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컬러 판타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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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6

오로라 컬러 판타지

다채로운 색의 띠로 만들어 내는 하태임의 오로라 풍경

[Wish for Harmony]전 전경.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하태임에게 기대하는 풍경, 컬러풀한 색띠의 향연이 펼쳐진다. 유난스럽지 않은 곡선 형태와 그것을 이루는 투명한 컬러, 여러 곡선이 겹쳐지며 만드는 무수한 컬러의 조합은 그녀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는 이조차 단숨에 무장해제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한편으로 하태임의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도 변화를 추구했고, 역시 성공했다는 걸 말이다.
하태임에게 따라붙는 ‘색띠 작가’라는 수식어는 그녀가 작가로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하태임은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1995년 첫 개인전 때 그녀는 에밀 놀데가 연상되는 표현주의 화풍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프랑스 유학 시절 느낀 언어 소통 문제를 주제로 문자나 기호를 화폭에 담았고, 2003년 이를 색면과 색띠로 덮으며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감상의 폭이 넓은 추상 작업의 매력은 그녀에게 무한한 자유를 부여했다. 잭슨 폴록의 작품처럼 즉흥성이 부각된 뭉갠 붓질의 ‘문(Une Porte)’ 시리즈, 색줄로 다양한 컬러의 조합을 실험한 ‘인상(Une Impression)’ 시리즈가 그 증거다. 색띠가 춤추는 ‘통로(Un Passage)’ 시리즈에 집중한 것은 10년 전부터. 몸을 축으로 선을 긋는 반복적 행위가 그녀에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순리처럼, 자신을 치유하는 의식처럼 느껴진 까닭이다.





Un Passage No.217011, Acrylic on Canvas, ø120cm, 2021

색띠라는 큰 틀을 정하고도 하태임은 꾸준히 변화의 지점을 모색해왔다. 색띠를 캔버스 한쪽에 몰아 배치하거나, 물감이 흘러내리는 현상을 그대로 살린 작업이 대표적 예. 지난여름에 치른 개인전 [하태임: 마음의 정원에 핀 꽃]에선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색띠 작업을 선보였다. 컬러를 활용하는 데도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컬러야말로 그녀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심상 언어인 것. 2020년 여름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개최한 개인전 [Un Passage]에서 주조를 이룬 컬러는 핑크였는데, 핑크만의 화해와 너그러움은 당시 그녀에게 남다른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하태임의 마음을 대변하는 컬러는 무엇일까? [Wish for Harmony]전에서 돋보이는 컬러는 그린과 핑크, 퍼플이다. 한데 이러한 컬러가 나온 배경이 흥미롭다. 여행에서의 기억과 인상을 캔버스에 옮긴 것. 2019년 가을, 그녀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향했다. 오로라는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밤마다 산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길 나흘째, 하태임은 마침내 오로라를 만났다. 오로라의 다양한 컬러 중 목도한 건 그린뿐, 희귀하다고 알려진 핑크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하태임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태임은 직접 확인한 오로라의 풍경은 물론,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기대감과 환희까지 신작에 담아냈다. 짙은 남색 바탕의 ‘Un Passage No.214074’는 캐나다의 맑은 밤하늘을 표현한 듯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색 캔버스에 색띠를 올린 ‘Un Passage No.211026’에선 태양 플라스마가 오존층에 닿아 불꽃이 이는 오로라의 원리가 연상된다. 그린 컬러의 세로 스트라이프 배경이 인상적인 ‘Un Passage No.212003’은 어떤가? 커튼처럼 너울거리는 오로라의 리듬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자리에서 여러 작품이 서로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하태임식 오로라는 대자연의 그것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하태임은 영롱한 오로라를 보며 획득한 새로운 팔레트를 이번 전시에서 효과적으로 풀어놓았다. 특별한 경험이 작가에게 또 다른 층위의 작업으로 진입하게 하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그리고 하태임의 변화가 현재진행형임을 느끼게 하는 전시. 하늘길이 속속 열리는 요즘, 그녀의 다음 여행지가 어디일지 자못 기대된다.





Un Passage No.214074, Acrylic on Canvas, 2021, Acrylic on Canvas, 70×70cm, 2021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태화(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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