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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8

위기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쓰다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 2022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새롭게 감지된 디자인 변화.

디자인 그룹 프런트(Front)의 서펜타인 카펫(Serpentine Carpet)과 소르트 프론란트(Sjoerd Vroonland)의 샌드 카펫(Sand Carpet). 모두 모오이(Mooi) 제품.
키부(Qeeboo)에서 선보인 카펫 디자인. 사람과 동물의 발자국 모양이 독특한 닝커 티나헐(Nynke Tynagel)의 레츠 댄스(Let’s Dance).
디자인 그룹 프런트(Front)의 서펜타인 카펫(Serpentine Carpet)과 소르트 프론란트(Sjoerd Vroonland)의 샌드 카펫(Sand Carpet). 모두 모오이(Mooi) 제품.
리카르트 휘턴(Richard Hutten)의 글리치(Glitch) 시리즈. 키부 제품.
리카르트 휘턴(Richard Hutten)의 글리치(Glitch) 시리즈. 키부 제품.


뉴노멀 시대의 지각변동
올해 트렌드의 변화는 바닥에서부터 과감하게 드러났다. 여느 해와 차별화된 아이템은 화려하고 과감한 비정형 패턴을 활용한 카펫으로, 패턴을 담은 카펫의 커팅에서도 율동감이 드러난다. 바닥이 공간 속 하나의 배경으로 조연처럼 활용되던 과거와 달리,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의 주연이 되어 돌아온 것. 비대면 시대의 단조롭고 답답한 실내 풍경에 인간적 온기를 불어넣고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기에 패브릭과 카펫의 변화는 경제적 선택이 된다. 경제 위기에 소위 ‘치마가 짧아진다’거나 ‘립스틱이 많이 팔린다’ 등의 현상은 사실 물류비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각각 재료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의 경제성을 지향하는 시장과 소비자 현상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제 위기에 처한 지금, 카펫은 주거 공간에서 가장 손쉽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아이템이다. 대담하고 몽환적인 카펫의 연출은 주거 공간을 순식간에 현대미술 현장으로 만든다.





테트리스 같은 게이미피케이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가구. 키부의 뉘클레오(Nucleo)의 프리미티브(Primitive) 책장과 소파.
셀레티(Seletti)에서 선보인 잠피에로 로마노(Giampiero Romano)의 테트리스(Tetris) 거울.
콜러에서 선보인 대니얼 아샴의 설치 작품 ‘분할된 레이어(Divided Layers)’.


형식의 파괴가 빚어낸 새로운 창조
행사 기간 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설치 작업은 미국 아티스트 대니얼 아샴(Daniel Arsham)과 콜러(Kohler)의 협업으로, 분할된 레이어를 적용한 새로운 형식으로 제작해 주목받았다. 긍정적 MZ세대를 겨냥한 이 디자인 가구에선 어느 때보다 과감한 형식의 파괴가 새로운 미학으로 드러났다. 콜러의 3D 프린팅 점토 세면대에서 영감을 받은 아샴은 물의 흐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형태에서 비롯된 기능 대신 그 자체의 경험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을 통해 세면대로 빠져드는 듯한 입체적 경험을 선사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또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 메커니즘과 사고방식 등 요소를 접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같은 MZ세대의 디지털 경험을 형태로 반영한 캐주얼한 감각의 디자인은 공간에 율동감을 부여하며 리빙 시장의 중심 소비자로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음·흡음 재질로 공간을 한층 쾌적하게 만드는 조명 플렉시아(Flexia). 아르테미데 제품.
조명 유닛 카타 메트론(Kata Metron), 아르테미데 제품.
론 길라드(Ron Gilad)가 디자인한 파티션 스윙(Swing). 마지스 제품.
기하학적 디자인 변주가 돋보이는 우니포의 시스템 오피스 유닛. OMA 디자인.
기하학적 디자인 변주가 돋보이는 우니포의 시스템 오피스 유닛. OMA 디자인.


오피스와 리빙에 대한 새로운 시각
비대면과 대면의 병행으로 주거 공간과 오피스 공간이 결합하고, 일과 삶, 효율성과 창의성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 뉴노멀 환경에 따른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오피스 가구 시장의 확산과 프리미엄화가 실감 날 만큼 제조사와 디자이너의 전격적 투자가 드러난다. 우니포(Unifor) 같은 오피스 가구 전문 제조사가 OMA와 함께 기존 오피스 가구에서 볼 수 없던 감각적 모듈의 가구 유닛을 선보이는 한편 마지스(Magis), 모로소(Moroso), 아르테미데(Artemide) 등 리빙 중심의 가구와 조명 브랜드까지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새로운 오피스 환경을 위한 제품을 쏟아냈다. 기존보다 오피스형 가구의 기능은 강화하고 디자인은 한층 과감해졌다. 창의성을 강조한 하이테크 오피스 환경은 물론 홈 오피스가 확산된 뉴노멀 시대에 맞춰 하이브리드형 주거 공간에도 위화감 없이 매력적으로 융화된다.





실내외에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조명은 다니엘레 모이올리(Daniele Moioli)의 세 에스(Se eS). 아르테미데 제품.
페루초 라비아니(Ferruccio Laviani)가 디자인한 카르텔의 티 조명.
마티외 레아뇌르의 <삶의 목록> 전시.


자연과 함께하는 삶
안전을 위한 비대면 실내 활동이 늘면서 실내·외 환경에서 식물 키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MZ세대가 ‘반려식물’, ‘식물 집사’라는 용어를 만들었듯, 해외시장에서도 주거 공간의 실내·외 조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신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식물과 혼합한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야생의 다소 거칠면서 자유로운 감성을 반영한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형태적으로도 완벽하게 관리된 식물 조경보다는 식물 그 자체의 불완전하고 자유로운 형태를 편안하게 공간에 반영해 한층 자연스러운 멋이 드러난다. 플로스(Flos)와 아르테미데 같은 디자인 전문 브랜드에서도 새로운 식물 전용 조명과 함께 실내는 물론 아웃도어 조경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디자인
위기의 시대를 겪으며 사회적 문제에 대한 디자인의 책임감이 한층 높아졌다. 트리엔날레에서 펼쳐진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외 레아뇌르(Mathieu Lehanneur)의 전시 <삶의 목록(The Inventory of Life)>은 사회적 문제를 전시 오브제로 시각화해 주목받았다. ‘세계의 상태(State of the World,)’, ‘50개 바다(50 Seas)’, ‘삶과 죽음(Live/Leave)’, ‘시간은 얼마나 깊은가(How Deep is Time)’ 등 4개 주제로 진행한 전시에서 도시 과밀과 인간 소외, 해수면 상승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진지한 담론을 담았다. 오브제 형태는 각각 UN과 WHO의 통계 및 위성사진의 정밀 분석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구현해 시각화한 것으로 관람자가 작품을 관찰하면서 현실적이고 긴급한 사회·환경문제를 성찰하게 했다. 또 상업적 브랜드에서도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카르텔(Kartell)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조명 티(Tea)를 선보였으나 제품의 윤리성을 강조하기보다 그 자체로 상품 가치가 높은 디자인이라 재생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노그래피 안에 전시한 포슬린 세트, ‘솔레이 데르메스’.
네 가지 형태의 시노그래피.
지안파올로 파니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컨스트럭션’ 플레이드.
알렉시 파브리와 샤를로트 마코 페렐망.


 2022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에르메스 홈 컬렉션 
올해도 어김없이 유니크하면서 새로운 오브제를 선보인 에르메스. ‘Lightness’를 주제로, 웅장한 부피감을 지녔음에도 빛을 발산하는 시노그래피 안에 가벼움의 미학을 담아낸 오브제를 선보였다. 우아하고 섬세한 캐시미어를 이용해 다채롭고 창의적인 패턴과 색감을 입은 텍스타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오브제가 시적인 정서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에르메스 디자인 디렉터인 샤를로트 마코 페렐망(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 파브리(Alexis Fabry)에게 들어본 가벼움의 미학에 대해.

코로나19가 많이 완화된 분위기에서 참가한 이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올해도 지난해처럼 시노그래피에 파빌리온을 제작해 선보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엔 박람회를 찾은 방문객이 적었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에르메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러 왔었기에 올해도 크게 달라진 점은 느끼지 못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새로운 컬렉션을 어떻게 선보일 것인지뿐 아니라 밀라노 시내의 브레라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자리한 전시 공간 라 펠로타(La Pelota)에 머무르며 파빌리온에 중점을 두었다.
에르메스의 이번 테마인 ‘가벼움의 미학(Lightness)’에 주목한 이유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나? 우리가 표현하고자 한 가벼움의 미학은 편리한 움직임 그리고 시적인 정서를 모두 내포한다. 우리는 늘 단단하고 내구성 있는 소재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오브제를 가볍고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직선적이면서 기하학적 패턴의 시노그래피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전시 컨셉에 맞게 오브제를 배치하는 만큼 시노그래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오브제들이 공간 자체와 연결되면서 비로소 전시 공간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건축물과 오브제가 공존하며 발현되는 분위기와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엄청난 규모로 이뤄진 급수탑 형태의 4개 구조물은 그 거대한 비율에도 불구하고 작은 오브제와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목재로 제작한 뒤 반투명 컬러 종이 소재로 감싸 완성한 구조물은 그 형태 자체로 빛을 발산한다.
이번에는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스튜디오 뭄바이와 같은 주요 디자이너의 협업이 없었다. 대신 각각의 패브릭과 오브제는 스튜디오 에르메스를 포함한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이번 테마를 위해 어떤 주문을 했는지 궁금하다. 내년에 새로운 협업을 통해 가구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는 텍스타일 컬렉션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는데, 가벼움의 미학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가벼움의 미학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다. 에르메스를 떠올리면 보통 가벼움보다는 내구성이 좋은 오브제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항상 이렇게 대비되는 요소가 잘 어우러진 소재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브제의 물리적 성질인 소재에 집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촉각적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생각한다. 우리의 이러한 도전은 많은 이가 에르메스에 기대하는 소재의 유연함과 아름다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번 테마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오브제는 무엇인가? 밀라노 전시회를 통해 보통 가구를 중점적으로 선보이지만, 올해는 매우 중요한 오브제 중 하나인 텍스타일 컬렉션을 메인 오브제로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새롭게 선보이는 컬러 밴드가 은은하게 표현된, 가벼운 플레이드 패턴이 특히 마음에 든다. 이 텍스타일 제품은 캐시미어 특유의 섬세함 덕분에 투명한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겐 매번 선보이는 새로운 컬렉션이 큰 도전일 것 같다. 그 안에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가구, 오브제, 텍스타일 등 어떤 제품이든 우리의 목표는 동일하다. 어떤 방법으로 컬렉션을 표현하든 항상 치밀함과 정확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포부이기도 하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현지 취재 & 글 여미영(스튜디오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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