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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5

GREEN DINING

베를린과 런던, 서울에서 지속 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시간.

감자와 표고버섯으로 속을 채운 홈메이드 토르텔리니.
야히르 프랑코 셰프.
프레아의 공동대표 다비트와 야스민 수시.


 BERLIN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레스토랑
모든 인류가 기후변화에 관한 대책을 고심하는 지금, 베를린 다이닝 신의 화두는 비거니즘과 제로 웨이스트다. 그중에서도 2019년 문을 연 프레아(Frea)는 베를린은 물론 독일 최초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곳. 프레아의 오너 중 한 명인 다비트 요하네스 수시(David Johannes Suchy)는 비건 케이터링 회사 조니 앤 푸드(Johnny & The Food)를 설립·운영한 경험이 있다.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념으로 비건이 됐어요. 그래서 비건 케이터링 회사를 만들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공해에 몹시 충격을 받았죠.” 그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프레아 공동대표이자 지금은 아내가 된 야스민 마르틴(Jasmin Martin)을 만났고, 둘이 힘을 모아 레스토랑 프레아를 탄생시켰다. 프레아는 생산부터 유통, 요리, 처리, 공간에 이르기까지 100%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한다. 유기농 식재료를 공급받을 업체를 세심하게 선별하고, 식재료를 받을 때도 종이 박스와 유리병에, 밀가루 같은 건조 식품은 재활용 종이에 담아 받는다. 매장 내에서 직접 만든 빵과 음료수, 파스타, 헤이즐넛 버터와 초콜릿을 활용해 요리하는 것도 특징. 자체 퇴비화 기계인 제르시(Gersi)를 갖춰 음식물 쓰레기를 24시간 이내에 비료로 만들어 협력 농가에 보내기도 한다. 주방은 멕시코 출신 셰프 야히르 프랑코(Yahir Franco)가 진두지휘한다. 그는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베를린 채식 레스토랑 쿠키즈 크림(Cookies Cream)에서 6년간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프레아의 가치관에 맞는 3~5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공간도 허투루 꾸미지 않았다. 유기농 페인트로 칠한 벽부터 빈티지 가구, 버섯 균사체로 만든 램프, 폐플라스틱을 예술로 승화시킨 조형물 등이 프레아의 철학을 뒷받침한다. 손님 대부분은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특히 장비나 청소 제품을 우리 방식에 맞게 구하는 데 많은 연구와 리서치가 필요하죠”. 다비트와 야스민은 완전한 채식이나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지난해 출판한 프레아의 책 제목처럼 ‘완전한 맛, 제로 웨이스트(Full Taste, Zero Waste)’를 자연스레 경험하길 바란다.





섄텔 니컬슨 셰프. © Lisa Tse
아프리시티 내부. © Ben Carpenter
제철 채소와 리코타 치즈를 곁들인 소혀찜. © Stefan Jasen Birch
신선한 채소 샐러드. © Paul Richardson


 LONDON  파인다이닝도 이제는 제로 웨이스트
섄텔 니컬슨(Chantelle Nicholson)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셰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7년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미슐랭 그린 스타를 획득한 런던 트레드웰스(Tredwells) 오너 셰프였던 그녀는 제로 웨이스트 컨셉의 팝업 레스토랑 올즈 웰(All’s Well) 운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비건도, 베지테리언도 아니지만 파인다이닝 신에서 채식 메뉴로 명성을 쌓으며 2018년엔 채식 요리책 <플랜티드>를 발간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제철 음식, 식물이 자라는 방식, 정원 생태계를 배우며 자랐어요. 자연스레 땅에서 나고 자란 계절 농작물과 그것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았죠.” 그녀의 친환경 행보 때문인지, 지난 4월 런던 메이페어 지역에 문을 연 새 레스토랑 아프리시티(Apricity)는 오픈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겨울에 느끼는 태양의 따뜻함’을 뜻하는 아프리시티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와 순환 경제를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의식적 요리와 즐거운 식사다. 그 바탕이 되는 최상의 식재료를 위해 소규모 농가와 협력해 제철 농산물을 공수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 메뉴를 구상한다. 예를 들면 리코타 치즈의 유청으로 쇼트 브레드를 만들거나, 아스파라거스의 밑동 또는 비트 뿌리 껍질을 사용해 칵테일을 만든다. 소혀찜 같은 육류 요리를 만들 때도 윤리적으로 운영하는 농장에서 육류를 구입해 최대한 모든 부위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환경을 생각하는 행보는 음식에 국한하지 않는다. 분기별로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발자국을 모니터링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고자 애쓰는 아프리시티. 섄텔 니컬슨은 일상생활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을 귀띔했다. “사용하는 것과 구매하는 것을 더 세심하게 살펴보세요. 음식의 경우 유통기한은 단지 지침일 뿐 쉽게 버리기보다 온라인에 소개된 창의적 팁과 요리법을 적용해도 좋습니다.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 물병이나 물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들 수 있어요.”





김도형 대표.
나무와 돌을 활용해 꾸민 내부.
버려지는 버터로 만든 쿠키를 곁들인 소이 캐러멜.


 SEOUL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파인드링킹
칵테일 한 잔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될까? 예를 들어 진토닉을 만든다면 진이 담긴 보틀과 토닉워터 캔, 가니시로 쓰고 남은 레몬이나 라임 등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많지 않은 것 같아도 하루에 수백 잔의 칵테일을 판매하는 바라면, 환경을 파괴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불편하고 수고스럽지만 바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고, 지속 가능한 메뉴와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공간이 있다. 시트러스 껍질이란 뜻의 ‘제스트’와 ‘제로 웨이스트’의 의미를 더해 이름 지은 ‘제스트’가 그 주인공. “기존에 없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국내 바 문화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단순히 맛있고 화려한 칵테일로 승부를 볼 순 없었죠.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싶었습니다.” 제스트 김도형 대표는 세계적 화두인 지속 가능성을 떠올렸고, 이를 바 컨셉에 적용하기로 했다. 한두 가지 제로 웨이스트 메뉴를 선보인 곳은 있어도 전반적 바 테마를 지속 가능성으로 삼은 곳은 국내에서 제스트가 최초다. 자체 소다 시스템과 증류기를 구축해 토닉워터와 콜라 같은 탄산음료와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는 진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 “쓰레기 배출량이 절반가량 줄었어요. 저희 바의 경우 진토닉이 한 달에 1000잔 이상 팔리는데, 적어도 캔 쓰레기 1000개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메뉴를 만들 때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한다. 한라봉의 경우 껍질은 증류해 진을 만들고, 과육은 착즙해 주스로 활용하며, 착즙하고 남은 펄프로는 피클을 만든다. 비건 메뉴인 후무스 샐러드의 경우 병아리콩을 삶고 남은 콩물은 달걀흰자를 대체해 칵테일을 만들 때 활용하는 식이다. “뭔가 버릴 때마다 ‘이걸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허브와 채소는 농장과 연계해 직접 공수하며,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앞치마, 한지로 제작한 코스터, 비건 핸드 워시 등을 사용해 메뉴뿐 아니라 공간과 운영 방식에도 지속 가능성을 녹여내고자 한다. 제스트가 오픈할 당시 환경친화적 컨셉의 바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고객이 제스트의 브랜딩을 받아들이고 가치 소비에 동참하며 지속적으로 찾는다고. “저희는 궁극적으로 ‘파인드링킹’을 추구해요. 파인다이닝처럼 값비싸고 고퀄리티 칵테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음주 문화와 가치 소비를 제안하고, 환경과 커뮤니티, 사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드링킹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정하완 셰프.
시간에 따라 맛이 깊어지는 식재료로 만든 천연 통조림.
기가스 내부 전경.
직영 농장에서 공수한 허브와 채소로 만든 샐러드.


 SEOUL  농장에서 피어나는 친환경 다이닝
작년 겨울, 도산공원 부근에 오픈한 기가스(Gigas). 메뉴판을 열면 “기가스는 직영 농장인 와니농장과 함께 지속 가능한 미식을 추구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군포에 위치한 직영 농장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해 지중해 음식을 선보이는, 진정한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을 실현하는 곳.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와니농장이에요. 농약 없이 가꾼 땅이라 건강하게 작물을 재배하기 좋죠.” 정하완 셰프는 일주일에 2~3회 이상 이곳을 방문해 손수 작물을 돌본다. 농장 운영 방법도 친환경을 고려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기보다 순리대로 제철 채소를 거둬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 “수확량이 많거나 복숭아, 감자처럼 시간이 갈수록 맛이 배가되는 재료는 버리지 않고 땅에 묻거나 천연 통조림을 만들어 저장합니다. 요리에 깊이를 더하고, 자연도 배려하는 방법이죠.” 완두콩, 루콜라, 비트 등 농장에서 온 각종 유기농 채소는 기가스 메뉴 곳곳에 녹아 있다. 땀 흘려 얻은 재료인 만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은 당연지사. 요리할 때는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도 중요하니 주로 모양이 예쁜 것을 선별한다. 대신 선택받지 못한 식재료는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 살을 바르고 남은 생선 뼈나 아가미 같은 부위는 스톡으로 만드는 식이다. 이렇게 재활용한 재료와 소스는 대부분 유리병에 보관한다.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을 순 없어요. 대신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친환경 기능성 보관 용기나 재활용 가능한 PP 소재를 씁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관은 해외에서 10여 년간 일하며 자연스레 쌓였다. 로컬 식재료를 식탁에 내고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활발한 레스토랑을 두루 경험한 덕분. “자연과 상생하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와 팜 투 테이블은 중요하죠. 하지만 무조건 강요하거나 여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아요. 환경과 동물을 위해 모두가 채식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천천히, 조금씩 지속 가능한 미식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맛있게요.” 트렌디한 레스토랑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농장을 가꾸는 소박한 사진으로 가득한 기가스. 지속 가능성을 향한 그들만의 속도와 방식이 국내 다이닝 문화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김혜원(haewon@noblesse.com)
현지 취재 서다희(베를린 통신원)
사진 선민수(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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