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와 로니 혼, 영혼의 협업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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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4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와 로니 혼, 영혼의 협업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열린 로니 혼과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협업 전시가 곧 막을 내린다.

Félix González-Torres, Untitled (Blood), 1992. Courtesy de Félix González-Torres Foundation, Pinault Collection
© Estate of Félix González-Torres @Photo by Heinz Peter Knes

1990년,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LA 현대미술관(LA MOCA) 전시장의 텅 빈 바닥에 놓인 네모난 작품을 마주한다. 운명이란 이런 걸까? 2파운드 순금을 빛나는 직사각형 매트로 압축한 ‘Gold Field’(1982)는 바로 로니 혼(Roni Horn)의 조각 작품이다. 당시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Félix González-Torres)는 오랫동안 파트너로 활동한 로스 레이콕(Ross Laycock)과 함께 있었는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한 작가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마주한 작품은 단순한 심미성에서 오는 깊은 울림과 감정적 동요를 끌어내며 감동적 경험을 선사한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로니 혼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등 두 작가 사이 예술과 창조성에 관한 대화의 물꼬를 텄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친한 친구가 된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에세이 <1990: L.A, ‘The Gold Field’>에서 이 작품을 “새로운 풍경, 가능한 지평, 휴식과 절대적 아름다움의 장소”라고 묘사한다. 그뿐 아니라 로니 혼의 작품을 향한 헌사로 자신만의 ‘Gold Field’이기도 한 작품 ‘Untitled(Placebo-Landscape-for Roni)’(1993)를 만든다.
당시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만든 작품은 그의 대표작인 ‘사탕 더미’ 시리즈 중 하나다. 로니 혼의 금박 작품처럼 금으로 둘러싼 사탕 더미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사탕을 집어 가면서 완성되는 이 작품은 미니멀리즘의 물성과 비표상적 이상에 반항한다. 사람들이 하나씩 가져가면서 점차 줄어드는 사탕 더미는 매일 저녁 다시 채워져 처음 모양을 되찾는다. 관람객의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내며 욕망, 분노, 공포, 개인적 경험 등을 미니멀리즘적 미학으로 풀어냈다.





왼쪽 Félix González-Torres, Untitled (Orpheus, Twice), 1991. Courtesy de Félix González-Torres Foundation, Pinault Collection © Estate of Félix González-Torres @Photo by Heinz Peter Knes
오른쪽 Roni Horn, Double Mobius, v. 2, 2009/2018.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Roni Horn @Photo by Heinz Peter Knes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쿠바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개념예술가다. 백열전구 끈, 시계, 종이 더미, 사탕을 소재로 한 미니멀한 설치와 조각으로 유명하며 난민, 유색인종,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 같은 사회 소수자로서 자신을 극복하고 주류 미술계의 시스템을 전복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뉴욕에서 태어난 로니 혼은 활동 초기에는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미니멀리즘 조각을 선보이다 점차 하나의 사조로는 규정할 수 없는 독자적 양식을 구축한다. 점차 문학의 영향이 드러나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며 조각, 사진, 드로잉, 에세이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다. 두 작가 모두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1957년에 태어난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와 1995년생인 로니 혼은 비슷한 나이대와 동성애자라는 공통점으로 정체성 문제, 소수자의 공간, 에이즈의 비극, 사회 폭력에 저항하는 방법 등 공통적 이슈를 다룬다. 1991년부터 시작한 두 작가의 협업은 1996년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작품은 9월 26일까지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이 운영하는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이나 앤드리아 로즌 갤러리(Andrea Rosen Gallery) 등에서 두 작가를 묶는 전시가 열린 적은 있지만 파리에서 두 사람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2인 전시는 최초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Untitled(For Stockholm)’(1992)과 ‘Untitled(Blood)’(1992), 로니 혼의 ‘Well and Truly’(2009~2010)와 ‘a.k.a.’(2008~2009) 등 두 작가를 상징하는 네 작품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서 프랑스 관람객에게 처음 선보인다. 이 전시는 언어, 글쓰기, 시를 향한 두 작가의 공통 관심사가 드러난 작품을 통해 두 작가 사이의 힘과 친밀감을 보여준다.





Roni Horn, a.k.a. (detail), 2008-2009.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Roni Horn/ Pinault Collection @Photo by Heinz Peter Knes

전시의 첫 번째 공간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거대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불빛이 두 작가의 작품을 비춘다. 미니멀한 형태, 순수한 색으로 구성된 작품은 마치 한 작가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1990년 로니 혼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두 예술가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시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잠시 조용한 시간을 경험하고 나면 붉은색 구슬로 만든 커튼을 맞닥뜨린다.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두 작가의 협업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Nancy Spector)는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전형적인 히스패닉 미학과는 거리를 두고 규격화된 꼬리표를 거부했지만, 이 구슬 커튼만은 그의 뿌리를 연상시키는 매개체다. 이웃이나 심지어 가족 주택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시 공간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구슬 커튼을 지나가야 하는데, 이는 생전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정한 것이다. 두 작가는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관계 설정을 재정의하고 관람객을 전시에 포함한다. 이는 젊은 예술가 세대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 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이 전시는 로니 혼의 긴밀한 협업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로니 혼의 작품에 남긴 ‘새로운 풍경, 가능한 지평, 휴식과 절대적 아름다움의 장소’를 그대로 현실화한 숭고한 전시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로니 혼에게 추도사를 부탁할 정도로 두 작가는 협업을 넘어 끈끈한 우정을 나눈 사이였다. 한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났어도 두 작가의 예술 작품은 전시장에서 여전히 관람객의 참여를 기다린다. 두 작가의 협업이 어디서든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협업을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사진 제공 부르스 드 코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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