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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5

예술,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대안적 포용의 언어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4월 7일부터 94일에 걸쳐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최장 기간 이다.

솝힙 피치의 ‘춤’(2021).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 류젠화.

꺾이지 않는 물의 힘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에 걸쳐 관람객을 맞이한다.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최장 기간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다양한 장소에 자리 잡는다.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이숙경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아시아태평양 리서치센터 수석 큐레이터가 발표한 주제이자 제목은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다. 다소 시적인 제목은 노자의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차용한 말로, 아무리 강한 것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유약한 물을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질성과 모순조차 수용할 수 있는 물의 속성처럼 올해 비엔날레는 전쟁과 난민 문제, 인종차별과 기후 재난 등 인류가 직면한 모든 위기 상황에 반응하고 이를 수용하는 예술의 자세와 방식을 보여주고자 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세계 30개국에서 온 작가 80여 명이 참여한다. 그중 절반에 달하는 40여 명의 작가가 신작을 준비한 만큼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도 많으며 소위 비엔날레형 작가로 불리는 유명 작가보다는 오랫동안 관련 주제에 천착한 작가로 전시를 구성한다.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이라는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광주 민주화 정신, 전통의 재해석, 탈식민주의, 디아스포라, 생태와 환경 문제 등을 다룬다. 나아가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보고 인류 공동의 미래를 생각하고자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모리 유코의 ‘I/O’(2011~현재).





크리스틴 선 킴의 ‘Every Life Signs’(2022).

중심과 변방을 넘는 새로운 대안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에 뿌리를 둔 전통의 재발견’이 올해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특히 광주시가 내포한 다원성을 ‘광주 정신’의 기원으로 삼아 서구 식민주의적 계층구조를 벗어난 대안적 지식 구조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서예, 수묵화, 판소리, 칠기 등 공예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를 광주로 모아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문화, 남태평양 우주론, 북아프리카 시학 등 일견 동떨어져 보이는 요소와 한국의 도시 광주 사이에서 초문화적 유사성을 찾고자 한다.
참여 작가의 면면도 다채롭다. 일본 홋카이도 출신 아이누 예술가이자 음악가로서 작품에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마윤키키(Mayunkiki)는 지금은 잊히거나 전승이 끊긴 아이누의 전통문화를 담은 사진을 선보인다. 아이누는 홋카이도, 혼슈 등 북부 지역에 거주하던 선주민을 말하는데, 토착 공동체 문제는 물론 억압받고 소외된 다른 소수집단까지 주목하려는 의도다.
프놈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솝힙 피치(Sopheap Pich)의 작품도 눈여겨볼 것. 캄보디아의 공예 문화에 기반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가 이번에는 국립광주박물관 공원에 나무 다섯 그루로 구성한 야외 조각 ‘춤’을 내놓는다. 작가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루미늄 식기를 직접 나무에 두드리며 형태를 복제해 마치 하나의 무용 작품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한국 작가는 광주 출신인 강연균, 김민정, 유지원을 포함해 김구림, 김기라, 김순기, 엄정순, 오석근, 오윤, 이건용, 이승택, 장지아 등이 참여한다. 특히 몸을 매개체로 사회적 금기를 다루는 장지아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과거 노동 기구이면서 고문 도구로도 쓰인 바퀴로 만든 설치 작품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 휠)’와 작품에 관한 청사진(cyanotype)을 함께 선보인다.
참여 작가의 면면과 그들의 다양한 신작에서 드러나듯 올해 비엔날레는 지정학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문화권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 사이 가변적 연결성을 강조하고자 노력한다. 세계적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경험과 저력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광주 정신에 기반해 지구 공동체의 엉킴(문제)을 새롭게 조명하겠다는 포부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전통 공예를 존중하는 새로운 시도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이숙경 예술감독에게 현대미술 전문 기획자로서 다른 문화권과 광주의 문화를 연결하고자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물었다.
“동시대를 반영하는 현대미술이 이 순간을 있게 한 역사, 전통과 연결되는 점을 주목하고자 합니다. 비엔날레의 도시로 불리는 광주가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함께 문화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 지역의 역사적 맥락이 정치적·사회적 맥락과 닿아 있는 지점과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차별, 억압, 불평등은 세계 각지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언제든 존재하는 이슈죠. 다른 도시, 다른 마을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의 작품이 광주의 역사와도 공명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습니다.”
이숙경 예술감독의 말에 공감한다. 올해 비엔날레를 감상하는 모두가 차이에서 비롯한 단단하고 오래된 갈등과 갈등 사이를 유연하게 흐르는 물처럼 다양한 문화적 뿌리를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런 포용력이 바로 예술의 힘이자 역할이다.





과달루페 마라비야의 ‘Disease Thrower-Purring Monster with a Mirror on Its Back’(2022).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윤하나(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제공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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