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컬렉션이 선택한 한국 예술가 10인, 상하이로 향하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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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5

노블레스 컬렉션이 선택한 한국 예술가 10인, 상하이로 향하다

노블레스 컬렉션이 10인의 한국 예술가들과 함께 중국 예술의 중심 상하이로 향한다.

Untitled, Acrylic on Canvas, 200×260cm, 2022
김종학 ⓒ 조현화랑


김종학  Kim Chonghak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종학은 40대에 일본 구타이 운동의 영향을 받은 단색화 사조에 참여하지만, 스스로 이념적 구도 안에 갇히는 것을 견제하며 독자적 길을 걷는다. 귀국 후에는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설악산에서 생활하며 대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경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세계관을 작품에 담는다. 단색화가 의도적으로 색을 절제하고 화풍을 배제한다면, 김종학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연의 색과 형태를 화폭에 담는다. 작품의 주요 모티브인 꽃을 ‘사실적으로 피는 꽃이 아니라 화면상에서 구조적으로 피어나는 꽃’이라고 일컫는다. 김종학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은 자연의 꽃이 다시 그의 손끝을 거쳐 인간 정신을 기리는 꽃으로 태어난 것이다. 작가는 붓보다는 손가락을 사용해 직접 그리기를 선호하는데, ‘더 자연스럽고, 뜨겁고, 빠르며, 열정적인 기법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자유분방하게 화폭에 담은 그만의 독창적 회화 기법은 화면에 마티에르를 더하며 입체적으로 탈바꿈한다. 젖은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 마르지 않은 물감을 가르며 꽃 패턴을 그려낸 작가의 반복된 행위는 생명의 운동을 담은 한 폭의 추상화를 탄생시킨다.;





Discussion 숨 2020-80, Mixed Media, 162×130cm, 2020
김근태 ⓒ 이현정


김근태  Kim Keuntai 
1990년대 초 김근태는 경주의 사찰 유적을 여행하며 석탑과 불상, 도자기의 질감과 촉감에서 영감을 받아 그대로 캔버스에 옮긴다. 도자기를 빚는 과정과도 맞닿은 그의 대표작은 물레를 돌릴 때 생기는 흙 표면처럼 손길을 표현한 ‘결’ 시리즈와 분청사기에서 유약이 흘러내린 모습을 재현한 ‘숨’ 시리즈다. ‘결’은 화면에 유화물감을 붓이 아닌 다른 도구에 묻혀 한 방향으로 그려 화면을 덮고 두껍게 쌓은 물감의 결에 작가의 힘과 호흡을 그대로 담은 작업이다. 반면 ‘숨’ 작업에선 바닥에 눕힌 캔버스에 석분을 섞은 재료를 붓고 점성과 중력에 따라 재료가 퍼지고 흐르도록 하면서 작가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축소한다.
작가는 눈에 드러나는 형상보다는 대상의 이면을 집중한다. 대상의 본체를 꿰뚫어보는 찰나의 영감을 작품에 담아내는 직관적 행위를 ‘마음을 그린다’고 표현하며, 관조적 자세로 재료를 대하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태도를 유지한다. 결국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는 각자의 마음 그릇에 따라 다르게 담긴다.





Breathing Light- Persimmon 21-1, Water, Acrylicon Canvas, 135×135cm, 2021
김택상 ⓒ 안지섭


김택상  Kim Taeksang 
김택상은 활동 초기 사회인류학적 소재를 주목했으나 이념의 재현으로서 미술의 한계에 회의를 느끼고 내면의 초월적 영감을 향한 목마름으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찾아 나선다.
옐로스톤공원 화산 분화구의 ‘물빛’이 주는 강렬한 영감을 작업에 담아내는 그는 자연의 빛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자연환경을 그대로 작업실로 옮겨온다. 작업실에 웅덩이를 만들어 캔버스 천을 깔고 안료를 연하게 섞은 물을 부어 수심이 얕은 호수를 만든 것. 안료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아 캔버스 표면에 안착하기를 기다리다 고인 물을 따라내고 캔버스에 남은 수분을 바람과 햇빛에 날려 보낸다. 젖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하며 쌓인 다층의 색 면이 주는 깊이감으로 화폭에는 마치 물안개가 피어난 수면 위에 비친 여명 같은 ‘색빛’이 난다. 여러 겹의 안료를 쌓아 올려 부드러운 색 면을 만들어내는 채색화 기법과 한지에 먹이 스며드는 힘이 그대로 남은 수묵의 추상성을 동시에 내포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모색 지점을 제시한다.





Brushstroke-L, Charcoal Ink on Paper, 194×260cm, 2022
이배 ⓒ 조현화랑


이배  Lee Bae 
이배는 작가로서 정체성을 찾고자 ‘숯’이라는 상징적 재료를 통해 동양의 수묵 정신을 재해석한 회화와 설치를 선보인다. 전기도 라디오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자란 작가는 ‘달집 태우기’ 같은 자연적 체험을 하면서 유년기를 보냈다. 이 경험은 그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작업 재료로 숯을 고르는 계기가 된다. 소나무의 생명은 100년이지만 숯으로 재탄생하면 천년의 생명을 얻듯, 숯은 작가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영원성이라는 시간의 응축을 상징한다. 대표작 ‘불로부터’는 숯 조각으로 화면을 채운 후 돌출된 표면을 평평하게 갈아내면서 시작한다. 기나긴 수행 과정을 거쳐 반질반질하게 연마한 작품 표면은 나뭇결의 생김새에 따라 검은빛을 발산하고 숯의 단면에 드러난 나이테는 퇴적된 시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숯으로 만든 검은 바탕에 흰 선을 그어 회화적 제스처를 더한다.
드로잉 시리즈 ‘붓질’은 더욱 직관적으로 수묵 정신을 반영한다. 숯가루를 물에 개어 먹물을 만든 후 갈필로 그린 획의 붓 자국이 돋보이는 드로잉으로, 서예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서예에서 좋은 획이란 ‘기운생동’ 에너지가 담긴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배의 작업에서 획은 인간의 몸짓과 호흡, 리듬이 실린 생명력을 상징한다. 또 바탕이 되는 숯은 영원을 함축하는 연금술적 재료로 땅의 물질이 불의 힘을 빌려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종교적 갈망을 상징한다.





일 년의 숲_July to June, Colors on Grid Paper, 161.1×314cm, 53.7×78.5cm (12ea), 2019-2020
박형진 ⓒ 배경훈


박형진  Park Hyungjin 
박형진은 매일 마주하는 주변 풍경을 그리고 기록한다. 현대사회의 인공적 기준과 계획이 자연의 땅을 분할하고 착취하는 형태를 고민한 작가는 ‘색 점’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자연을 화두로 삼는다. 하지만 구체적 형태와 서사보다는 작업실 창밖 풍경, 나무의 색채 변화에 집중해 모눈종이에 기록한다. 작가는 특정 시간에 풍경이 보여주는 색을 채집하고자 다양한 안료를 섞어 직접 조색한다.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색채 표에 작가가 덧붙인 해설을 보면 하나의 색 점에 시간, 장소, 날씨,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 등 수많은 요소가 담겨 있다. 모눈종이를 빼곡히 채운 색 점은 작가가 경험한 시간의 산물로, 시간 단위는 짧게는 분과 시를, 길게는 한 계절을 나타낸다.
작가는 수행에 가까운 관찰과 기록에 근거한 진경을 담아낸다. 모눈종이 위 색 점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일종의 풍경화로 읽힘과 동시에 반복된 일상에 숨겨진 자연 질서를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색이 담기는 틀인 그리드는 단순한 조형 요소 이상의 기능을 하며 화면을 구획하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 색의 단위로 작용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작가가 경험한 시간 흐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평면으로 옮기고 구조화하는 하나의 틀로 그리드를 사용한다. 그리드와 점을 통해 세계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함축하고자 하는 노력은 풍경 이상의 시대 현실을 담는 방법으로 작용한다.





3P01, Ink and Rubbing Ink on Paper, 194×130cm, 2021
손동현 ⓒ 김상태


손동현  Son Donghyun 
손동현은 전통 기법으로 대중문화 속 가상 인물을 다루면서 초상화론의 동시대적 변용을 고민한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데이터베이스에 의거해 연대기 형식으로 발전한 초상 시리즈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가치 체계나 동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한 시대의 모습을 포착한다.
초기 초상화에서 벗어난 작가는 전통화의 주요 소재, 다양한 기법과 중심적 매체의 물성 등을 인물화로 재해석해 한국화 시스템을 해부하고 유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국 회화사에서 유독 사랑받는 소재인 소나무를 네 가지 상징으로 분류하고 4인의 협객을 각각의 상징과 연관된 표현 기법으로 구성, 소나무 그림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다룬다. 이 외에도 사혁의 화론인 육법을 비롯해 다양한 준법과 배채법, 탁본 기법을 새로운 인물화 방법론의 소재로 삼아 작업 세계를 확장한다. 인물화뿐 아니라 그리기와 쓰기의 관계를 주목하거나 전통 표구 방식을 변용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다.





Translated Vase-2019 TVCW 6, Porcelain and Ceramic Shards, Epoxy, 24k Gold Leaf, 83×61×61cm, 2019
이수경 ⓒ Che Photography


이수경  Yee Sookyung 
이수경은 조각, 설치, 영상, 회화,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 소재를 현대적 조형 감각으로 해석한다. 붉은색 안료인 경면주사로 종교적이며 주술적인 회화를 제작하거나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한국 무용을 조합하는 등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는 창작 태도를 유지한다. 이와 함께 경험, 기억, 상처 등 인간 개인의 보편적 문제도 다룬다.
대표작 ‘번역된 도자기’ 연작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깨지고 버려진 파편에 새 생명을 부여한 작품이다. 도자기는 파편이 되는 순간 본래 의미와 정체성을 상실하며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작가는 이런 잔해를 수집하고 전통 도자기 수리 방식으로 이어 붙여 콜라주 조각을 만들어낸다. 파편이 된 도자기를 퍼즐 맞추듯 섬세하게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과정, 즉 죽은 것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마법 같은 과정을 거쳐 불완전한 요소가 하나의 조각으로 재탄생한다. 실패나 오류를 넘어선 재탄생과 부활, 시련과 역경을 딛고 더 성숙해지는 아름다운 삶의 메타포가 담긴 작품이다.





고적대, Gouache, Ink and Acrylic on Paper, 130×162cm, 2020
이소정


이소정  Lee Sojung 
이소정은 필묵을 기반으로 유기적 추상 작업을 하며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면 위 이미지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개인적 경험과 욕망을 은유하는 형상과 인용부호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서사를 담아낸 초기작을 발표한다.
그 이후 재생과 일시 정지를 의미하는 기호와 전동 드릴의 매뉴얼에서 가져온 기호를 바탕으로 이전 작품의 구도와 형태를 구조 삼아 새로운 화면을 생성하는 방법론을 완성해낸다. 그뿐 아니라 화면의 실험을 전시 설치와 연출로 확장하기도 한다. 하나의 화면에서 다른 독립 화면을 파생하는 논리적이면서도 직관적 방법론을 통해 그림이 공간에서 새로운 질서를 생성할 수 있게끔 한다.
작가는 ‘탐정들’ 연작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장지 위에 한지를 덮고 색과 먹을 올린 뒤 걷어내어 화면 위에 스며든 흔적 사이의 형상을 찾아 나간다. 필터로 사용된 얇은 한지는 우연히 생겨난 주름 그대로 바짝 건조되고, 작가는 이 한지를 복제하는 템플릿(모양 자)으로 삼아 화면에 놓고 다시 색과 먹을 올려 우연성을 의도한다. 전작에 등장한 형상은 꼬리를 물고 연쇄와 증식을 반복하며 다음 작업의 실마리가 된다. 우연한 형태를 단서로 새로운 이미지를 그린 작가는 더 나아가 우연을 복제해 필연을 만들고자 시도한다.





왼쪽 예민한 심장 Ⅱ,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118×60cm, 2020 오른쪽 예민한 심장 Ⅲ,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118×60cm, 2020
이은실 ⓒ 이경범


이은실  Lee Eunsil 
이은실은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해 두껍게 만든 장지에 안료 입자가 큰 석채를 세필로 여러 번 쌓아 올리는 전통 채색 기법으로 작업한 작가다. 얼핏 전형적 한국화처럼 보이는 화면에는 흔히 한국화에 기대하는 바와 전혀 다른 소재와 서사가 담겨 있다. 인간의 욕망과 에너지, 혼돈, 자기 파괴, 맹목성 같은 극단적 상황과 정서의 적나라한 표출 등이다.
작가는 주류 한국화의 미적 이념과는 화합할 수 없는 감성, 사건, 서사를 화면 안에 도입해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일반적 한국화 범주에서 벗어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성적인 욕망, 억압과 혼돈 등을 화면에 담는다. 원초적 욕망과 근원, 그 이면을 탐구해 사회적 구조 안에서 억압되고 변질된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대담하고 진솔한 태도를 바탕으로 습윤하고 몽환적 화면에 긴장과 위트를 동시에 담아낸 작가는 최근 개인이 은밀하게 감추고 있는 내재된 욕망을 주목한다. 욕망은 사회가 제 기능을 하도록 움직이는 원동력임과 동시에 현대인의 다양한 정신 질환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맞춰 왜곡되고 분열·중첩되는 자아와 현실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듯 보여도 불안정과 결핍으로 텅 빈 허구가 된 내면의 자아를 작품에 담는다.





뿌리 없는 나무, Ink on Korean Paper, 205×140cm, 2022 
정용국 ⓒ 박홍순


정용국  Jeong Yongkook 
정용국은 현대의 도시화, 대중화 안에서 익명화된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수묵화를 선보이며, 먹의 색채와 물질성에 집중해 안개·물결·식물·정원 등을 감각적으로 그린다. 작가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전통 매체와 형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동시대 한국 화가로서 새로운 관점과 태도를 추구한다.
‘뿌리 없는 나무’ 시리즈는 식물의 형상과 몸의 내부 기관 형상이 닮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향나무에서 콩팥 이미지를, 은행나무에서 뇌의 주름 이미지를, 침엽수에서 폐 이미지를, 꽃에서 난소 이미지를 찾아내며, 뿌리에서 혈관계의 구조를 연상한다. 식물과 인간 장기를 겹친 이미지는 물질로서 몸을 상징할 뿐 아니라 끊임없는 변태 과정을 밟아가는 무의식적 욕망을 내장한 풍경이다. 작가는 신체 기관을 자유롭게 분절·이탈·접합·해체하며 재구성한다. 이종으로 변이한 기관 이미지는 화면에서 끊임없이 자기 증식하며 정체성의 분열로 인한 다중 자아, 정신·신체의 병리적 징후를 암시한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박수전(노블레스 컬렉션), 손동현(기획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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