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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5

미술계를 움직이는 아트테이너들

막강한 컬렉팅 파워를 자랑하는 아트테이너들의 이야기.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리는 문성식 작가의 개인전 . 2019년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개최한 개인전이 많은 셀렙의 관심을 모으며 대중에게도 더욱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솔비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권지안 작가의 작품 ‘Just a Cake_Angel’(2021). 캔버스에 혼합 매체와 스피커를 사용해 작업했다. 사진 제공 엠에피크루

대중문화와 정통 예술 사이에는 분명 거리가 존재해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 둘의 경계에서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혜선, 솔비, 나얼, 하정우, 박기웅, 이혜영, 하지원, 김규리, 조영남, 위너의 송민호 등이다. 이른바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거나 그룹전에 참여하고 아트 페어에 출품하며 여느 예술가와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는 박기웅과 나얼처럼 실제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인물도 있고 솔비나 송민호처럼 탁월한 재능을 바탕으로, 취미로 시작했으나 점점 더 진지하게 마음을 쏟는 이들도 있다. 특히 솔비는 영국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2021 포커스 아트 페어 런던’에 출품한 작품이 완판됐고, 지난해 12월 바르셀로나 국제 아트 페어(FIABCN)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예술가로서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진짜 예술가인가?’란 물음표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과연 진짜 예술가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 진짜 예술가와 진짜가 아닌 예술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이른바 아트테이너라 불리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진중권을 비롯한 여러 미술평론가는 “미술대학 나온 것을 신분으로 생각하는 것이 하나의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초현실주의 작가이자 나이브 아트의 대가 앙리 루소, 우리나라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수근, 빈센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실제로 미술 거장 중 우리가 아는 많은 이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만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작품성과 예술성이 없는 것은 아니며, 이미 이들을 통해 그 사실은 증명되었다.





영국 유수 갤러리인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한 위너의 송민호. 한 관람객의 관람 모습.





2021년 활력 넘치는 한국 미술 시장의 정점을 찍은 KIAF 2021 전시장 전경.

이제 이들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알아보고 소비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관람객, 즉 대중의 몫으로 넘어오게 된다. 또 자신의 작업에서 의미를 찾고, 새로운 것을 꾸준히 만들어내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갈고닦는 것은 예술가에게 주어진 업보다. 우리가 이 둘을 한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때 비로소 이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아트테이너의 예술계 활동 반경은 작품을 만드는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에 부쩍 몸집을 키운 미술 시장 혹은 전시장에서도 이들의 진가가 나타난다. 특히 아트 페어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지는데, VIP 오프닝은 물론 수시로 페어장에 심심치 않게 연예계의 소문난 컬렉터가 출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은 2019년 미국의 <아트뉴스(ARTnews)>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컬렉터 50인’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적 K-팝 스타로 발돋움한 방탄소년단(BTS) RM의 영향력은 또 어떠한가. “RM이 본 전시와 그렇지 않은 전시로 나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그가 관람한 전시는 기필코 입소문을 타고 대중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미술에 문외한이던 이들도 RM이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인 전시라는 이유만으로 그와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미술사와 작가, 전시를 공부하기에 이른다. 또 ‘리얼 버라이어티’가 성행하며 많은 스타가 방송을 통해 자기 집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직접적으로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밝히지 않아도 이후 그 작가가 전시를 열 때면 ‘스타 ◦◦의 선택을 받은 작가’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수십 개의 기사가 업로드될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자신의 집에 어떤 그림을 거는지, 또 어떤 작가를 눈여겨보는지가 그 작가와 작품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겨울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를 연 문성식 작가의 작품은 고소영과 지드래곤 등 한류 스타가 관심을 보인 이후 2년이 막 지난 지금, 수요와 작품 가격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먼 나라 이야기 같던 예술을 대중문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곁으로 가까이 끌어와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은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관심과 급격히 높아진 작품 가격은 결코 작가에게 득이 될 수 없다. 작가는 늘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비슷비슷한 것을 답습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높아진 기대만큼 늘어난 수요, 치솟은 가격은 분명 작가의 작업을 옥죄는 사슬이 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가 예술계에 보이는 관심은 생각보다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 문턱이 낮은 미술관, 누구나 될 수 있는 컬렉터. 예술계는 벌써 오랜 시간 이를 꿈꿔왔다. 아트테이너들은 분명 선뜻 다가가기 어렵던 예술을 조금은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계가 오랜 시간 꿈꿔온 ‘모두를 위한 쉬운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소비 환경이 이들 덕에 도래할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을 ‘따라’ 무분별하게 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통해 예술에 입문했다면, 이제 당신만의 눈과 취향을 키울 차례다. 이는 오롯이 당신에게 주어진 과제이므로 정말 예술을 마주하는 것이 편해졌다면, 또 사랑하게 되었다면 당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기 바란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엠에피크루, 코리안아이 2020, 한국화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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