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록스 조각 공원의 대지와 예술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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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7

니록스 조각 공원의 대지와 예술

남아프리카공화국 속 문화 예술의 낭만이 가득한 특별한 공간, 니록스 조각 공원

니록스 조각 공원 전경.





니록스 조각 공원 전경.

INTRO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인 스테르크폰테인 동굴(Sterkfontein Caves)이 있다. 그 주변에 약 30헥타르(약 9만1000평)에 달하는 니록스 조각 공원이 자리 잡았다. 아름다운 이 공원은 요하네스버그 출신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벤지 리브만(Benji Liebmann)이 설립한 니록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조각 공원과 작가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콘서트와 각종 퍼포먼스를 펼치고 화려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까지 한곳에 모여 복합 문화 시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작품과 예술가, 대중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글로벌 현대미술의 지금’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이곳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오픈한다.
또 니록스 조각 공원에서는 ‘And Then There was Fire’라는 스페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공원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체 아르헨티나 그릴’이라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레스토랑의 공동 셰프 가운데 한 명인 베르나르도 코르티(Bernardo Corti)가 인류의 요람에 반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출발했다. ‘타파스 카페와 농장 테이블’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화염’이 함께하는 각종 그릴 요리와 풍성한 샐러드를 정갈하게 세팅한 메뉴를 제공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온라인을 통한 예약은 필수다.
해마다 겨울에 개최하는 국제 조각 페어도 놓치지 말 것. 남반구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겨울은 우리의 여름에 해당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됐지만, 2021년에는 어려움을 딛고 성대한 축제의 장을 열었다. 당시 축제의 주인공이 바로 한국이다. 2021년 5월 8일부터 7월 31일까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최하고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관한 ‘리얼 DMZ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열린 것. 박찬경, 백승우,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an Villar Rojas), 이수경, 정소영, 조경진 & 조혜령, 최대진, 함경아 작가 등 총 8팀이 참여해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아프리카 대륙 역사의 접점을 살펴보고, 두 문화의 이야기를 엮어낸 설치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대체로 장소 특정적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 이후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모두 니록스 재단에 기증했다. 이 작품들은 여전히 니록스 조각 공원에 자리한 채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남아프리카 지역의 대학, 예술 기관과 협력해서 30여 명의 작가를 선정해 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SCULPTURE PARK
니록스 조각 공원은 그동안 이름에 걸맞게 장소 특정적인 대형 조각과 대지예술 작품 50여 점을 곳곳에서 선보였다.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작품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남아프리카 작가 윌럼 보쇼프(Willem Boshoff)의 대형 설치 작품 ‘Jerusalem’과 ‘Children of the Stars’, 대지예술 작품 ‘You Never Know’, 터너상 후보에 무려 네 번이나 오르는 저력을 뽐낸 영국의 대지예술가 리처드 롱(Richard Long)의 2011년 작품 ‘Standing Stone Circle’과 ‘Humankind Ring’을 꼽고 싶다. 이 밖에도 데이터 기반 응용 프로그램을 인간의 표현과 몸짓에 결합하는 작업을 통해 예술, 건축, 공공 미술을 넘나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마르코 시안파넬리(Marco Cianfanelli)의 ‘Cerebral Aspect:141 and 110’, 비주얼 아티스트 조니 브레너(Joni Brenner)의 해골 두상을 닮은 작품 ‘Kin’, 천연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여성의 신체와 정체성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는 난디파 믄탐보(Nandipha Mntambo)의 여성과 켄타우루스를 동시에 연상케 하는 작품 ‘Minotaurus’, 설치, 영상, 사진 등으로 시대상을 담아내는 미카엘 수보츠키(Mikhael Subotzky)의 ‘Wendy Star’ 등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뿐 아니라 영국, 남미, 아시아, 기타 아프리카 국가 출신 작가의 작품을 골고루 아우른다.
조각 작품 외에도 니록스 재단은 매년 세계적 큐레이터, 기관 등과 협업해 짧은 전시와 공연을 함께 선보인다. 가장 최근 열린 전시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포르투갈 대사관과 협력해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예술가와 학자의 작품을 선보인 순회전 [Layers: Rock Art across Space and Time]이었다. 지난 1월 23일까지 열린 전시에서 작가들은 땅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도 하고 이곳에 세운 인공 건축물의 일부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으며, 드로잉과 조각, 작은 오브제까지 매체를 한정하지 않은 다양한 작품으로 말 그대로 대지와 공간, 시간의 다양한 층위를 살펴봤다. 전시는 이후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를 순회한다.
또 조각 공원에는 ‘The Covered Space’라는 특별한 전시 공간이 존재한다. 이곳은 솔로 아티스트의 설치와 공연을 위해 마련했는데, 2020년 12월 20일 니콜라스 로보(Nicholas Hlobo)가 이 공간을 채우며 다시 한번 니록스 조각 공원으로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반적 예술 공간과 달리 굵직하고 시원시원한 조각 작품을 자연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니록스 조각 공원은 특별하다. 대지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대지예술가를 환대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가용할 수 있는 땅이 적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땅의 쓰임이 아닌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니록스 조각 공원을 방문해 예술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장면을 꼭 눈에 담기 바란다.





한국국제문화교류 진흥원이 진행한 ‘리얼 DMZ 프로젝트’의 니록스 조각 공원 순회전 포스터.





니록스 조각 공원 전경.

RESIDENCY & PROGRAM
니록스 재단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벤지 리브만은 니록스 레지던시를 “예술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브만은 ‘글로벌 현대미술의 지금’을 표방하며 니록스 재단과 니록스 조각 공원을 운영한다. 이에 걸맞게 레지던시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기반을 둔 작가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능력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다.
현재 레지던시에는 요하네스버그에서 활동하는 작가 월터 올트만(Walter Oltmann)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전설적 조각가의 이름을 딴 ‘에두아르도 빌라 어워드(Edoardo Villa Award)’ 특별 조각상을 받았을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는 작가다. 남아프리카의 전통 공예를 연구하는 그는 이번에 다양한 예술을 실험하며 작품 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한다. 그 결과물은 올해 안에 열릴 개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비공개로 진행하지만 오픈 스튜디오 등을 통해 대중과 중간중간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또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작가들이 작품을 이곳에 ‘보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실 소장품을 뜻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벤지 리브만이 ‘소장’ 대신 ‘보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니록스 재단이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는 일’에 집중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이 밖에도 니록스 조각 공원에서는 1년 내내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린다. 대표적 예로 재단이 기획하는 콘서트를 들 수 있다. 잔디밭을 무대 삼고 하늘을 천장 삼아 펼치는 음악 공연은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니록스 재단은 사회정의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헌신적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과 자연을 통하는 방법이 그중 제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위해 마련한 장소를 애지중지한다. 공휴일이나 기념일에 맞춰 해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난 2월에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는 음악 콘서트 ‘All You Need is LOVE is all You Need’가 성대하게 열렸다.
지난해에도 니록스 재단은 재즈 콘서트, 요하네스버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아버지의 날 기념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사계절 내내 음악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예술, 음악, 자연을 아우르는 명실공히 아프리카 최대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니록스 조각 공원에서는 앤터니 곰리의 작품을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TRAVEL TIP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스테르크폰테인 동굴은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 다량 발견되면서 ‘인류의 요람’으로 불린다. 1936년 미시즈 플레스(Mrs. Ples), 리틀 풋(Little Foot) 등 인류사 연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화석이 연달아 발굴됐고, 동굴 내부 퇴적 공간을 통해 인류의 연대를 새롭게 추정할 수 있는 근거까지 발견한 곳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마로펭 방문자 센터에서 이곳에서 발굴된 유적에 관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요하네스버그는 금 채굴 역사를 토대로 건설한 금융 및 산업 대도시다. 아프리카와 유럽이 조화를 이룬 이 지역에서 아트 러버가 꼭 가봐야 할 곳은 바로 남아프리카의 20세기 역사를 보관한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Apartheid Museum)이 아닐까? 현대미술은 아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적 유물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동물 사자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라이언 앤 사파리 파크(Lion and Safari Park)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3시간 넘게 이어지는 사파리 여정의 화룡점정은 새끼 사자와 교감하는 시간이다.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넬슨 만델라 스퀘어(Nelson Mandela Square)를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요하네스버그에서 가장 화려한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로, 흑인의 자유와 민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동상을 보며 어두운 과거를 딛고 일어나 자신만의 문화를 개척한 시민의 저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정송(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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