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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30

21세기의 고대

2022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펜디가 손을 내민 아티스트 루카스 게쉬안드트너와 그가 구현한 하우스 근원지인 고대 '로마'.

2022년 디자인 마이애미를 방문한 펜디 액세서리·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운데)와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왼쪽), 아티스트 루카스 게쉬안드트너(오른쪽). © Robin Hill

풍만한 몸매와 여유로운 제스처. 고대 예술 속 여인의 우아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근심·걱정이 사라진 환상 속 그 시대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이게 바로 고대 예술, 더 나아가 고전주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는지. 여기, 1995년생 젊은 아티스트가 재해석한 현대판 고대 예술을 소개한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여기에 패션 하우스 펜디의 숨결이 닿았다는 것. 서로 다른 분야의 천재들이 만나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극강의 상상력을 자극하니, 패션 하우스와 아티스트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로운 법이다.
이번 협업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빈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루카스 게쉬안드트너(Lukas Gschwandtner). 그는 인체 사이즈와 치수, 공간과 가구, 오브제 간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작가로, 현재뿐 아니라 과거 시대적 맥락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관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공개한 이번 협업 신작은 그가 진행하는 사례 연구 시리즈 ‘필로 포트레이트(Pillow Portraits)’의 일부로, 셰즈 롱(chaise longue, 팔걸이가 하나 있고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긴 의자)의 트리클리니움(triclinium, 로마식 긴 침대에서 비스듬히 누워 즐기는 식사 방식)을 주제로 했다. 필로 포트레이트는 직접 입는 등 관람객의 참여로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인 점을 미뤄, 쉽게 말해 루카스는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가구에 기대고 있는 여성 초상화, 조각상 등 역사적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캔버스 소재로 구현한 ‘입을 수 있는 작품’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 시리즈에서는 펜디를 설립한 도시인 고대 로마 예술과 건축물을 엿볼 수 있다.





위쪽 하드리아누스의 ‘잠자는 아리아드네’. © Le Puy–en–Velay / musee Crozatier
아래쪽 트리클리니움을 주제로 한 루카스 게쉬안드트너의 필로 프로젝트. © Robin Hill

그의 필로 포트레이트를 입는 순간 착용자는 자연스레 팔걸이에 기대 얼굴에 손을 괴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안토니오 카노바(Antonio Canova)의 ‘비너스로 분장한 폴린 보나파르트(Pauline Bonaparte as Venus Victrix)’와 티치아노 베첼리오(Titian)의 ‘우르비노의 비너스(Venus of Urbino)’, 하드리아누스(Hadrianus)의 고대 조각 작품 ‘잠자는 아리아드네(Sleeping Ariadne)’를 그린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고독(Solitude)’ 등 예술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루카스는 과거 작품에서 단순히 형태만 취할 뿐 이에 담긴 역사나 계급, 성별 등 사회적 맥락은 관람객 개인이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위쪽 트리클리니움을 주제로 한 루카스 게쉬안드트너의 필로 프로젝트.
아래 왼쪽 조르조 데 키리코의 ‘고독’.
아래 오른쪽 안토니오 카노바의 ‘비너스로 분장한 폴린 보나파르트’.

2022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소개한 루카스의 마지막 작품은 바로 펜디의 아이코닉한 피카부 핸드백을 재해석한 버전이다. 그는 백 안에 석고를 부은 다음, 원재료를 제거해 주물에 각인한 백의 내부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갈기갈기 찢어진 피카부 백과 내부 주름까지 명백히 남은 석고 모습이 박물관에 전시된 로마시대 유물과 화석처럼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루카스의 의도가 아닐는지.





트리클리니움을 주제로 한 루카스 게쉬안드트너의 필로 프로젝트.
루카스 게쉬안드트너가 재해석한 펜디의 피카부 백.
루카스 게쉬안드트너가 재해석한 펜디의 피카부 백.

 

에디터 윤혜연(y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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