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가 탐구한 예술의 시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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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1

브레게가 탐구한 예술의 시간

프리즈 서울 2023과 다시 한번 조우한 브레게는 이제 물리적 시간을 넘어 예술로서 시간을 탐미한다.

프리즈와 브레게의 조우
지난해 서울을 뜨겁게 달군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의 성공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파트너십은 스위스 워치메이커 브레게와의 만남. 많은 브랜드가 시류에 따라 예술과의 접점을 급진적으로 만들어가는 시대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브레게의 미학적 코드와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현대 문화를 대변하는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와의 협업은 당연한 행보였다. 브레게는 수백 년 전, 현시대에 통용되는 워치 공식 대부분을 정의했다. 더불어 세련되면서 기하학적인 패턴 기요셰(guilloche)를 최초로 워치 다이얼에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인그레이빙 등 메티에 다르(metiers d’art)라는 예술 공예를 일찌감치 손목 위 작은 기계에 이식하며 기술과 미학의 정점에 다다랐다.
브레게가 오늘날 이룬 눈부신 성취와 영향력은 여타 브랜드에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 그런 만큼 브레게와 예술이 견고한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프리즈 공식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한 브레게의 CEO 리오넬 아 마르카(Lionel a Marca)는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뛰어난 워치메이커였을 뿐 아니라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브레게 하우스의 아이덴티티와 예술의 지론이 맞닿아 있음을 다시금 강조했다.
올해 브레게는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와 함께 아트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큐레이팅 주제는 ‘시간’. 프리즈 뉴욕에서 ‘오비탈 타임(Orbital Time)’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이후 프리즈 서울에서는 끝없는 흐름을 뜻하는 단어이자 오늘날 디지털 문화와 긴밀히 연결된 문화 소비 방식의 한 형태이기도 한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를 차용한 ‘스트리밍 타임(Streaming Time)’을 선보였다. 심소미 큐레이터는 전시에 앞서 중요한 모티브가 된 브레게 하우스의 배경을 언급했다. “18세기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에 의해 시작된 ‘브레게’는 당대 인류의 환경적 불안, 각종 재난, 전쟁, 역경에 맞서 시간을 측정하는 기술을 쉼 없이 발명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더 이상 의심치 않는 시계의 정확성에 도달하는 데 선구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프리즈 서울 전시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에 참여해온 브레게를 영감 삼아 쉼 없이 스트리밍되는 시간의 물살 속에서 동시대 시간의 질서가 변화하고 재조직되는 양상을 성찰하고자 합니다”라며 전시 개요를 설명했다.





위쪽 브레게 뮤지엄 피스 No. 2795 퍼페추얼 포켓 워치.
아래쪽 심소미 큐레이터와 안성석 작가.

브레게의 예술 프로젝트
이번 전시에는 현대사회에 잠재하는 문화적 시간을 서로 다른 예술 형식으로 구현한 안성석·정희민 작가가 참여했다. 두 작가 모두 오늘날 시간 개념을 표현하는 방식에 도전하며 사회 시스템, 물질성, 관습, 고정관념에 맞서는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디지털 사진과 영상을 선보인 안성석 작가의 작업에서는 게임이 연상되는 비주얼과 가상현실의 모티브를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실을 망각하고 소거하는 힘에 맞서 저항하는 일종의 기억장치이며, 영상 작업 ‘꺼지지 않는 알람소리’에서 표현한 동시대 사회는 일종의 모래시계 구조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심소미 큐레이터는 “모래시계 안에서 시간의 입자가 된 군중의 모습은 인간과 문명 사이 교류, 협업, 경쟁 및 파국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회화 형식 및 미적 관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정희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꽃을 모티브로 한 신작 ‘부서진 배 위의 세이렌 아네모이아’ 네 점을 선보였다. 모두 디지털 디바이스 화면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시간과 감각의 불일치를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스스로 이번 작품을 “회화에서 시간이라는 매개를 통해 형식을 이해하려 시도했으며, 반복적 실패라는 개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 시간이 우리 몸을 관통한 뒤 무엇이 남는지 자각하고,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프리즈 서울에서 만난 브레게 단독 전시장에서는 두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브레게 아카이브 속 역사적 워치와 컬렉션 신제품도 만날 수 있었다. 또 브레게 매뉴팩처 소속 장인을 파견해 기요셰 기법을 적용한 다이얼 제작을 직접 시연함으로써 브랜드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확인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브레게가 수백 년간 축적해온 시간을 프리즈 서울이 진행되는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두 설명할 순 없지만, 예술과 함께 브레게가 탐구한 시간은 그들이 촘촘히 쌓아온 업적처럼 영원불멸할 것이다.

 

에디터 박재만(c7@noblessedigital.com)
사진 제공 브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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