았어요. 운전을 하다 보면 터치가 됐는지 안 됐는지 일일이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잖아요. 그럴 때 누르는 감촉을 전달하니 확실하고 안전한 것 같아요.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4매틱 AMG 이야기를 해볼까? 확실히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벤츠 같아. 고급스러움의 기준을 바꾸고 있거든. 좋은 가죽이나 비싼 우드 트림 대신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화려한 조명으로 소비자에게 어필 중이지. 그리고 MBUX(사용자 경험, Mercedes-Benz User Experience) 같은 새로운 경험 요소도 추가하고 있고.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해. E-클래스는 명실상부 최고 중형 세단이니까요. 지금도 E-클래스 실내처럼 멋스러운 중형 세단은 없다고 생각해요. 벤츠는 플라스틱도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E-클래스는 원가 절감 흔적이 곳곳에 보여 아쉬워요. 대표적인 것이 램프와 무선 애플카플레이 지원의 부재인데, 특히 램프는 C-클래스에 들어간 LED 하이퍼포먼스 헤드램프보다 못한 것 같아요. 분명 플라스틱 소재 사용도 눈에 띄게 늘었고 동급 대비 크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없어요. 그럼에도 전반적 마감은 뛰어나죠. 주행 보조 장치 완성도는 동급 최고 수준이고 기본 오디오 시스템 사운드도 괜찮은 편이에요.





AUDI A6 50 TDI Quattro
MERCEDES – BENZ E 220d 4 Matic AMG





DRIVING

주행 성능을 이야기해볼까요? 이 부분에서 네 대의 캐릭터가 가장 크게 갈리는 것 같아요. 먼저 아우디 A6 50 TDI 콰트로. V6 디젤엔진을 탑재해 오늘 시승한 차량 중 힘이 가장 좋았어요. 2톤 가까이 되는 차량 무게(1980kg)를 생각하면 반응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 운전하는 맛은 확실히 밋밋한 것 같아요. 운전 재미가 덜하다는 데 동의해요. E-클래스의 경쾌한 움직임이나 5시리즈의 쫀쫀한 맛이 없어요. 그런데 스트레스 없이 탈 수 있는 차량 같아요. 소비자가 E 세그먼트에 원하는 부분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적절한 성능이 아닐까요? V6 3.0리터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들어간 엔진인데 나머지 차량이 탑재한 독일산 4기통 디젤엔진과 별 차이가 없어. 가속이 확실히 빠르긴 하지만 터보 지체 현상이 뚜렷하고 가속페달 반응도 영 시원찮아. 이전 세대 A6 3.0 TDI 가속은 이보다 더 선형적이고 화끈한 걸로 기억하는데, 아쉬워. 그래도 차량 무게나 기민한 서스펜션을 생각하면 코너에서의 몸놀림은 괜찮았어요. 쏠림도 잘 잡아주고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지면 데미지를 최소화로 전달해 승차감은 좋았던 것 같아요.
BMW 523d 스포츠 패키지의 주행에 대해선 다들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일단 전 네 대 중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뒷바퀴 굴림 전용 플랫폼 CLAR는 일품이에요. 무게중심이 낮고 노면 감각도 살아 있어요. 엔진 위치도 인상적인데, 엔진을 차축 뒤편 아래에 배치해 안정감이 느껴져요. 굉장히 BMW답다고 할까요. 밟는 대로 나가고 그리는 대로 움직이고. 네 대 중 주행 성능으로만 따지면 압도적으로 좋았어요. 섀시가 가장 인상적인데, 급격히 방향을 틀어도 차량의 중심을 잡아주는 능력에 감탄했어요. 가속도 발군이고요. 엔진의 회전 질감은 물론 출력이나 핸들링, 승차감 모두 최고 수준 같아. 아마 2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 중에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일지도. 특히 서스펜션의 반응이 좋은데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 그것도 기계식 서스펜션을 장착한 모델의 완성도를 이렇게까지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야. 주행 질감이 정말 매끄러웠어요. 다소 딱딱한 M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가 있는데도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했거든요. E-클래스만큼 민첩한 조향은 아니지만 절대 느슨하지 않고 끈끈한 접지력도 돋보이고. 조금 의문인 건, 이런 성능을 지닌 차량에 왜 패들 시프트가 빠졌을까 하는 거예요. 그것도 M 스포츠인데.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4매틱 AMG의 주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전의 주행 감각과 현재가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과거 벤츠 E-클래스는 승차감이 푸근하고 묵직한 움직임이 돋보였다면 지금은 또렷하고 경쾌해졌어요. 여성 고객이 늘어나기 때문일 거라 예상하는 데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론 아쉬워요. 운전대도 가볍고. 아무래도 E 세그먼트를 장기 집권하는 차라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특별한 능력이나 단점을 찾기보다는 주행하면서 점점 차를 신뢰하게 되는 느낌? 그게 E-클래스의 특징 같아. 그렇게 좋은 점도, 모난 점도 없는 주행. 딱 독일산 2리터 4기통 디젤다운 성능이랄까? 회전 한계도 4500rpm으로 평균 수준이거든. 다른 최신 독일 디젤엔진과 마찬가지로 가솔린 못지않게 조용해. 공회전 시 내・외부 소음도 평균 수준이고. 저는 실내 소음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어요. 19인치 휠을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큰 느낌이고. 차라리 18인치를 끼우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큰 요철을 세게 밟았을 때 차체 앞쪽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건 불만이었어.
제네시스 G80 2.2d AWD의 주행에 대해 말해볼까요. 디자인이나 시스템 같은 부분에서는 캐릭터를 챙겼어요. 그럼 주행이 남았는데, G80만의 스타일을 정립했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개인적 평을 하자면 ‘동급 수입 차량에 비해 부족함은 없다. 다만 G80만의 주행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도? 주행, 제동, 승차감 모두 나쁘지 않지만 캐릭터가 안 보여요. 제네시스의 숙제인 것 같아요. 만약 G80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솔린 모델을 추천하고 싶어. 성능과 회전 질감이 아쉽고 소음까지 커. 가속할 때는 터보차저 회전 소리와 함께 고주파 소음이 들리는데 그것도 거슬리고. 프리미엄 세단이라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지. 서스펜션과 푹신한 시트가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어내요. 세련되고 편안한 느낌. 다만 주행 특징이 크게 도드라지지는 않아요. 차마다 브랜드의 컬러, 주행 감각, 승차감 같은 게 다른데, 이 부분이 모호해요. 그냥 좋은 차를 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플랫폼 자체의 무게중심이 낮아 승차감이나 안정성이 좋은 것 같아요. 차량을 신뢰할 수 있는 느낌. 단단함, 그런 게 느껴지거든요. 주행 질감도 기름지고. 다음 세대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랄까. 조금 아쉬운 건 서스펜션 용량이 작은 느낌을 주는 건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지만 큰 충격은 소화하지 못하거든. 현대차 고유의 서스펜션 특성이 그대로 남았어.





BMW
GENESIS
AUDI
MERCEDES – BENZ

BMW
• I4 2.0리터 싱글 터보 디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배기량 1995cc
연비 자동 15.6 km/L
최대출력 190hp
최대토크 40.8kg・m

GENESIS
• I4 2.2리터 디젤엔진
배기량 2151cc
연비 자동 14.6 km/L(2등급)
최대출력 210hp
최대토크 45.0kg・m

AUDI
• V6 3.0리터 TDI 디젤엔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배기량 2967cc
연비 자동 12.5 km/L
최대출력 231hp
최대토크 50.9kg・m

MERCEDES – BENZ
• I4 2.0리터 싱글 터보 디젤
배기량 1950cc
연비 자동 13.2 km/L
최대출력 194hp
최대토크 40.8kg・m



VALUE

디자인과 프리미엄(시스템과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주행까지 다뤘는데, 이를 토대로 차량의 가치에 대해 말해보면 어떨까요? 이 차는 살 만하다, 아니다. 먼저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4매틱 AMG. 사실 E 세그먼트를 상징하는 모델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굉장히 준수했어요. 각 파트의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면 1위는 어려울 듯하지만 하위도 아닐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여전히 브랜드의 밸류를 고려한다면 살 만하다, 그런데 특별한 경험을 하긴 어렵다. 이 정도로 정리할게요. 벤츠는 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였는데 언제부턴가 마케팅을 잘하는 브랜드가 됐어. 잘 팔릴 만한 차를 딱 적당한 가격과 구성으로 제공하거든. AMG 일부 모델과 앞으로 출시할 EQC에 모든 걸 쏟아붓고, 기존 일반 차종에선 가성비를 내세우는 모양새야. 벤츠 코리아의 구성도 치밀하거든. 그러니까 이번 E-클래스는 결국 살 만한 차라는 이야기야.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으로 채웠으니까. 벤츠의 이런 기조는 아마 몇 년 동안은 계속될 거야. 그런데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프리미엄 브랜드는 판매 이후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거든. 내연기관 베이스의 중추 승용 모델, 즉 C・E・S-클래스의 가치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EQ 시리즈에게 바통을 넘겨줄 수 있을지 궁금하네. E-클래스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 중에는 경쟁자가 없죠. 특히 여성 고객이 늘어나면서 판매량이 증가했고요. 주행은 실망스러웠지만 삼각별 벤츠 마크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아요. 성공의 증표고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이렇게 오래 유지하니까. 당분간 인기가 계속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벤츠의 위상이나 고급스러움은 예전만 못해요.
다음은 아우디 A6 50 TDI 콰트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저는 만약 한 대를 산다면 이 차를 고를 것 같아요. 주행은 다소 아쉽지만 프로모션 조건도 좋고 가장 밸런스가 잘 잡혔다고 할까요. E 세그먼트는 주행이나 디자인, 감성 어떤 한 가지만으로 타는 차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선 괜찮은 선택이죠. 디자인이나 마무리, 성능, 효율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차라고 생각해. 구매 조건도 좋다고 들었는데 사기 좋은 타이밍이 아닐까? 문제는 요 몇 년 사이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라고 봐. 한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선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거든.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는 당장 판매보다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더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지. 할인 폭이 커요. 신차 가격이 내리니 덩달아 중고차 가격도 무너지고 있고.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반응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아우디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전보다 약해진 데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독일 중형 세단을 탈 수 있다는 건 장점일 수 있죠. 그러니까 오랜 시간 소유할 거라면 추천, 그렇지 않고 차를 자주 바꾼다면 고려.
BMW 523d 스포츠 패키지는 어땠어? 다들 내리면서 감탄하던데. 정말 탈수록 평가절하된 차 같아요. 예전에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이미지가 손상됐지만, 성능은 좋거든요. 주행, 조합, 짜임새 등을 보면 최고 프리미엄 세단으로 평가받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과거엔 스포츠라는 달리기 영역에만 치중했는데, 지금은 프리미엄 요소도 살뜰히 챙겼고요. 제가 만약 E 세그먼트에서 한 대를 고른다면 5시리즈가 될 것 같아요. 차량의 캐릭터나 달리기 성능, 제어 능력, 고급스러움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죠. 운전의 즐거움도 비교 불가 수준이고. BMW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E 세그먼트에서 다른 차를 고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주행에선 압도적이죠. 명불허전이지. 5시리즈는 한국 수입차 시장을 장악했던 차량이고, 지금도 1~2위를 다투는 모델이니까. 운전 감각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5시리즈 외에는 답이 없어.
다음은 이 질문에서 가장 궁금한 제네시스 G80 2.2d AWD예요. 먼저 이야기하자면 탈 만하다, 가장 합리적이다, 마크를 떼고 품질이나 사양을 놓고 보면 안 살 이유가 없다. 이게 제 평가예요. E 세그먼트에서 가성비로만 따지면 G80만 한 차가 있을까? 아우디 A7 풀 옵션이나 벤츠 CLS 풀 옵션과 비슷한 디자인과 구성을 A6와 E-클래스 기본형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G80을 사면 돼. 그런데 프리미엄 시장, 특히 E 세그먼트부터는 가성비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게 딜레마지. 네 대 중 프리미엄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G80이 1위였어요. 넉넉한 크기, 그리고 대형 세단에서나 봄직한 옵션은 칭찬할 만하죠. 국내 도로와 주행 환경에 특화된 기능도 많아요. 증강현실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터널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닫히는 창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중 과속 카메라 발견 시 제한속도에 맞춰지는 것 등. 다만 걸리는 부분은 벤츠나 BMW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건데, 이 부분의 극복 여부가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관건이 아닐까 해요.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기성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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