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다양한 모습을 캐치하는 작가, 미야지마 타츠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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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7

시간의 다양한 모습을 캐치하는 작가, 미야지마 타츠오

시간을 디지털 기호와 명멸하는 LED로 시각화하여 실존과의 고리를 찾는 작가.

Photo by Kenta Sawada

미야지마 타츠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전자시계나 전광판에 쓰이는 LED 같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삶과 죽음, 시간의 순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1980년대 이후 서구의 다원주의적 경향과 동양의 불교적 철학을 동시에 수용하고 논리와 이성의 상징인 숫자를 그만의 조형 언어로 선택했다. 샌타바버라 미술관, 민생현대미술관, 시드니 현대미술관, MET 브로이어, UCCA 현대미술센터 등 세계적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 지바시 미술관 개인전에 이어 도쿄 모리 미술관 그룹전에 참여했고,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Mega Death, 1999/2000/2016/2018, Installation View , MCA Australia, The Rocks, 2016
Courtesy of MCA Australia Photo by Alex Davis

지바시 미술관(Chiba City Museum of Art)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축하드려요. 제목이 ‘미야지마 타츠오: 1995-2000 연대기(Tatsuo Miyajima: Chronicle 1995-2000)’입니다. 1995년이면 25년 전인데, 그즈음 작가님의 시간과 현재 작가님의 시간을 비교해볼 때 스스로 변화를 느끼나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25년 전 시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당시의 사건, 당시 제가 만든 작품뿐이죠. 그러므로 1990년대와 현재 사이에 차이는 없습니다.

2002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카운트 오브 라이프(Count of Life)>를 봤습니다. 전시장에서 느닷없이 맞닥뜨린 완전한 어둠과 이후 하나둘 다시 켜진 푸른 LED 불빛, 빛이 전달하는 낮은 진동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숫자 앞에 선 나’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메가데스(Mega Death)’(1999)라는 강렬한 미술 경험을 선물해준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 관람객의 경험은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요?
당신이 작품을 감상한 그때 제 작품과 당신 자신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예술은 당신 안에 있다(Art in You)’는 말을 오래전부터 강조해왔습니다. 예술은 작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에서 예술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즉 지금 보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위대한 예술은 당신의 내면에서 본성과 열정을 이끌어내고,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메가데스’가 그 촉매제가 되었다니 기쁘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Still Cut ‘Counter Voice in the Water at Fukushima’ (2014/2020)
Courtesy of Akio Nagasawa Gallery

모리 미술관 단체전 에서 선보이고 있는 ‘시간의 바다 - 도호쿠 프로젝트(Sea of Time - Tohoku Project)’(2020)도 인류에게 닥친 대재난에 대한 집단적 시간의 기억을 다룹니다. 약 3년간 3000명의 사람을 만나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 프로젝트의 모티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습니다. 당시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로 1만8000명이 죽거나 실종됐습니다.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저는 그 지역으로 달려가 진흙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절망적이고 슬프고 두렵던 당시의 장면을 저는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팽창한 경제로 지구는 과부하에 걸렸습니다. 그때는 저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사람들이 그동안의 행동을 후회하며 자연이라는 거대한 힘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어버립니다. 성찰의 시간은 우리의 바쁜 일상으로 지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1년 재해와 재난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 당시를 기억하는 저 자신을 기억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카운터 보이스 인 더 워터앳 후쿠시마 (Counter Voice in the Water at Fukushima)’(2014/2020)도 동일본 지진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숫자 세기와 물그릇에 머리 넣기 같은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퍼포먼스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숫자 세기라는 개인적 행위를 통해 웃음과 절박함, 작가님 앞에 놓인 물그릇과 배경으로 보이는 바다, 흔들리는 화면을 가지고 삶과 죽음이라는 개념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와 LED 조각 설치 작품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LED를 이용한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아티스트로서 시작은 퍼포먼스였습니다. LED 작품이 퍼포먼스에 잘 맞는 오브제라고 생각했습니다. 1995년에 다시 퍼포먼스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작품을 공연하고 그 안에서 예술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숫자 세기 퍼포먼스는 모든 사람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한 한국 아티스트가 이 퍼포먼스를 했고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일반인이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작품을 어디에서든 선보일 수 있습니다. 시도하세요.

2012년부터 기존의 LED 기반 디지털 카운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주변 환경과 서로의 관계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임의의 리듬에 의해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진화 중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예술과 과학, 학제 간 협업 과정에서 예술이 반드시 성취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도쿄 대학교 생명공학과 이케가미 다카시(池上高志) 교수와 상의해 LED가 마치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이게 하는 간단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아티스트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작품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마치 정신 나간 것처럼 자유롭게 행동하지만 반대로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예술은 과학처럼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술은 사람들이 옳은지 그른지 모르는 것을 제공해야 하며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Hiten-No.2, Light Emitting Diode, IC, Electric Wire, Wooden Shelf, Switching Power Supply, 241×686×13cm (Installation Size), 72 Pieces, 2020
Photo by Nobutada Omote





Counter Gap, LED, IC, Electric Wire, Steel Frame, 597.6×11×7.3cm, 120 Pieces, 1989/2020
Photo by Tatsuo Miyjima Studio

2013년 ‘시간과 함께 사는 집(House Lives with Time)’ 프로젝트 이후 한국에서 7년여 만에 열리는 개인전입니다. 일본 도쿄와 한 달 내에 연속해 열리는 개인전이기도 한데, 한국과 일본 각각의 프로젝트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습니까?
이번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Connect with Everything)>전에서 선보일 작품은 다양한 소재를 통해 불확실한 세상을 그려내고자 합니다. AI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항상 ‘우리의 미래는 예측 가능하며 이에 대응하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는 비정상적 기후변화를 야기했고 이에 따라 각종 자연재해도 속출했습니다. 또 확률 이론으로 계산되는 세계경제는 아주 작은 변화도 엄청난 요동으로 변해 세계를 한꺼번에 대공황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게 됐습니다. 더욱이 끝없는 지역 간 갈등과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확산 등은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는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전 등장한 카오스 이론과 나비효과(브라질에서 날던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음)는 ‘이 세상은 인간이 쉽게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나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이러한 세상의 원리를 생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에 내보낸 작품은 작가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결과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그림과 벽, 바닥 등 어디에나 걸 수 있는 천으로 만든 작품 ‘흔들리는 시간(Unstable Time)’, LED의 색과 속도가 계속 바뀌는 작품 ‘비천(Hiten)’ 등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비천’을 구성하는 벽걸이형 선반에 놓인 가제트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카운트다운 주기마다 색상이 바뀝니다. 둔황 막고굴의 수많은 비천상을 모티브로 한 점이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악기를 들고 천의(天衣)를 날리며 떠다니는 비천상을 보면서 들리지 않는 소리와 보이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어떻게 비천상과 디지털 기호를 연결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비천’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비행을 뜻하는 일본어 ‘飛天(ひてん)’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입니다. 비천상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합니다. 보통은 일단 작품을 만들면 고정되고 권위를 갖게 됩니다. 반면 이 작품에서 선반 위에 놓인 LED는 다른 위치에 설치하거나 아예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LED의 위치는 자유롭게 옮길 수 있습니다. 즉 작품의 소유자는 그 형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나는 ‘비천’과 같이 자유로운 예술을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시간’은 작품의 프레임워크 자체를 고정적인 것에서 비고정적인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비고정적이고 불확실하며 가변적인 느낌이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작가님의 작품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요?
그림은 벽에, 조각은 바닥에 놓아야 한다고 누가 결정했나요? ‘흔들리는 시간’은 벽이나 선반에 깔끔하게 걸 수 있습니다. 바닥에 눕히거나 소파에 뉘어둘 수도 있어요. 이 작품은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하게 합니다.





Painting of Change-002, Oil on Canvas, Dice(Rembrandt Oil Colour, Permanent Red Light, Permanent Orange, Still de Grain Yellow, Vermilion), 180×128.4×3cm, 2020
Photo by Nobutada Omote





Unstable Time S-No.5, Light Emitting Diode, IC, Electric Wire, Nylon Fabric, Switching Power Supply, 220×220×1cm, Dimension Variable, 168 Pieces, 2020
Photo by Nobutada Omote

‘변화의 그림(Painting of Change)’은 드물게 보는 회화 작품입니다. 7개의 컬러 캔버스는 ‘주사위 굴리기’라는 불확정한 사건의 결과로 디지털 숫자 1부터 9까지 표현할 수 있어요. 작가님은 이 작품을 일종의 공연 예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회화의 역사는 그림이 그려진 상태 그대로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그림은 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소유자는 주기적으로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에 나온 숫자를 설치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변하는 그림입니다. 특정 숫자를 설치한 후 남은 불필요한 부분은 바닥에 눕혀둡니다. 그림은 벽에 걸려 있을 때 ‘그림’이고, 바닥에 놓이면 그림이 아니라 죽은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이런 그림의 구조 자체를 비판하는 회화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변화의 음악(Music of Change)’을 작곡한 존 케이지(John Cage)에게 헌정했습니다.

저 같은 청개구리 감상자에게 ‘변화의 그림’을 안겨준다면, 각 캔버스를 디지털 숫자에 맞추지 않고 7개의 캔버스로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기호를 조합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몇몇 디지털 숫자는 알파벳 I, B, b나 한글의 ㄱ처럼 보이는데요.
아쉽게도 그건 반칙이에요.

이후의 작품 활동이나 전시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2021년에는 도쿄 메이지진구 숲 페스티벌, 기후현 미술관, 베를린 부흐만 갤러리,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의 노르드브라반트 뮤지엄,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등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류정화(전시 기획자)
사진 제공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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