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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3

내 몸 사용법

스스로 자신의 몸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몸의 정렬과 마음 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운동 ‘소마틱스'.

나를 알아차리다, 소마 요가
절전 모드로 겨우 다시 하루를 살아내던 현대인은 이제 보다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내 몸 충전법을 찾기 시작했다. ‘소마틱스(Somatics)’라는 용어가 부쩍 귀에 들어오는 이유다. 소마란 제3자가 객관적·과학적 관점에서 평가한 몸이 아닌 스스로 인지하고 내적으로 경험한 몸을 뜻한다. 소마틱스를 주창한 20세기 철학자 토마스 한나는 저서 <소마틱스>에서 ‘감각 인지와 운동 통제를 통해 감각운동기억상실증을 깨워 건강한 소마를 만드는 것’을 소마틱스라 말한다. 추상적이고 현학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우리는 감각운동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 ‘그냥’ 움직이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습관화된 움직임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뇌를 깨우고 필요에 따라 몸이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펠든크라이스와 알렉산더 테크닉이 소마틱스의 대표적 방식. 이러한 소마틱스의 뿌리에는 바로 요가가 있다. 최근 자주 들리는 ‘소마 요가’를 보고 또 하나의 새로운 요가가 등장했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요가힐러연구소 정혜령 대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가가 오히려 변형된 버전이라고 설명한다. 소마 요가야말로 요가의 본래 형태라는 것. “흔히 알려진 요가가 삼각 자세나 나무 자세 등 지시에 따라 만들어내는 결과에 집중했다면 소마 요가, 다시 말해 본래 요가에서는 특정 자세를 만드는 모든 과정, 그 자세 속에서 내적 감각을 인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저도 처음에는 대부분 사람의 니즈대로 변형된, 대중적 요가를 가르쳤어요. 그러다 자신이 취하는 동작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동작을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몸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런 만큼 소마 요가는 매우 디테일한 부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진행한다. “발꿈치를 좌골 쪽으로 움직이세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발꿈치와 좌골 사이에 선을 하나 그립니다.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 발꿈치를 당겨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머릿속에 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친절한 설명은 평소 자주 해보지 않은 동작이라도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지 않고도 느껴지는 감각인 고유 수용성 감각을 자연스럽게 강화하는 과정도 이어진다. “눈을 감고 누워 양손의 모습을 인지해보세요. 어느 손이 더 기울어져 있나요?” 자신 있게 오른손이라고 답했지만, 눈을 떠보니 놀랍게도 왼손이 더 기울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느낌은 실제와 다를 수 있어요. 소마 요가를 하다 보면 점점 실제와 같은 느낌을 수용하는 능력이 커지죠. 감각을 잘 느끼게 도와주면 그 결과인 움직임이나 자세는 저절로 좋아질 수 있어요.” 내 감각과 실제의 몸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은 사고방식의 변화도 이끌어낸다. 자신의 기준이 다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장된다는 것. 정혜령 대표는 소마 요가를 통해 무엇보다 달라지는 존재는 ‘나’라고 강조한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근육과 신경계가 잘 연결되는 것만으로 나라는 존재가 확고해지고 단단해져요. 위축되거나 예민해져 있다면 소마 요가를 경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회를 거듭할수록 나라는 존재가 여기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각이 만드는 똑똑한 몸, 펠든크라이스
소마틱스 운동법 중 또 하나인 펠든크라이스는 1942년 이스라엘 물리학자 모셰 펠든크라이스가 고안한 것으로, 한마디로 움직임을 통한 자기 계발법이라 할 수 있다. 성남에 자리한 LCP 인스티튜트는 국내에서 펠든크라이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표적 교육기관. 펠든크라이스의 가르침을 받은 미아 시걸의 제자, 도소은 대표가 2011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곳이다. 이곳의 박대선 부원장은 우리 뇌가 자각을 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설명한다. “펠든크라이스는 주도적으로 매 순간 내 몸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죠. 그런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뇌신경계 물질이 가지를 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습관적이던 몸 움직임이 훨씬 발전하게 돼요.” 내 몸을 인지하며 평소에는 하지 않던 방법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숨을 편하게 쉬는 등 과정이 반복되면 골격과 몸의 정렬이 바로잡히면서 호흡과 마음 상태도 좋아진다고. “펠든크라이스는 ‘강하게, 빨리’ 움직이던 기존 운동 방식과 달리 ‘쉽게, 작게, 천천히’ 움직이고 느끼는 방식을 말해요. 저 역시 30년간 궁중무술, 합기도, 검도 등 다양한 운동을 해오던 사람으로서 펠든크라이스를 접하기 전에는 양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잦은 부상도 마다하지 않고 살았죠. 펠든크라이스를 통해 심신을 질적으로 개선했다고 할 수 있어요.” 펠든크라이스 그룹 수업은 스스로 정렬을 스캔하며 시작했다. 소위 ‘똑바르다’라고 말하는 자세로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내 자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다 안내에 따라 양쪽 발바닥을 인지해보기도 한다. 전체 자세를 바라보던 내 인지가 자연스럽게 발바닥으로 옮겨간다. 양쪽 발바닥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지 자각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한쪽으로 무게를 옮겨보기도 한다. 누워서는 오른쪽 무릎을 들어보라는 안내를 받는다. ‘습관처럼’, ‘그냥’ 무릎을 세우려 했지만 박대선 부원장은 발바닥을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무릎을 인지한 후 적당한 지점에서 무릎을 구부려 세워보라고 지시한다. 이런 과정으로 무릎을 세워본 적이 있던가. 내 몸의 옵션이 하나 더 생긴 듯했다. 그룹 수업은 강사의 안내를 통해 한 시간 동안 내적 감각을 자각하며 진행된다. 한 동작을 반복한 후 아주 잠시 쉬는 시간도 가진다. 길어야 1분 내외, 그 짧은 시간 동안 잠시 렘수면에 빠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몇 가지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왼쪽 고관절에 만성 통증이 있기 때문인지 레슨 전, 발끝에서 선을 그으면 오른쪽 다리는 머리 끝까지 이어지는 느낌이었다면 왼쪽 다리는 고관절 즈음에서 선이 흐려지고 끊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레슨 후에는 왼쪽 다리도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선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박대선 부원장은 이를 ‘작업의 분배’라 설명했다. 덩어리로 쓰던 각각의 부위가 인지를 통해 각자 할 일을 잘하게 된 결과라고. 펠든크라이스를 처음 접해봤지만, 단 한 번의 경험으로도 머리가 시원해지고 눈까지 맑아진 느낌. 마치 8시간 숙면을 취한 듯 온몸이 개운하다. 한 번 수업으로 내적 감각 자각 효과를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 시간 동안 오롯이 내 몸에 집중한 것만으로도 컨디션이 바뀌고 하루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지금 심신이 지쳐 있다면, 다음 달까지 완성할 프로젝트나 최근 틀어진 인간관계 등 몸 이외의 것에 대한 꼬리 물기를 멈추고 내 몸 안으로 들어가볼 것을 권한다. 내 머리, 내 어깨, 내 다리와 호흡을 가만히 자각하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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