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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30

눈을 뗄 수 없는 사진의 마력

RAY 포토 트리엔날레는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나은 질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MMK 전시 풍경. ⓒ Axel Schneider

올해 4회째를 맞이한 프랑크푸르트/라인마인 지역의 현대사진·미디어 축제, ‘RAY 포토 트리엔날레(RAY 2021 Fotografieprojekte Frankfurt/RheinMain)’가 9월 12일까지 열린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이데올로기(ideologien)’. 큐레이터 7명이 공동 기획해 2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9개 도시의 미술 기관 열한 곳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세계화’의 위대한 약속은 점점 회의론에 잠식되고 있다. 기후변화, 거대 기술 산업에 의존하는 사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양극화를 심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커뮤니티는 타격을 입었고, 개인과 국가가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써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뒤에 숨은 것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올해 RAY 포토 트리엔날레가 던지는 질문이다. 신념과 가치는 말과 글, 이미지를 통해 전파된다. 특히 이미지는 정체성, 공동체,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세계관의 변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수사학적 기능을 지닌다. 이미지 매체로서 사진은 19세기와 20세기 초 서구의 제국주의와 산업화, 식민지화의 기원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 때문에 오리엔탈리즘과 인종주의에 스며든 잔향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무의식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표현 방식의 베일을 걷어내는 게 이번 행사의 궁극적 목표다.
미술 기관 열한 곳에서 열리는 세부 전시에선 이데올로기에 대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중 프랑크푸르트 서북쪽 에슈보른에서 열리는 도이체 뵈르제 포토 파운데이션(Deutsche Börse Photography Foundation)의 전시는 강인한 통제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집중 조명한다. 헝가리 작가 마테 버르터(Máté Bartha)는 어린이와 청소년 군사 여름 캠프를 소재로 한 사진 연작 ‘Kontakt’를 선보였다. 네덜란드 작가 에도 하르트만(Eddo Hartmann)은 ‘Setting the Stage’ 프로젝트를 통해 독재 정권의 창조 신화 무대 역할을 한 황량한 대도시의 풍광을 담아냈다. 이탈리아 작가 살바토레 비탈레(Salvatore Vitale)의 출판물 는 평화로움이 연상되는 국가 스위스의 숨은 이면을 파헤친다. 작가는 광범위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도로 군사화된 국가에 자신을 대입하고 이것을 IT 인프라, 테러 이슈와 매핑했다.
포토그라피 포룸 프랑크푸르트(Fotografie Forum Frankfurt)에선 이데올로기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전시를 열었다. 영국 작가 아킨보드 아킨비이(Akinbode Akinbiyi)의 독특한 미학이 담긴 사진 작품과 할머니의 일기를 통해 가정사의 침묵을 개념적으로 풀어낸 독일 작가 요하나 딜(Johanna Diehl)의 ‘A Quiet Day’를 만날 수 있다.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정치적·문화적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국 작가 치아나 메스트리치(Qiana Mestrich)의 프로젝트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머리카락, 식물 또는 동물의 뼈와 같은 재료를 별자리와 연계해 이름의 기원을 연구한 ‘Namesake’를 선보인 것.





마테 버르터의 ‘Kontakt I’(2018). ⓒ Máté Bartha





도이체 뵈르제 포토 파운데이션 전시 풍경. ⓒ Robert Schittko





에도 하르트만의 ‘Trolley Bus, Somun Street, Pyongyang’ (2014~2017). ⓒ Eddo Hartmann





치아나 메스트리치의 ‘Hoja Seca(After Flor Garduño)’ (2019).
Courtesy of sepiaEYE Gallery, NY ⓒ Qiana Mestrich

프랑크푸르트 마인강을 목전에 둔 응용예술박물관(Museum Angewandte Kunst)에 전시된 사진과 영상 작품으로 역사적 학대를 다룬 아프리카의 미디어 이미지를 살펴볼 수도 있다. 나이지리아 작가 야가지 에메지(Yagazie Emezi)는 연작 ‘The Beauties of West Point’를 통해 서유럽권 미디어가 표준으로 정의하는 미(美)의 이미지를 비판하고,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남아공 작가 모하우 모디사켕(Mohau Modisakeng)의 작품은 자유를 향한 열망과 관련된 행복감이 아파르트헤이트 유산으로 호명되는 디스토피아와 대조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MMK(Museum MMK für Moderne Kunst)에서는 미국 흑인 여성 작가 자토비아 게리(Ja’Tovia Gary)의 영상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The Giverny Suite’에서 그녀는 우리가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역설하며 클로드 모네의 상징적 풍경을 매개 삼아 목가적 요소와 제국주의가 충돌하도록 했다. 영상의 과장된 구성에서 흑인 여성의 신체는 범법적 위치에 놓여 있는데, 할렘 거리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유대감, 혹은 재즈 가수 니나 시몬과 흑인 인권운동가 프레드 햄프턴의 자기 권한 부여의 이미지는 TV 스타 조셀린 에르난데스의 질문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내가 살 수 있습니까? 살 수 있느냐고요? 젠장, 살 수 있어?(Can I live? Can I live? Can I fucking live?)”
올해 RAY 포토 트리엔날레에선 이렇듯 글로벌 이슈에 초점을 맞춰 사진과 미디어의 잠재력을 타진해보는 공개 토론의 장(場)을 마련했다. 전시는 관람객 스스로 이미지를 교란 혹은 마찰하게 함으로써 작품과 관람자의 교묘한 동일시를 금한다. 동시에 이데올로기가 일상적으로 생산/재생산하는 조건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을 독려한다. 이것은 이미지 범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현대사진이 건넨 도전장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신의 시대에 앞으로 더 많은 이데올로기가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을 반영하고자 한 RAY 포토 트리엔날레는 사진의 역량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적 네트워킹을 통해 격동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술적 연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김정아(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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