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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5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미술신

메가 갤러리 오픈과 아트페어의 성공이 이어진 미술 열기를 지속할 방법.

앤드루 러세스. 미국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로 최근 2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 미술계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정치학 학사 학위를, 페이스 대학교에서 유아 및 특수 교육 석사(M.S.T.) 학위를 받았다. <아트뉴스(ARTnews)>, <서피스(Surface)>, <뉴욕 옵서버(New York Observer)> 등의 기자로 일했고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아트포럼(Artforum)>, <파켓(Parkett)>, <아트리뷰(ArtReview)> 등 다수의 매체에 글을 썼다. 2013년 롭 프루잇 어워드(Rob Pruitt Awards) ‘올해의 비평가’로 선정됐고, 2019년에는 ‘시각예술 저널리즘’으로 래브킨상(Rabkin Prize)을 수상했다.

9월 초 프리즈 서울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 있는 미술계 종사자인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축제의 현장이 어땠는지 물었다. 비록 그 기간에 한국을 찾지는 못했지만,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던졌다고 한다. “프리즈 서울은 페어 위크에 가본 곳 중 가장 재미있었다”라고. 양질의 박물관, 열정적인 한국인 컬렉터, 다양한 행사의 열기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고. 물론 택시를 잡거나 네이버 지도를 다루는 일은 조금 귀찮았으나, 내게는 그마저도 애정 어린 기억으로 남았다. 지인은 서울을 찾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듯했다. 지금 시점에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자 즐거움이다. 많은 국제 예술 행사나 조직이 한국에 순례를 오기 시작했고,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신문기자인 아내의 직업 때문에 뉴욕에서 아내와 함께 서울로 이주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한국 예술의 깊은 역사와 아트 컬렉팅을 향한 열의에 감탄했다. 이번에 프리즈가 끌어낸 긍정적인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누구나 그 모멘텀을 감지할 수 있다. 2023년에 열리는 2차전에는 분명히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이다.
확실히 붐이 일었다. 그렇다면 버블 또한 커져가는 걸까? 짧게 답하면 한국 미술을 향한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아트 컬렉터, 딜러, 큐레이터가 한국 미술계, 옥션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국제적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여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미술이 해외로 뻗어나갈 것이다. 한국 미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과한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쓸거리를 찾아 한껏 들떠 있는 나 같은 저널리스트이자 미술 평론가에게는 그렇다.





왼쪽 리만머핀 서울 전경. Courtesy of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Photo by Texture on Texture
오른쪽 서울에 지점을 낸 타데우스 로팍. Courtesy of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Paris, Salzburg, and Seoul

하지만 아시아의 미술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콩의 고립은 서울에 요긴하게 작용했고, 지금 홍콩은 재개방을 앞두고 있다. 지난여름 가고시안의 디렉터 닉 시무노비치(Nick Simunovic)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The South China Morning Post)>를 통해 “홍콩의 쇠락에 관한 보고는 정말로 과하게 과장됐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미술 시장은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동안 홍콩 미술 시장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홍콩의 정치적 균열이 시장의 움직임을 위축시킨 것으로 여겼다. 일부 작가는 홍콩에서 더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가 감히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홍콩은 여전히 비즈니스를 하기에 편리하고 중요한 허브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홍콩과 서울의 대결일까? 속단은 금물이다. 한편 타국에서는 또 다른 지역의 참가자가 등장하고 있다. 아트 바젤이 11월 초에 열린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를 지원했고, 사뭇 야심 차게 들리는 도쿄 현대(Tokyo Gendai) 페어가 내년 여름 요코하마에서 첫 포문을 연다. 그동안 일본 미술 시장의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한 복잡한 세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 잦은 일정 변경으로 이른바 저주받은 페어로 알려진 아트 SG가 드디어 내년 1월 싱가포르에 상륙한다. 얼마나 많은 갤러리가 참여하고 싶겠는가? 또 얼마나 많은 컬렉터가 방문하려고 할까? (게다가 이미 전 세계에 너무나 많은 아트 페어가 있고 서로 대체 가능하지 않은가.)





2022년 가을에 열린 프리즈 서울 현장.
아래 ‘2022 프리즈 서울’의 아쿠아벨라 갤러리스(Acquavella Galleries) 부스 전경.

여기서 질문은 ‘한국은 이 모멘텀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선 떠오르는 한국 작가, 딜러, 공간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젊은 작가들은 내게 꾸준히 같은 말을 던진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나라 한 곳에 발을 걸쳐놓아야 한다고. 작가를 지원하려는 갤러리나 컬렉터가 턱없이 부족하고, 작가들이 미술계의 중심으로 들어갈 만한 연결 고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영리하고 도전적인 서울의 젊은 아트 딜러들도 같은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갤러리가 다른 나라 아트 페어에 참가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시행한다. (예술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일원으로서 질투가 날 정도다.) 물론 더욱 노력해야 하고, 박물관에 배당하는 예산도 늘려야 한다. 박물관에 예술품을 기증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행동보다 말이 쉽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박물관의 소장품을 계속 견고히 쌓아나가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아트 컬렉터도 더 과격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들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해하지 못한, 심지어 대놓고 꺼리는 작품을 위해서도 수중의 예산 일부를 썼으면 한다. 사실 이건 스릴 넘치는 부분이다! 세상 어디에서나 (미국도 마찬가지로 가슴 아픈 현실인데) 너무나 많은 컬렉터가 안전하게 돈을 쓴다. 마치 주식시장의 우량주처럼 트렌디한 그림만 얻고자 한다. 많은 컬렉터가 몇몇 작가의 작품을 사려고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지불한다.
한국 시장에 뛰어드는 딜러들(그리고 어드바이저들)도 한류가 글로벌 미술 시장에 퍼져나가는 동안 한국 국내의 아트 신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이름까지 밝히지는 않겠지만, 몇몇 국제적 갤러리는 한국에 지점을 열면서도 한국 작가를 한국과 해외에 소개하는 일이 현저히 적다. (어떤 곳은 서울에 지점을 낸 해에 백인 미국인과 유럽의 남자 작가들만 소개하기도 했다. 참 대단한 업적이다.)
아트 페어 시장 트랜드는 스치듯 왔다가 지나간다. 하지만 로컬 신에 투자하고, 작가와 딜러를 지원한다면 꾸준히 성장하는 자립적 미술 생태계를 가꿔나갈 수 있다. 작가들이 이곳에 머물고 이곳으로 이주하고 싶어 해야 하며, 그들의 작품이 다른 나라로 흘러가길 원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돈은 따라올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쓰인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앤드루 러세스(Andrew Russeth, 미술 저널리스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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