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퍼져나간 예술 , 아트 바젤 홍콩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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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7

도시로 퍼져나간 예술 , 아트 바젤 홍콩

아트 바젤 홍콩이 3월 26일과 27일 VIP 프리뷰 데이를 시작으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HKCEC)와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

Sheila Hicks, HIC-148, 2024. Photo by Petrò  ilberti. Courtesy of Sheila Hicks and  alleria Massimo Minini.

매년 홍콩의 3월은 예술로 물든다. 홍콩 아트 위크를 의미하는 ‘아트 인 홍콩(Arts in HK)’이 돛에 커다랗게 쓰인 정크 보트가 침사추이와 센트럴 지구를 가르는 바다 위를 오가고, 눈에 보이는 전광판은 온통 전시와 아트 이벤트 소식을 알리며, 대형 쇼핑몰의 중앙 홀부터 가족들이 거니는 공원, 길거리, 학교와 성당까지 크고 작은 전시가 열리거나 설치 작품이 놓인다. 홍콩과 예술 그리고 3월,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아트 바젤 홍콩이 있다.







Martin Wong, Love Letter Incinerator (1%), 1970. Courtesy of the Martin Wong Foundation and P·P·O·W. ⓒ Martin Wong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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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중심으로
42개국에서 온 240개 갤러리가 참가하는 행사 자체의 규모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MGM 디스커버리 아트 프라이즈(MGM Discoveries Art Prize)를 신설했고, 아트 바젤의 경험을 기념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아트 바젤 숍을 홍콩 페어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며, 전시장 바깥에서 열리는 오프사이트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작년 〈아트나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트 바젤 홍콩의 디렉터 앙젤 시앙-리(Angelle Siyang-Le)가 이야기한 것처럼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예술을 활성화하는” 아트 바젤 홍콩의 지향점이 올해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령 아티스트가 제작한 영상 작품과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필름(Film) 프로그램은 홍콩을 대표하는 비영리 예술 공간 파라 사이트(Para Site)와 올해 처음으로 협업, ‘우주에서는 언제나 밤이다(In Space, It’s Always Night)’라는 주제로 생태적 상호 의존성, 신체와 정신, 사회적 제약 속 회복력, 인간의 욕망과 더불어 인류가 점점 더 얽히게 되는 상호 연결과 존재를 형성하는 기술적 현실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주제의 단편 영상을 선보인다. 역시 홍콩의 비영리 기관 비디오티지(Videotage)와 함께 꾸린 프로그램은 홍콩 아티스트의 영상 작품으로만 구성된다. 아트 바젤 홍콩은 참가 갤러리의 절반 이상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공간을 두고 전시를 개최하는 갤러리로 채운다는 페어의 기조를 올해도 지켜나간다. 드넓은 전시장 한가운데, 대규모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Encounters) 섹터는 아트 바젤 홍콩의 시그너처와도 같다. 지난 2015년부터 인카운터 섹터를 총괄 기획해온 알렉시 글라스-캔터(Alexie Glass-Kantor)는 ‘세상이 돌아가는 대로(As the World Turns)’라는 제목 아래 패시지(Passage), 얼터레이션(Alteration), 차지(Charge), 리턴(The Return) 네 가지 주제로 섹터를 구성한다. 총 18개 작품 중 14개가 글라스-캔터의 마지막 큐레이션이기도 한 올해의 인카운터 섹터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인카운터 섹터에는 매년 하나씩 전시장 밖에 설치하는 오프사이트 프로젝트가 있는데, 올해는 몬스터 쳇윈드(Monster Chetwynd)가 홍콩의 대표적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파크 코트(Pacific Place Park Court)에서 조각과 안무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품 ‘랜턴플라이 발레(Lanternfly Ballet)’를 선보일 예정. 국내 갤러리 중에선 갤러리바톤이 영국 설치미술가 리엄 길릭(Liam Gillick)의 구조적 작품을, 휘슬갤러리가 폐종이를 활용해 작업하는 허지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왼쪽 Hayal Pozanti, Cosmic Trees,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Jessica Silverman.
오른쪽 Zac Langdon-Pole, Another World Inside this One, 2024. Courtesy of the Artist.



선명하게 드러나는 기획
메인 섹터 갤러리(Galleries)의 부스에서 일정한 주제를 정해 전시하는 캐비닛(Kabinett) 섹터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36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부스별로 큐레이션의 의도가 뚜렷이 드러나 관람하는 재미를 더한다. 뉴욕 첼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갤러리 P · P · O · W 부스에서는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의 협업으로 사후 더 유명해진 중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마틴 웡(Martin Wong)의 초창기 세라믹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라피티 등 스트리트 아트와 벽돌을 주제로 한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미술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한 웡은 작가 경력 초반에는 세라믹 위주로 작업했다. 1970년대 초반 한 미술관에서 작품에 글리터(glitter)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전시가 거부된 이후 세라믹 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흙과 벽돌의 이미지는 도예 작업에서 연유한 것이다. 최근 세계 아트 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일본 회화 작가 미나미타니 리카(Rika Minamitani)의 표정이 풍부한 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도미오 고야마 갤러리, 동시대 중국 작가들이 수묵으로 작업한 작품을 모은 잉크 스튜디오의 부스 역시 둘러볼 만하다. 신진 작가 한 명의 작품을 부스를 통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ies) 섹터에는 총 12개 작가와 갤러리가 참가하는데, 한국에선 회화 작가 이해민선(휘슬갤러리), 버려진 종이를 덧붙여 인물상을 만드는 신민(P21)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신민 작가는 올해부터 신진 예술가 지원과 새로운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MGM 디스커버리 아트 프라이즈의 최종 후보 3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신민 작가는 생계를 위해 거대 외국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에서 일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감자튀김 포대의 포장지를 활용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 노동자 군상을 만들어낸다. 역시 최종 후보 중 한 명인 인도 작가 사주 쿤한(Saju Kunhan)은 가족사진을 목재 패널에 상감 기법으로 확대 재현한 작품으로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MGM 디스커버리 아트 프라이즈의 최종 수상자에게는 5만 달러(약 7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마카오 MGM 라운지에서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컨버세이션(Conversations) 프로그램에서는 인공지능(AI)과 동남아시아의 예술 후원, 건축과 예술이 만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등을 주제로 오늘날 문화 예술계를 주도하는 창작자와 기획자가 함께 자유롭게 대담을 나눈다. 앞서 소개한 필름과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은 아트 바젤 홍콩 입장권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프로그램이다. 드넓은 컨벤션 센터의 수많은 부스를 오가느라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다.







위쪽 Noriyuki Haraguchi, Triad I, II, III, 2012. Courtesy of the Artist and YOD  allery.
아래왼쪽 Poppy Jones, Quartet,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Herald St, London.
아래오른쪽 아트 바젤 홍콩 기간 도시의 전광판은 온통 전시와 아트 이벤트 소식을 알린다.



황금기의 재구성
페어장 바깥에서도 예술은 계속된다. 매일 저녁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이 되는 M+ 뮤지엄 외벽에서는 작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연 전시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로 애호가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낸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Ho Tzu Nyen)의 신작 ‘Night Charades’(2025)를 3월 22일부터 6월 29일까지 상영한다.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장식한 상징적 캐릭터와 명장면을 AI로 재구성한 이 작품에는 장궈룽과 장만위, 저우룬파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의 모습과 왕자웨이 감독의 고독하면서도 탐미적인 영상 미학, 우위썬 감독의 우아한 총격전, 쉬커 감독의 한계 없는 상상력 등 시그너처 스타일이 담길 예정이다. 역사의 파편을 독창적으로 재구성하는 호추니엔 특유의 스타일이 AI와 만나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어떻게 새롭게 재해석할지 자못 기다려지는 프로젝트. M+ 뮤지엄 바로 옆 서주룽 문화지구에서는 웨스트K 펀페스트(WestK FunFest)가 3월 21일부터 4월 27일부터 열리는데, 작년 아틀리에 시수(Atelier Sisu)의 대규모 설치 작품 ‘Ephemeral’이 은은한 소리와 빛으로 선사한 감흥을 뛰어넘을 색다른 프로젝트를 기대해본다. 이 밖에 타이쿤(Tai Kwun)에서는 물리학을 조형으로 치환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이름난 베를린 기반 아티스트 알리차 크바데(Alicja Kwade)의 개인전이, K11 아트 파운데이션에서는 동시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 그룹전 〈어딘가 가까이 그리고 멀리(Somewhere Near and Far Away)〉가 열린다. 홍콩에 집결한 글로벌 메가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루이즈 부르주아), 페이스갤러리(로버트 인디애나), 화이트큐브(린 드렉슬러) 등에서 해당 기간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의 이름 역시 쟁쟁하다. 위성 아트 페어 아트 센트럴, 작년에 처음 선보여 독특한 배치와 신선한 기획으로 눈길을 끈 아트 페어 서퍼 클럽(Supper Club)도 올해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4년 아트 바젤 홍콩은 도시 전역에 걸친 아트 이벤트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고, 올해 역시 전시장 밖에서 벌이는 오프사이트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홍콩의 문화와 예술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섹터 기획으로 갤러리 부스마다 독자적 큐레이션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도 특징이다. 그 수와 규모가 확장될수록 어딜 가나 똑같아 보이는 아트 페어에 지쳐가던 요즘, 지역성을 강조하는 아트 바젤 홍콩의 행보가 더욱 반갑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아트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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