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철학가의 윤리적 샴페인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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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7

독특한 철학가의 윤리적 샴페인

'샴페인 서울' 행사를 위해 서울을 찾은 앙셀름 셀로스를 만났다.

아버지에게 와인 양조자라는 직업을 물려받았고, 이제 아들이 뒤를 잇고 있다. 당신에게 와인이 ‘운명’으로 다가온 그 순간 어떤 특별한 ‘모멘트’가 있었나? 내게는 그 순간이 좀 늦게 왔다. 1976년, 내가 도멘 셀로스를 맡은 지 2년이 지나서다. 내가 기르던 포도나무들이 나의 어떤 제스처에 따라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만큼 나의 개입이 포도가 잘 자라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포도나무와 협력하는 관계가 됐다.
부르고뉴에서 공부하고 양조자로서 커리어를 쌓으며 남다름을 인정받았음에도 다시 아비제로 돌아와 샴페인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그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1974년 1월 1일,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내게 도멘을 물려주셨다. 사실 부르고뉴에서 양조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챌린지가 주어졌고, 그래서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뿐이다.
테루아를 있는 그대로 살리는 포도 재배 방식에 대해 가족들에게 ‘게으른 포도 재배 방식’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설득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의 자크 셀로스를 만들었다. 만약 아들인 기욤이 자신만의 샴페인 양조법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들에게 늘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면 그건 그냥 모방이지 너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2011년부터 10년간 아들과 함께하며 양조를 가르쳤는데, 기욤에게도 분명 셀로스 집안만의 뭔가가 있다. 그랑 리저브 샴페인을 무게감 있으면서도 스파이시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만드는 재주가 있다.





서브스땅스는 셀로스만의 양조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크통 양조 방식과 철저한 이산화황 배제,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것, 도사주 역시 최대한 줄이는 것, 그리고 솔레라 방식, 이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 테루아를 그대로 살려냈지만 그만큼 당신의 와인을 마시기가 더 어려워졌다. ‘특정 애호가가 특별한 날 마시는 아주 구체적인 와인을 소량 생산하는 것’이 당신의 철학이지만, 당신만의 스타일대로 더 많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어도 생산량을 유지할 것인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고, 우리만의 독특한 와인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늘려가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초창기엔 사람들이 우리 샴페인을 맛보고 정말 이상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우리 와인을 맛보고 싶어 한다. 포도나무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주는 포도를 채집해 와인을 만드는 우리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질산 비료를 써서 포도를 재배하면 더 많이 생산할 수는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소믈리에들은 자크 셀로스 샴페인은 출시 후 최소 5년 이상 보관한 다음 마실 것을 권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숙성 기간은 얼마인가? 셀로스의 모든 와인은 출시하는 순간부터 즐길 수 있다. 물론 더 숙성하면 맛이 발현될 수도 있다. 가끔 20년 이상 숙성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와인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방법은 권하지 않는다.
자크 셀로스의 샴페인은 엑스트라 브뤼로 게스트로노믹 샴페인이기도 하다. 도멘의 아이코닉한 서브스땅스(Substance)에 어울리는 요리를 한 가지만 추천해달라. 사람들은 내가 파인다이닝 스타일의 음식을 즐길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소박한 음식을 좋아한다. 서브스땅스의 새콤한 산미와 고소한 맛은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아주 좋은 마리아주를 이룬다. 잘 익은 토마토의 새콤달콤한 풍미가 서브스땅스의 싱그러운 맛과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자크 셀로스를 즐기는 성스러운 순간에 더하면 좋을 요소에 대해 귀띔하고 싶은 팁이 있나? 시를 들을 때처럼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며 편안하게 즐기길 권한다. 또, 3개의 잔에 셀로스를 따르고 각각 다른 온도로 마셔보면 좋겠다. 배우 한 명이 캐릭터가 다른 영화 세 편에 출연하는 것 같은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에디터 이정윤(julie@noblesse.com)
사진 레오 보르가르(Leo Beaureg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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