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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6

Perfect Prestige

제네시스의 기함이 돌아왔다. 부분 변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변신을 감행했다. EQ900에서 G90로 이름까지 바꿔가면서.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플래그십 세단의 새로운 기준이 될 G90와 온전히 소통한 시간.

부산 아난티 코브 G90 프라이빗 쇼룸에 전시한 골드코스트 실버 컬러의 G90.

G90, 그 강렬한 첫 만남
부산의 변두리 마을인 기장의 풍경은 소박하다. 해운대와 불과 20분 떨어져 있지만,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해운대 해안과 달리 에메랄드빛 너른 바다와 쪽빛 하늘이 불분명한 경계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펼쳐진다. 일렁이는 파도조차 잔잔하고 소란스러움이 없다. 이 순수하고 여유로운 해안가를 둘러싼 신비로운 성이자 복합 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 제네시스 G90를 처음 만난 건 바로 이곳에서다. G90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EQ900를 신차급으로 변경시킨 모델이다. 내·외관을 풀체인지 수준으로 바꿈과 동시에 해외와 동일하게 G90로 개명하며 위용을 드러낸 차. 공식 런칭 행사를 이틀 앞둔 11월 24일, 부산에서 남보다 먼저 이 차를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그것도 아주 특별하게. 제네시스는 신차를 공개하기 전, 일정 고객에게만 은밀하게 차를 보여주는 마케팅을 펼친다. G70를 출시할 때도 프라이빗 쇼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전화 예약과 카마스터를 통해 일반인의 참가 신청을 받았으나 G90는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게 핵심 고객을 선별해 사전 행사를 열었다. 전국에 단 4곳. 제네시스 강남과 인천 네스트 호텔, 대구 파크 드림 갤러리 그리고 부산 아난티 코브가 G90 프라이빗 쇼룸으로 변신했고, 사전 예약한 고객만이 실제 차를 구경하며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듣는 기회를 얻었다.




1 G90 투어가 끝난 후 제공되는 케이터링 서비스.
2 곳곳에 고객이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쇼룸 내부 그리고 포르토 레드 컬러의 G90.

너른 바다를 압도하는 첫인상
광활하고 거대하며 한눈에 보기에도 화려한 공간일 거란 기대와 달리 프런트 데스크와 라운지로 이루어진 입구는 차분하면서 적막이 흘렀다. 어쩌면 보안 서약서를 작성하고 휴대폰 카메라를 봉인하는 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주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운 작전에 투입된 기분이 들었다. 전담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아 제네시스 로고가 그려진 회전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어졌다. 촘촘하게 직선을 강조한 천장과 이를 떠받치는 여러 개의 기둥이 마치 그리스 신전처럼 구조적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널찍한 공간. 통유리창 너머로 수많은 바위가 방파제 대신 파도를 막아주는 대자연의 절경이 펼쳐지고, 이를 배경으로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G90가 서 있었다. 마치 고요한 바다에 뜬 빙하처럼 비현실적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첫인상이 만남을 좌우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G90는 단연 성공적이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기존 EQ900를 완전히 뛰어넘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EQ900가 토종 국내파라면 G90는 해외 유학파 느낌이랄까. 중후한 멋이 흐르지만 왠지 모르게 자유로운, 고상한 품격이 넘치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를 갖췄다. G70의 레드와 달리 묵직함을 더한 포르토 레드, 은은한 금빛이 도는 골드코스트 실버 그리고 우직한 티타늄 블랙까지, 이곳에 전시한 총 세 가지 컬러의 G90는 광활한 푸른빛 바다를 압도했다.

완벽에 가까운 변신
“정면에 보이는 크레스트 그릴은 다이아몬드에 빛을 비췄을 때 보이는 아름다운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은 지-매트릭스(G-Matrix)를 적용했습니다.”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전면부를 가득 채운 방패 형상의 그릴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듯한 시각적 효과를 주는 디테일로 시선을 끈다. 그릴보다 살짝 아래쪽에 위치한 헤드램프도 인상적. 다른 차와 비교했을 때 한결 슬림한 스타일로, 4개로 분리된 형태의 쿼드램프가 강렬하게 반짝인다. “측면부는 사이드미러에 있던 턴 시그널이 아래쪽으로 내려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헤드램프부터 턴 시그널까지 일직선을 유지하죠.” 실제로 G90의 디자인은 내·외관 모두 ‘수평적 구조’의 실현을 특징으로 한다. 전면부터 측면까지 수평적 캐릭터 라인을 유지해 안정적이고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19인치 휠도 파격적이다. 넓은 접시처럼 디자인했다는데, 바깥쪽에 지-매트릭스 패턴을 둘러 화려한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존보다 강렬해진 전면, 측면에 반해 후면부는 넓은 리어 콤비 램프와 레터링 엠블럼이 눈에 띄는 정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없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정제된 디자인으로 균형미를 완성한 느낌이다.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의 무광 리얼 우드와 가공 처리를 최소화한 프라임 나파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어요. 우드 소재와 어울리는 투톤 내장 컬러를 새롭게 적용해 고급감을 극대화했죠.”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버튼도 모두 리얼 크롬으로 교체했다. 누르는 각도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정교한 디테일 속 리드미컬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이 차는 뒷좌석을 위한 쇼퍼드 리븐 카다. 동급 최고의 레그룸 공간을 확보했고, 시트의 엉덩이와 등받이 부분에 지-매트릭스 퀼팅 패턴을 새겨 미적 감각과 착좌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설명. 그렇게 외관부터 내부, 첨단 기술까지 제네시스 G90와의 심층 만남은 40분간 계속되었다. 매우 친절하고, 또 아주 정중하게. 직접 타볼 순 없었지만 G90를 탐험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남들이 놓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만족시킬 줄 아는 것이 진정한 프리미엄이라면, 제네시스가 G90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과 수평적 헤드램프가 돋보이는 로열 블루 컬러의 G90.

G90, 그 설레는 첫 경험
부산에서 돌아와 며칠 후 공식 출시를 마친 제네시스 G90와 조우했다. 네이비보다 선명하고 블루보다 채도가 낮은 점잖은 로얄 블루 컬러를 입은 차.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색상의 깊이감이 미묘하게 달랐다. 비가 그친 뒤 한 줄기 햇빛조차 비집고 들어올 틈 없이 밀도 높게 덮인 안개 속에서도 LED 시그너처 라이팅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머금은 크레스트 그릴은 대형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운전석에 오르자 EQ900를 처음 탔을 때 감탄했던 안락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3년 전 이맘때도 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로 출범하면서 첫선을 보인 EQ900를 타고 서울과 춘천을 왕복했다. 돌이켜보면 EQ900는 최상급 플래그십 세단인 동시에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 모델이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듯 자율주행 역시 우리 생활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킬 거란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법규상의 문제를 차치하고 운전자에겐 분명 편리하고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그사이 자동차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간의 자유를 끊임없이 확장했다. 첨단 기술 집약체라고 소개한 G90, 이 차의 시동을 걸며 핵심 기술을 온전히 느껴보리라 다짐했다.

지능적 안전 기능
출발하기 전, 먼저 센터페시아의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을 연결했다. EQ900는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았으나 G90는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문자가 오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수신을 알려주고, 큰 디스플레이로 T맵이나 카카오내비도 사용 가능해 좀 더 친숙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덕분에 평소 사용하는 카카오내비로 목적지를 검색한 후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강남대로에 진입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7인치 클러스터. 차선을 바꾸려고 방향 지시등을 켜자 후측방 카메라가 옆 차선의 상황을 포착해 클러스터에 띄운다. 처음엔 전방에 뜬 직관적 상황이 다소 낯설게 느껴져 고개를 자꾸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 얼마 지나지 않아 꼿꼿하게 앞만 보고 차선을 변경하는 여유가 생겼다. 사이드미러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확인하거나 비가 와서 사이드미러가 젖어 있을 때도 꽤 유용한 기술이다. 어느덧 차창 밖으로 회색빛 도시 풍경이 사라지고 커다란 산과 오밀조밀 이루어진 골짜기, 작은 내가 펼쳐졌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워낙 주행 안정감이 뛰어나 나도 모르게 제한속도를 넘기기 일쑤였지만,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을 작동하자 앞차의 주행 흐름에 맞춰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매끄럽게 움직인다. 여기까진 EQ900와 비슷한 수준. G90는 한발 더 나아가 도로 정보를 인식해 제한속도구역에 진입하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영리함을 발휘한다. 차로 유지 보조(LFA) 기능도 안전한 주행에 한몫한다. 마치 차선을 밟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차를 끊임없이 중앙으로 유도하는데, 덕분에 차선이 불분명하더라도 선행 차량을 따라 올곧게 중앙으로 달리게 된다. 한결 정교하게 다듬은 주행 보조 기술 덕분일까. 핸들과 액셀러레이터에서 손과 발을 뗀 채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안온함을 느꼈다.




3 레터링으로 안정감을 더한 후면부.
4 우드 소재와 어울리는 투톤 내장 컬러를 적용한 실내.
5 리얼 모니터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뒷좌석.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
이 차는 운전의 묘미를 찾는 대신 운전자의 감성을 터치하는 신기술을 발견하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외부 공기 유입 방지 제어 시스템이다. 히터 바람으로 답답함이 느껴질 무렵 창문을 살짝 내리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달렸는데, 터널 입구에 다다르자 창문이 스르르 올라왔다.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곧 터널을 지날 거라는 사실을 인지한 G90가 창문과 공조를 자동으로 제어한 것. 공기 질에 예민한 시기여서 그런지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는 영민함이 더욱 기특하게 와닿았다. “소음이 발생하면 반대 위상의 음원을 만들어 소음을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을 적용했습니다.” 부산에서 들은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정숙함도 EQ900를 뛰어넘는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 후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도 배기음이나 풍절음이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은 뒷좌석 탑승객이 느끼는 엔진 부밍 소음을 줄여 정숙성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 여기에 야간 운전 시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곱 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무드 램프까지. 성능과 디자인, 안전 기술을 집어넣는 데만 치중하지 않고 꼼꼼히 숨겨둔 감성적 디테일이야말로 프리미엄의 가치를 증명하는 요인이다.

쇼퍼드리븐의 매력
돌아오는 길엔 운전대를 놓고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G90는 제네시스의 최상위 쇼퍼드리븐 세단인 만큼 안락함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 차가 인상적인 이유는 실내 곳곳에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탄 후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어느새 스르르 단잠에 빠져들었다. 조수석 시트를 앞쪽으로 최대한 밀어놓고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디테일이 너무나 섬세했다. 자연스러운 감촉의 프라임 나파 가죽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 그리고 무거운 머리를 받쳐주던 이탈리아 다이나미카(Dinamica)사의 고급 스웨이드로 제작한 헤드 쿠션. 단순히 최고급 세단에 탔다는 느낌이 아닌,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며 안락함에 도취되는 기분이었다. 이 밖에도 탑승자를 배려한 요소가 곳곳에서 손을 내민다. 전방에 위치한 리어 모니터를 통해 DMB, 음악등을 별도로 체크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고, 차량 내에 탑재한 17개의 렉시콘 스피커가 콘서트홀에 온 듯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제공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동식 커튼이 차창을 가려 외부와 완벽히 차단하고, 첨단 용접 방법을 적용한 공명 흡음 휠을 사용해 운전자와 조근조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정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달콤한 잠에서 깬 뒤에도 한참 동안 기분 좋은 설렘에 취해 있었다. 품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여유로운 공간과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며, 정서적 일체감이나 기분좋은 교감까지 안겨주는 제네시스 G90의 여운을 느끼면서.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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