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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5

록다운이 만들어 낸 새로운 무대

코로나19가 짙게 만든 베를린 아트신의 어둠을 지워내고 있는 더 페어리스트, 크림케이크 그리고 쾨닉 디지털

작년 겨울부터 이어진 하드 록다운으로 베를린 아트 신은 거의 마비 상태다. 매주 수백 개의 전시 오프닝이 열리던 베를린이 이렇게 조용한 적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했던가.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은 좁아진 틈에서 분투하며 록다운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세대와 유스 컬처, 여성과 퀴어, 디지털 미술품과 NFT 옥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유의 영역을 개척하는 플랫폼의 약진이 인상적. 더 페어리스트부터 크림케이크 그리고 쾨닉 디지털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더 페어리스트가 개최한 [Teaser01]전 전경.





[Teaser01]전에서 마리아나 짐네트(Marianna Simnett)가 선보인 ‘Covering (Bloodstock)’ (2020).





[Teaser01]전 참여 작가 가브리엘라 과르니소(Gabriela Guarnizo)의 ‘La Frontera’(2020).

더 페어리스트(The Fairest)
더 페어리스트는 잠룽 보로스의 협력 디렉터 엘레오노라 주터(Eleonora Sutter)와 독립 큐레이터 게오르기 포페(Georgie Pope)가 지난 3월 공개한 온・오프라인 혼합형 플랫폼이다. 미술 시장의 높은 문턱과 낡은 구조에 대항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로, 갤러리의 명망과 장르의 상업성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미술 시장에서 비껴간 작가에게 새로운 형식의 아트 페어 무대를 제공한다. 매년 개최하는 메인 페어(Main Fair)와 두 달에 한 번 공개하는 티저(Teaser)라는 이름의 전시가 바로 이들이 제안하는 구조. 특히 메인 페어에 속한 작가군 일부를 보여주는 티저 전시는 베를린의 프로젝트 스페이스와 협력해 오프라인에서 관람객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지난 3월 21일부터 26일까지는 아트 스페이스 블레이크 & 바르가스(Blake & Vargas)와 협업해 첫 번째 티저 전시 [Teaser01]을 선보였다. 컬렉티브 아파라투스 22(Apparatus 22), 율리안-야코프 크너(Julian-Jakob Knner), 카타리나 룸(Katharina Ruhm) 등 개성 강한 17명의 작가와 그룹이 LGBTQ(성 소수자), 이민자, 성 노동자, 동질성 등 예리한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더 페어리스트가 준비하는 메인 페어에 관한 단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플랫폼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우리는 소수의 목소리와 비이성적・비규범적 컨셉의 가치를 추구할 것이다”라는 이들의 말은 베를린 미술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모든 라인업을 공개한다고 하니, 록다운이 지나간 베를린 아트 신의 가까운 미래가 궁금하다면 팔로우해보자. @the_fairest_





지난해 10월 크림케이크가 그로서 바세르슈파이허 (Großer Wasserspeicher)에서 개최한 [Echo Chamber]전 전경.
Courtesy of Creamcake, Berlin. Photo by Ink Agop

크림케이크(Creamcake)
새로운 세대의 여성과 페미니즘, 성 정체성, 디지털 문화와 기술을 키워드로 크림케이크는 2011년부터 베를린 클럽 신과 아트 신을 종횡무진 오가며 활동을 이어왔다. 작가, 큐레이터, DJ 등으로 활동하는 다니엘라 자이츠(Daniela Seitz)와 안야 바이글(Anja Weigl)이 함께 설립한 커뮤니티-레이블 기반의 플랫폼. 초기에는 주로 베를린 클럽 신에서 파티를 기획했으나 점차 비주얼 아트와 패션, 음악, 페스티벌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다. 특정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음악부터 퍼포먼스, 필름 스크리닝, 라이브 콘서트, 강연까지 콘텐츠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 장르의 다양성을 통해 사회, 문화, 정치의 패권적 구조 곳곳에 균열을 내며 그늘에 가려진 목소리를 유입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하드 록다운의 제약에도 계속된다. 3월 15일부터 5월 2일까지 베를린의 쾨르너파르크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Symbiotic Agencies]는 기후와 생태계 위기, 팬데믹 시대에 예술과 기술, 자연과 인간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관계에 주목했다. 이예인, 티무어 지킨(Timur Si-Qin), 퀴어생태연구소(The Institute of Queer Ecology) 등 8명(팀)의 작가가 새로운 종과 인간의 미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을 각각 비디오, 조각, 설치 같은 시각예술 장르로 표현해냈다. “글로벌 커뮤니티로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건강보험 시스템, 경제적 불균등, 인종차별, 성폭력과 성차별 등 당장 의논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하는 크림케이크는 록다운 이후에도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creamcakeberlin





쾨닉 갤러리의 NFT 옥션 출품작인 존 유이(John Yuyi)의 ‘Yuyi on Discs’(2020).





케이켄(Keiken)과 라이언 보티어(Ryan Vautier)의 [The Artist is Online]전 출품작 ‘We are at the End of Something’ (2020).

쾨닉 디지털(König Digital)
최근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미술품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고유성을 부여한 디지털 작품으로 연일 엄청난 거래액을 경신 중이다. 침체된 베를린 아트 신도 NFT 미술품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베를린의 쾨닉 갤러리(König Galerie)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NFT 옥션이 대표적 예시다. 3월 26일부터 31일까지 NFT 마켓 플레이스 오픈시(OpenSea)에서 진행한 경매에는 디지털 아트를 선도하는 마누엘 로스너(Manuel Rossner), 반츠 & 보빙켈(Banz & Bowinkel),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을 포함한 작가 22명이 참여했다. 경매에 오른 디지털 작품 29점은 최소 0.5에서 최대 2이더리움(800~3200달러)에 판매됐는데, 이는 상업 갤러리가 NFT 미술품과 그 현상에 직접 반응한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쾨닉 갤러리는 팬데믹 초입부터 쾨닉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 기반 전시와 관람 방식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특히 3월 21일부터 4월 21일까지 가상 세계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서 진행한 [The Artist is Online]전은 메타버스(metaverse) 공간에 처음 진출한 전시로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는 가장 전통적 장르인 회화와 조각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회화라는 매체를 가상현실에서 어떤 형식으로 수용 가능한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미래 조각의 재료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등 록다운 이후 본격적으로 맞이할 디지털 미술로의 전환과 수용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koeniggalerie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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