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에는 아쉬운, 여전히 고유한 박서보 개인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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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0

놓치기에는 아쉬운, 여전히 고유한 박서보 개인전

‘한국 현대 미술의 아버지’ 박서보의 개인전이 10월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망설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는 단 한 사람의 작가에게만 허락된다. 묘법과 단색화로 한국 근대 미술을 세계에 알린 박서보 화백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10여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이 한창이다. 사진으로만 수 없이 접해온 박서보 화백의 색채 묘법 작품들을 눈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이미지 제공 국제 갤러리

한국의 단색화 라는 장르와 개념을 만들어낸 박서보 화백은 그간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유의미한 그룹전들을 진행해 왔으나, 국내에서 자신의 개인전을 선보이는 것은 2010년 국제갤러리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2000년 이후 작업해온 색채 묘법 근작 16점이 소개되고 있다. 색채 묘법은 박서보의 묘법 연작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1970년대 초기 연필 묘법과 1980년대 중기 묘법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제공 국제 갤러리

손의 흔적을 강조한 초기 묘법들과 달리 일정한 간격의 고랑으로 형태를 만들고 풍성한 색감을 강조하여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 중 하나가 바로 색채 묘법이다. 박서보의 회화에서 줄곧 그러했듯 그의 작품 속 ‘색’은 시대상을 드러내어 왔다.





이미지 제공 국제 갤러리

1960년 후반 서양의 기하학적 추상에 대응하여 전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유전질 연작에서는 전통적인 오방색, 1970년대 ‘비워냄’의 실천을 연구했던 연필 묘법 연작에서는 색 자체에 비중을 두지 않기 위해서 흰색을 택했다. 2000년대 이후 강렬하고 선명한 색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활동에서 가장 급진적인 시도처럼 보여지지만 실제로 그가 이런 선택을 한 데에는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던 그가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대면하면서 느낀 공포심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지 제공 국제 갤러리

‘왜 회화 작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평생에 거쳐 던져왔다는 박서보 화백은 근대에 이르러 더 이상 회화를 자기 표현의 도구로서 활용하지 않는다. 관람객에게 의도된 경험을 강요하거나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화면에 정적인 고요함과 리듬감있는 활력만을 남겨서 보는 이의 스트레스를 흡인하는 장을 만든다. 스스로의 작품을 ‘흡인지’라 부르는 이유다. 가을의 초입에 시작된 박서보의 개인전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그를 아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이들 작품 앞에 서기를 권해본다. 수 많은 시간을 캔버스 위에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해온 거장이 말하는 “행위의 무목적성, 행위의 무한 반복성, 행위 과정에서 생성된 흔적을 정신화 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체험하는 것은 작가의 언어가 아닌 작품과의 대면을 통해서만 가능한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에디터 남미영(denice.n@noblesse.com)
디자인 이지현
사진 제공 국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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