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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6

에도의 여행자처럼 바젤을 걷다

스위스 예술 중짐지 바젤에서 일본의 채색 목판화 우키요에 전시가 대규모로 열린다.

Toyohara Kunichika, Onoe Kikugoro V as Shibata Katsuie, Colored Woodblock Print, 34,6x23cm, 1869. ©Jonas Hänggi
Utagawa Kunisada, Sawamura Tanosuke III as Koshimoto Okaru from ‘Chūshingura’, Colored Woodblock Print, 35.8x24.6cm, 1860. ©Kunstmuseum Basel
Katsushika Hokusai, Tamagawa River in Musashi Province, Colored Woodblock Print, 25.7x36.7cm, 1831. ©Jonas Hänggi


일본 미술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큰 파도(Big Wave)’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1830~1831)일 것이다. 대표적 우키요에(浮世絵) 작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의 작품으로 역동적 화면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고, 원근법으로 멀리 표현한 후지산과 낮게 설정한 수평선이 당시 네덜란드 동판화의 영향을 보여준다. 유럽과 일본의 상호 문화 교류를 뚜렷이 보여주는 산물인 우키요에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 바젤에서 열린다.
스위스와 프랑스, 독일의 접경지대에 자리한 바젤은 스위스 제3의 도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아트 바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매년 전 세계 예술 애호가를 끌어들이는 이 도시의 여러 미술관 중 하나인 쿤스트뮤지엄 바젤에서 〈메이드 인 재팬: 히로시게, 구니사다 그리고 호쿠사이의 채색 목판화(Made in Japan: Color Woodblock Prints by Hiroshige, Kunisada and Hokusai)〉전(3월 16일~7월 21일)이 열린다. 화학자 카를 메틀러 박사(Dr. Carl Mettler, 1877~1942)가 수집해온 일본 목판화 컬렉션을 중심으로 쿠퍼스티히카비네트(Kupferstichkabinett) 컬렉션의 채색 목판화 350여 점이 포함된다. 그중 일부 목판화와 원판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유흥가의 향락과 인물을 중심으로 한 우키요에의 소재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일상적 장면과 풍경 등으로 확장되었다. 17세기 후반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되면서 열린 예술 부흥기에 탄생한 우키요에는 한때 작품 하나가 소바 한 그릇 정도 가격일 만큼 값싸게 유통된 대중 예술이었다. 이런 일본의 대중 예술이 발 빠르게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또 유럽의 영향을 신속히 흡수하기도 했다. 프러시안블루 안료를 사용한 것도 유럽 문물을 받아들인 결과인데,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작가다. 독특한 쪽빛이 특징인 히로시게는 ‘도카이도 53 역참(東海道五拾三次)’(1832)과 그의 사후 아들이 완성한 ‘명소 에도 100경(名所江戶百景)’(1856~1858) 등의 연작이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 교통의 동맥과도 같던 도카이도 고속도로를 따라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묘사한 이 풍경화는 에도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쿤스트뮤지엄 바젤 노이바우 외관. 노이바우는 ‘신관’이라는 의미로 2016년 개관했다. ©Mark Niedermann
쿤스트뮤지엄 바젤 노이바우의 뮤지엄 숍. ©Mark Niedermann
쿤스트뮤지엄 바젤 하우프트바우(본관)과 노이바우를 연결하는 통로. ©Mark Niedermann
쿤스트뮤지엄 바젤 하우프트바우 내부 정원. ©Julian Salinas


우타가와 구니사다(歌川國貞, 1786~1865)는 생전에 많은 작품을 남기며 최고 수준의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과감한 표현과 섬세한 선이 돋보이는 풍경 판화, 다양한 미인도와 인물화 등을 남긴 그의 작품 역시 전시에 포함된다. 단 10개월간 활동으로 남긴 약 140점의 작품으로 세계적 초상화가가 된 도슈사이 샤라쿠(東洲斎写楽)도 주목할 만한 작가다. 본명과 생몰연도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 작가가 만든 가부키 배우들의 초상은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지만, 당대 일본에서는 다른 작가의 판화에 비해 판매량이 다소 떨어졌다고 한다. 한데 도기 포장재로 쓰여 유럽으로 넘어간 후 오히려 재평가를 받았다.
스위스와 일본의 수교 16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쿤스트뮤지엄 바젤은 1661년부터 꾸준히 소장품을 늘리고 예술적 혁신을 이어왔다. 2016년에는 이번 전시가 열릴 노이바우(Neubau)를 새롭게 확장 개관했고, 쿤스트할레 바젤에서 9년 가까이 일한 엘레나 필리포비치(Elena Filipovic)를 오는 6월 새 관장으로 맞이할 예정이다.
바젤 시내는 그리 넓지 않다. 쿤스트할레 바젤과 쿤스트뮤지엄 바젤, 바젤 순수예술박물관과 스위스건축박물관, 아트 바젤 행사장 등 주요 미술 기관이 지름 1.6km의 원 안에 모두 들어갈 정도다. 가장 먼 건물도 걸어서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 그러니 걸음을 재촉하면 공연을 보고, 식도락을 즐기고, 판화를 고르던 에도의 여행자처럼 들뜬 마음으로 바젤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200년 이상 전성기를 누린 우키요에는 몇 가지 화풍으로 갈음할 수 없는 폭넓은 세계다. 장면을 하나하나 바라보다 보면 가부키와 게이샤, 요시와라 유곽(吉原遊廓) 등 당시 도시 중산층인 조닌(町人) 계급을 중심으로 꽃피운 에도의 문화와 풍속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눈에 익은 작품들을 기준점 삼아, 이번에 공개하는 컬렉션을 통해 에도의 깊은 길목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어떨까.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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