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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0

HAPPY TOGETHER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하며 영감을 주고받고, 더 눈부신 모습으로 재발견된 보석 같은 만남의 이야기.

위쪽 목단가옥에서 선보이는 옻칠 트레이. 섬세한 나전 장식이 눈길을 끈다.
아래왼쪽 리사르 커피 청담의 카페 에스프레소.
아래오른쪽 레스토랑 알렌의 아뮈즈부슈.

전통문화 애호가가 전하는 칠예 장인의 숨결
칠십 평생 칠예 외길을 걸어온 천생 칠장이, 일본의 유형문화재인 유서 깊은 고급 연회장 메구로가조엔의 옻칠과 나전 작품을 완벽히 복원해 일본에서 인구에 회자된 이 시대 최고 장인. 하지만 이 표현은 단지 집약적 수식에 불과하다. 전용복 작가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칠예 인생은 이 지면 속 단 몇 줄, 아니 몇 페이지에 걸쳐도 다 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깨너머로 배운 칠예 기법을 독학한 그는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한 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7년여 간 일본의 버려진 2000여 평 규모 미술관을 자신의 칠예 작품 전시와 다양한 유명 뮤지션 콘서트 등을 선보이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성공을 거둔 전력이 있다. 일본 NHK와 국내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일대기와 작업이 소개된 그는 대학에서 수백 명의 제자를 길러내고, 수많은 강연을 통해 옻칠의 신비로움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빚어낸 칠예의 세계는 어쩌면 많은 이에게 높고, 크고, 멀기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전용복 작가와 목단가옥 최선희 대표가 함께 완성한 목단가옥은 활기 넘치는 트렌디한 이태원 골목에 새롭게 자리한 카페 공간을 넘어 그 이상의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 문화 공간이라 해도 손색없다.
“5년 전 전용복 작가를 처음 만났어요. 뉴욕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큰딸에게 가장 예쁘고 한국적 가구인 전통 나전 칠예 장을 선물해주고 싶던 차에 그를 소개받았죠.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살라는 의미로 십장생을 넣은 작은 장을 부탁드렸는데, 십장생 무늬뿐 아니라 사방에 수(壽)와 복(福) 자를 넣어 완성해주셨어요. 큰 감명을 받았죠.” 최선희 대표는 해외에 사는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간절함과 애틋함을 헤아려준 그의 진심을 잊지 못한다.
최선희 대표가 실제 이런 공간을 기획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전용복 작가와 함께 일본 현지의 메구로가조엔을 방문한 이후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의 작업과 작품을 보거나 직접 얘기를 들어도 그 엄청난 규모나 섬세함의 깊이를 감히 짐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건물 전체, 각 방마다 장식한 옻칠과 나전 작품은 너무나 경이로워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일본 전문가들의 재생 불가 판정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게 복원한 것을 보고 불가사의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죠.” 메구로가조엔은 당시 서른여섯 살에 불과한 젊은 한국 칠예가 전용복이 3년간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구를 거듭하고 온갖 기법을 섭렵한 뒤 그의 진두지휘 아래 단 3년 만에 복원한 것이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최선희 대표는 일본에 옻칠 기술을 전수했음에도 우리나라에는 정작 그런 공간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왼쪽 전체를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나전 꽃 장식 도어와 옻칠로 마감한 목단가옥의 엘리베이터.
오른쪽 목단가옥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는 전용복 작가의 항아리 자기와 소반.

“문화는 만드는 자의 것이 아닌 소유하는 자의 것이에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최선희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많은 이에게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었을까요.” 전용복 작가는 “가슴 벅찰 정도로 고마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젊은 나이에 일본의 역사적 건물을 복원해낸 건 지금 생각해도 꿈같은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국내에 그러한 공간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허전함이 늘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진이 잦은 지역의 특성상 도자기보다 나무 그릇을 쓸 수밖에 없고, 옻칠은 나무 소재를 마감하는 최고 도장 재료예요. 그러니 일본을 옻칠의 나라라고 부를 수밖에 없죠. 하지만 팔만대장경과 고구려 벽화가 아직까지 생생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그보다 앞선 우리 선조의 옻칠 기술 덕분입니다. 나전 또한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림 소재로 표현한 건 한국과 일본·중국뿐이고 그중 우리나라만큼 완벽한 섬세함을 갖춘 나라는 없어요. 그냥 버리면 폐기물에 그치는 전복과 소라 껍데기를 보석처럼 변화시켰죠. 진정한 전통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선희 대표 또한 일본 사람들이 연회장·음식점·객실 구석구석에서 빛나는 나전과 옻칠 작품을 즐기는 것처럼, 국내에도 밥 먹고 차 마시며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실현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우리 전통 공예를 대중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공예를 비롯한 예술이 일상에 자연스레 융화되는 것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 그러한 고민 끝에 전용복 작가와 합심해 완성한 목단가옥은 벽면과 천장, 테이블과 도어, 엘리베이터 곳곳에서 전용복 작가의 옻칠과 나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누구나 편안하게 앉아 차를 즐기는 카페 테이블도, 실용적 쓰임새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공간 곳곳에 비치한 장, 소반 등 생활 가구의 어울림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전용복 작가는 그저 소신만으로는 실현하기 힘든 그녀의 적극적 기획과 추진력, 사명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힘주어 강조했다.





왼쪽 목단가옥 벽면을 장식한 송학도 앞에 선 전용복 작가.
오른쪽 목단가옥 지하 1층의 카페 공간에서 카메라 앞에 선 최선희 대표.

그가 하는 정통 방식 작업은 그야말로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단 한 방울의 화학물질 없이 100% 옻칠로 마감하고, 45년 넘게 모아온 전복과 소라 껍데기에서 알알이 채취한 자개를 그만의 창의적 도안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이어 붙인 귀한 작품이다. 20년 된 옻나무에 생채기를 내어 나무가 자가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인 옻을 닷새에 한 번씩, 100일에 걸쳐 소주잔 한 잔 정도의 미미한 양을 채취한 후 정제하는 과정. 때로는 옻을 밤새도록 긁어내다 몸에 옻이 오른 적도 있다. 그 옻에 녹슬지 않은 순수 철가루를 넣고 8시간 이상 저어 나온 새까만 색의 옻은 그 빛깔 그대로 깊이 있는 광택이 흐르는 흑칠 도장으로, 때로는 주칠을 넣고 3시간 동안 갈아 붉은빛·청빛·노란빛이 발색되는 아름다운 컬러 옻칠 도장으로 완성된다. 그뿐이 아니다. 옻을 올리는 나무가 휘지 않도록 후면과 측면까지 삼베로 감싼 뒤 밤새도록 찹쌀풀을 풀어 옻과 섞고 저어 삼베 위에 올리는 과정도 있다. 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옻칠을 말린 후 매끈하게 경화하고, 그 위에 울퉁불퉁한 전복이나 소라 껍데기를 고르게 가공해 섬세하게 붙이는 나전 작업을 거친다. 그야말로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기지 않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작품 하나가 탄생하는 셈이다.





전용복 작가(왼쪽)와 최선희 대표.

전용복 작가는 목단가옥을 방문하는 이들이 한국의 맥을 이어온 전통 예술의 가치를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에요. 고려시대, 아니 고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전통이니까요. 특히 까만 흑단의 옻칠 위에 펼친 나전의 조합은 정말 파격적 문화라고 생각해요. 이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이 없죠. 하지만 전통은 꾸준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료와 기법은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게 표현하는 모양새가 변화해야 합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 현대적 예술로 승화하는 그의 작품을 대중이 좋아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연결하는 역할은 최선희 대표의 몫이다. 선생님의 작품은 꽃무늬 하나도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져요. 목단가옥의 주요 타깃인 20~30대 젊은 층도 이 공간을 편안하게 즐기며 자연스레 이 작품들을 ‘예쁘다’, ’갖고 싶다’라고 느끼기 바라요. 짧은 기간 쓰고 금세 팔거나 버리는 물건이 아닌, 할머니·어머니의 가구를 물려받아 대대로 이어가는 문화를 꽃피우면 좋겠어요.” 앞으로 두 사람은 해외로 진출해 전시나 작은 공간을 통해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예술이 일상으로, 일상에서 다시 예술 작품으로 선순환되는 문화. 최선희 대표가 전용복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들고 싶은 우리 나전 옻칠 문화의 모습이다. 메구로가조엔에서 전용복 작가의 손길이 닿은 송학도를 보고 느낀 전율을 많은 이가 느끼길 바라는 이 공간은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진정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평생 신념과 열정을 고집하며 처절하고 부단히 작업해온 칠예 장인과 그 아름다운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문화 예술 전달자. 두 사람의 만남으로 완성된 목단가옥은 그야말로 보석 같은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가구나 생활 소품, 혹은 제아무리 훌륭한 예술 작품일지라도 누군가 바라봐주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고, 소유하는 사람이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퇴색되기 마련이니까. 이 공간에서 그들이 전하는 울림이 전용복 작가의 옻칠과 나전 작품처럼 오래도록 찬연한 빛을 발하리라는 확신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에디터 이정주





리사르 커피의 이민섭 대표(왼쪽)와 아뜰리에앤프로젝트의 김찬석·김지은 디자이너.

새로운 커피 문화 개척자들
이탈리아에 가면 에스프레소 바를 흔히 볼 수 있다. 잠깐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신 뒤 1유로를 바 테이블에 올려두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은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를 상징한다. 지난해부터 국내 커피 시장에도 에스프레소 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서서 먹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쓰디쓴 에스프레소 한 잔 털어 넣는 풍경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주축으로 발전해온 국내 커피 시장에 에스프레소 바 흥행을 견인한 주인공은 리사르 커피 청담이다. 약수역 인근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리사르 커피는 커피 취향이 확고한 이들이 즐겨 찾던 국내 에스프레소 바 1호점이었다. 그러던 리사르 커피가 아트 디렉팅 그룹 아뜰리에앤프로젝트와 만나 청담점을 오픈하면서 동시대 가장 ‘힙’한 카페로 변모했다. 아뜰리에앤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김지은·김찬석은 건축과 패션, F&B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트 디렉팅을 담당하는 감각적 디자이너 듀오다. 특히 2014년, 청담동의 한 주택을 레노베이션해 아뜰리에앤프로젝트 작업실이자 디자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쇼룸으로 탈바꿈한 후 숨어 있는 좋은 콘텐츠와 브랜드를 발굴하고 리브랜딩해 발전시키는 디자인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간혹 감흥이 없는 콘텐츠임에도 멋지게 만들어달라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요. 그럴 땐 작업을 하면서도 만족감이 떨어지죠. 디자이너가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진짜’ 콘텐츠, 진심이 담긴 공간을 만났을 때거든요.” 김찬석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이들은 자발적으로 디자인과 브랜딩이 필요한 콘텐츠를 찾고, 자신의 쇼룸으로 옮겨와 감각적으로 리브랜딩해 선보인다.





왼쪽 리사르 커피 청담의 감성을 담아
오른쪽 꼬리사르 커피 청담 내부.

리사르 커피 청담도 그중 하나. “2020년, 지인의 추천을 받아 처음 맛본 리사르 커피는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어요. 그 커피는 저희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좀 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로 전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그래서 리사르 커피 이민섭 대표를 찾아가 함께 해보자고 설득했어요.” 김지은 대표의 설명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커피 문화 혹은 커피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에스프레소를 파고든 이민섭 대표는 당시 여러 곳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 아뜰리에앤프로젝트가 찾아왔을 때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디자이너인 아내가 아뜰리에앤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같이 해보라고 적극 추천하더군요. 당시 매장을 하나 더 오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라 타이밍도 잘 맞았고요.” 그렇게 아뜰리에앤프로젝트와 이민섭 대표가 손을 잡고 기획한 리사르 커피 청담은 약수점과 달리 많은 변화를 감행했다. “이민섭 대표가 지향하는 이탈리아식 운영 방식과 서비스 정신, 가격 정책 등 확고한 철학을 유지하는 한편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우드와 대리석, 유러피언 빈티지 소품과 조명으로 채워 어센틱 무드를 풍성하게 담았어요. 무엇보다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곡선의 스탠딩 바를 디자인해 리사르 커피의 아이덴티티를 살렸죠.” 김지은 대표는 이외에도 리사르 BI를 핸드 페인팅해 아티스틱한 느낌을 준 윈도 디자인, 리사르 커피 청담의 감성을 담아 디자인한 컵 & 소서,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빈티지 포스터를 오마주한 원두 패키지 등을 선보이며 다각도로 변화를 주었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맛뿐 아니라 공간이 주는 경험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미식 태세를 정조준한 리사르 커피 청담은 오픈 1년 만에 국내 커피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리사르 커피 청담을 벤치마킹한 수많은 에스프레소 바가 생겨났고, 최근 리사르 커피 명동점도 새롭게 오픈했다. 이민섭 대표는 아뜰리에앤프로젝트를 만난 덕분에 디자인이나 디스플레이 등 부족했던 부분이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한다. 오래 함께할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 전문 분야인 커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한편 김지은 대표와 김찬석 디자이너는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하며 느낀 점은 의외로 정답에 가까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커피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죠. 반면 공간 디자인이 멋지거나 SNS만 잘하면 성공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민섭 대표는 진정성이 담긴 커피를 내는 교과서 같은 사람이에요. 오롯이 커피에 집중하는 장인 같은 모습이 저희에게 깊은 영감과 에너지를 줬습니다.” 아뜰리에앤프로젝트와 이민섭 대표의 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말한 리사르 커피 명동점이 이제 갓 오픈했고, 커피와 로스팅에 대한 열정을 담아 출시한 캡슐 커피도 판매할 계획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 속했지만,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아뜰리에앤프로젝트와 이민섭 대표. 이들은 돈이나 성공을 좇기보다 진심으로 마음이 동해서 하는 일이, 그렇게 만난 인연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진심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이니까. 에디터 문지영





정소영 식기장의 정소영 대표와 레스토랑 알렌의 서현민 셰프.

요리라는 예술, 그 아름다움을 담다
파인다이닝을 이야기할 때면 고급스러운 공간과 수준 높은 요리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파인다이닝의 가치는 그 이상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테이블에 놓는 나이프 하나도 직접 제작하며 사소한 것 하나에도 진심을 담는 파인다이닝이 있으니, 바로 ‘레스토랑 알렌’이다. 알렌은 서현민 셰프의 영어 이름으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임프레션의 총주방장이던 그와 전 임프레션팀이 함께하는 새로운 챕터다.
레스토랑 알렌은 정통 오트 퀴진을 바탕으로 제철 재료와 스토리를 담은 요리와 예술적 플레이팅을 통해 아름다운 한국의 사계절을 표현한다. 모든 요리는 러스틱하면서 한국적 미감이 돋보이는 그릇과 집기에 담는데,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을 통해 제작하고 매치한 결과물이다. 정소영의 식기장은 청담동에 위치한 테이블웨어 전문 숍. 젊은 국내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제작한 그릇을 엄선해 판매·전시한다. 이곳 대표 정소영은 함께 작업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을 의뢰하기도 하며,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장인을 수소문해 공정을 배우면서까지 제작하는 법을 찾아내는 열정적인 디자이너다. 또 모수 서울, 밍글스, 최근 뉴욕에 오픈한 제네시스 하우스의 온지음 등 이름난 파인다이닝과 협업해온 소문난 실력자다. 그녀는 레스토랑 분위기,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테이블웨어와 기물 디자인 컨셉을 제안하고 코디네이션한다. 이런 그녀와 서현민 셰프의 상상력이 만나 알렌만을 위한 테이블웨어가 탄생했다. 레스토랑 알렌 방문객도 식사를 하며 그릇에 대해 자주 묻는다고.
해외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일한 후 17년 남짓 되는 긴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온 서현민 셰프는 자신만의 공간을 열고 싶었다. 그의 요리를 담을 그릇을 찾아 헤매던 중 모수 서울의 안성재 셰프가 조언을 줬다. “그릇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제품을 쓰는 것도 물론 예쁘겠지만, 한국적 요소를 넣고 싶었죠. 이천에도 직접 다녀왔는데, 마음을 울리는 것이 없던 차에 마침 정소영 대표를 만났어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이 바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내 임프레션에서 본격적인 협업이 이뤄졌다. 이후 정소영 대표가 레스토랑 알렌의 오픈에 참여하면서 현재까지 5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서현민 셰프는 늘 어려운 과제를 주지만 함께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이 참 재밌어요. 어떤 분들은 처음 작업할 때부터 원하는 형태를 명확하게 요구하거든요. 그런데 셰프님은 제가 고민하고 디자인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요. 넓은 운신의 폭을 주고 함께 상상하면서 방법을 찾죠.” 그녀의 말에서 두 사람의 오랜 협업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소영 대표는 레스토랑 알렌이 서현민 셰프 그 자체 같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곳곳에 알렌의 취향과 색깔이 진하게 녹아 있는데, 이는 자신감 있고 확고한 그의 캐릭터 덕분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서현민 셰프는 “나만의 레스토랑을 낸다는 것은 모든 셰프의 꿈이죠. 이렇게 마음에 꼭 드는 공간이 완성된 건 제가 좋아하고 머릿속으로 그린 것을 함께 실현해준 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정소영 선생님처럼요. 운이 좋았죠”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소영 대표는 레스토랑과 협업할 때 다른 레스토랑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다른 식당과 다른 특별함을 만들고 싶어요. 특히 테이블웨어를 통해 요리가 더 돋보이면 좋겠어요.” 그래서일까. ‘레스토랑 알렌’ 하면 떠오르는 시그너처 메뉴와 플레이트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디너 코스의 아뮈즈부슈. 서로 다른 컬러와 높이의 그릇 4개 위에 아기자기하게 음식을 올리고, 옆에 작은 코르사주를 놓아 완성했다. “기억에 남는 하나의 시너리(scenery)를 만들어내고자 했어요. 서현민 셰프는 아뮈즈부슈를 낼 때 고객에게 환대받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죠. 부케 같은 꽃다발을 작게 만들어 곁들이거나 그릇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재미를 주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정소영 대표의 말이다.
새로운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서현민 셰프는 지금 정소영 대표와 티 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프렌치 퀴진 베이스의 요리다 보니 다소 무거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식사 끝에 가벼운 티로 마무리하도록 제안하고 싶었어요. 대표님과 티 셀렉션이나 티포트, 컵 등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습니다.”
5년간 한결같이 인연을 이어온 정소영 대표와 서현민 셰프. 새로운 컨셉의 요리가 필요하거나 고민이 생길 때면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서현민 셰프는 정소영의 식기장 쇼룸을 방문해 새로운 메뉴를 위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두 사람이 각자 전문성을 살려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면서 한국적 미감이 느껴지는 레스토랑 알렌을 그려냈고, 그들의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정한 파인다이닝을 완성하는 것은 맛 그 이상의 정성과 노고라는 것을 한 번 더 실감한 순간. 미세한 것 하나도 신중히 고민하며 완성한 이들의 결과물은 또 다른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에디터 김혜원





레스토랑 알렌을 감각적으로 채운 오브제는 대부분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제안하고 제작한 것들이다.

 

에디터 노블레스 리빙팀
사진 이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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