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겨울 여행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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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1

랜선 겨울 여행

사진가 이명호, 구본창, 김희원이 찰나의 겨울, 한 순간을 담았다.

이명호
“나무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 흰 천을 나무 뒤에 드리움으로써 자연에 묻힌 나무는 제 모습을 오롯이 드러낸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캔버스에 나무를 그리는 대신 나무 뒤에 캔버스를 드리우는 일뿐이지만, 사진 행위의 본래 뜻도 여기에 있다. 이 사람이 준 편지를 저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 내 어릴 적 꿈은 우편배달부였는데, 가장 단순하고도 말초적인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아주 보람되고 내게 가장 알맞은 일 같았다. 사진은 그 꿈의 다른 형태다. 세상의 한구석을 들추고 환기하는 일, 이성과 감성을 객관화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내게는 사진이다. 마침 겨울이 왔다. 봄부터 가을까지 가득 채운 캔버스를 텅 비우기 좋은 계절. 그리고 다시 채울 준비를 하게 하는 계절.”







구본창
“2009년 런던, 몇 년 만에 내린 폭설로 시내버스와 전철이 운행을 중단한 적이 있다. 교통이 마비되어 소음이 꺼진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헤맨 기억이 난다. 그러다 어느 골목길에서 마주친 장면이다. 매서운 추위 탓에 흘러내리던 눈은 고드름이 되었지만, 따스한 오렌지빛 백열등이 온기를 전해준다.”
오른쪽_ “2008년 일본 가나자와에서는 겨울을 밟고 지나간 발자취를 만났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한적한 공원에 남겨진 무수한 발자국이 삶의 행로를 떠오르게 한다.”







김희원
“2019년 겨울, 12월 9일 파리의 점심. 그즈음 나는 어머니와 여행하며 그동안 마음에 아껴둔 장소를 공유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두려움을 차마 예측할 수 없던 시기에, 카메라를 들었다. 엘즈워스 켈리(미국의 화가이자 조각가, 미니멀리스트)의 창문 작업을 본 후, 같은 공간을 나라면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수년간 담아온 사진을 통해 고민하며 피사체(창밖으로 들어오는 풍경)와 공간을 나누었다. 추위와 차가운 바람은 야속했지만, 찍는 마음과 시선만큼은 따뜻했던 그 순간.”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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