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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3

몸에 착용하는 예술 작품, 현대 장신구

형식과 재료, 소재의 제한이 없고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또렷이 담기는 현대 장신구.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과의 협력으로 그 독특한 매력을 알리는 2개의 전시가 5월 말 서울에서 열린다.

Susanne Hammer, Circle Line Necklace, Aluminum anodized, 2024.

현대 장신구(contemporary art jewellery)는 동시대 예술의 한 장르다. 소재의 희소성과 세공의 정교함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전통적 파인 주얼리와 달리 재료와 기법, 형태 등의 제한 없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주제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현대미술과 유사하다. 전통적 미술을 벗어나 다양한 기술과 매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현대미술가처럼 현대 장신구를 만드는 아티스트는 건축과 조각, 회화, 사진 등 경계 없이 동시대 예술 장르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작품에 텍스트와 시적 영감을 더하기도 한다. 재료 선택 역시 어떤 경계나 제한 없이 대담한 실험을 하는 것이 현대 장신구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금과 은, 스테인리스스틸, 청동, 황동, 나무, 종이, 천, 플라스틱, 고무, 라텍스, 심지어 폐기물까지 어떤 것이든 현대 장신구를 제작하는 데 사용한다.
여타 예술 장르에 비해 현대 장신구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20세기 초반 금과 은 등 귀금속과 주얼리의 대중화와 함께 현대 장신구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특히 빈에서는 당대 가장 뛰어난 주얼리 작품이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화가인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등이 설립한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공방인 빈 워크숍(Wiener Werkstätte)에서 생산되었다. 이후 현대 장신구는 20세기 중·후반 큰 발전을 이루었다. 오스트리아 빈과 그라츠를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새로운 재료와 구조, 형태 등에 대한 대담한 실험이 시작되었고 최근엔 대량생산 방식, 컴퓨터와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현대 장신구는 몸에 착용하는 예술 작품이다.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뚜렷이 담기기에 현대 장신구를 착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적·정치적·미학적 발언을 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부나 지위를 과시하기보다는 착용자의 성격이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에 가깝다. 현대 장신구는 때때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하며 타인과 함께하는 자리에 느긋한 분위기를 더한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직접 착용하는 것 외에도 현대 장신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소형 조각 작품처럼 전시할 수 있도록 일부 아티스트는 작품과 함께 진열장으로 사용 가능한 케이스나 진열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의 신체에 주얼리를 이식한 1980년대 오스트리아 아티스트 페터 슈쿠비크(Peter Skubic) 같은 극단적 사례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미국과 독일, 스웨덴 등에서 공부한 아티스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며 현대 장신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주로 현대적 재료의 실험과 전통적 재료의 재해석에 집중하는 한국 현대 장신구 아티스트는 2020년 정준원 작가가 프리드리히 베커 프라이즈(Friedrich Becker Prize)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1986년 서울 워커힐미술관에서 57명의 미국 현대 장신구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고, 2013년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현대 장신구 아티스트 44인의 작업을 소개하는 〈장식과 환영 – 현대 장신구의 세계〉를 개최했다. 그리고 2024년 5월 말,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과의 협력으로 현대 장신구의 독특한 매력을 알리는 전시가 열린다.
〈장식 너머 발언(Beyond Adornment): 한국-오스트리아 현대 장신구 교류전〉 5월 28일~7월 28일, 서울공예박물관 한국과 오스트리아 현대 장신구 작가 111팀의 작품 총 557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역할을 하는 신체와의 관계성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심상 속에 투영된 자연을 담고, 다양한 시공간과 얽힌 작가의 내면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표출하는 등 예술 작품으로서 현대 장신구를 알린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작가와 착용자 모두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표현 매체로 자리매김한 현대 장신구의 세계로 초대하는 전시다.

 〈Vienna Calling〉  5월 29일~6월 12일, 갤러리오
주얼리의 기능과 신체와의 관계를 실험하는 주자네 하머(Susanne Hammer), 인간의 본능으로서 ‘장식하는 행위’를 탐구하는 베네딕트 피셔(Benedikt Fischer), 재해석한 전통적 파인 주얼리의 형태와 플라스틱 등 현대적 재료를 결합하는 페트라 치메르만(Petra Zimmermann), 목재와 산화된 은 합금을 활용한 가볍고 현대적인 주얼리로 이름 높은 미헬레 크레머(Michelle Kraemer) 등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현대 장신구 아티스트 4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오스트리아 팝 뮤지션 팔코(Falco)의 노래를 인용한 것.





Michelle Kraemer, Lost in Time Brooch, Balsa wood, pigment, varnish, silver, steel, 10x10x5cm, Unique piece, 2023.
Petra Zimmermann, Ring, 2017.
Susanne Hammer, Padded Necklace, Stainless steel, 2024.
Susanne Hammer, Out of Line Necklace, Aluminum hand-pressed tube, anodized, string, 2021.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갤러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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