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김계옥, 현대자동차&오화진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ISSUE
  • 2023-06-12

문화역서울284&김계옥, 현대자동차&오화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전시 소식들

문화역서울284에서 6월 4일까지 열리는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전에 출품한 김계옥의 ‘Second Surfaceʼ. 사진 이정우

땅이 속삭인다. 넓게 펼쳐진 대지 위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가 자라 열매를 맺고, 바람이 땅의 표면을 스치고 지나간다. 가만히 누워 귀 기울이면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문화가 태동하고 만물이 생동하는 기쁨의 소리다. 일상에서 더 나아가 땅을 기본으로 여기는 공예의 정신적 가치에서 다시 한번 생명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김계옥 금속공예가는 0.3mm의 가는 동선 한 줄 또는 두세 줄을 코바늘 뜨개로 마치 세포를 분열시키듯 다양한 패턴으로 연결해 제2의 피부를 만들었다. ‘땅ʼ을 재현한 1m 높이의 전시 공간에 놓인 작품 ‘Second Surface’는 마치 각각의 생명체처럼 보인다. 어쩌면 과거에 존재했으나 사라져버린 소중한 생명체일 수도, 아직 만나지 못한 순수한 생명의 원형일 수도 있다. 오래 들여다보니 이제 막 생명체가 태어나 깨진 알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튼튼한 구리로 얼개를 만든 작품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을 것 같은 강인함이 느껴진다. 인간이 욕심과 이기심에 눈멀어 눈앞에 놓인 이른바 발전이라는 임무에 몰두한 사이 자연은 점차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은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태어나면서 자연을 선물처럼 받아 무분별하게 사용해왔으니 이제는 인간이 자연에 고유의 원초성을 돌려줄 차례다. 고요히 존재하는 자연의 땅, 김계옥의 작품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순수성을 만날 수 있다.





나다라타 2023, 자동차 폐자재(와이퍼, 사이드미러, 룸미러, 헤드라이트, 안전벨트버클, 자동차본체 틀, 가죽시트 등), LED 등 보조재료, 가변설치(약 500×400×300cm), 2023 사진 최철림

물건의 쓸모는 누가 결정짓는가? 누군가는 버려진 물건에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시킨다. 지난 4월 성수동 AP어게인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전시는 쓸모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지난 4년 동안 자동차 폐자재를 이용해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소개한 것. 업사이클링이란 단순히 물건을 재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물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자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라는 점을 곱씹어볼 수 있었다. 특히 오화진 작가의 즉흥적 선택과 발상, 독특한 감각이 돋보인 작품을 주목할 만했다. ‘나다라타 2023’은 자동차 와이퍼, 사이드미러, 룸미러, 라이트 같은 재료를 사용해 작가 내면의 정신적 가치를 드러낸 작품. 작가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에 귀 기울이며 재료 본연의 의미와 에너지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김춘수의 시 ‘꽃’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쓸모를 다한 자동차 폐자재도 마찬가지다. 버려진 쓰레기가 작가의 손길을 거쳐 예술품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섣부른 선입견으로 물건의 가치를 판단하는 대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업사이클링이란 결국 우리 주변의 물건에 깃든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아닐까? 물건의 ‘리스타일ʼ은 우리가 그리는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최윤정(프리랜서)
사진 제공 오화진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