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하우스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다면?
이토록 패셔너블한 크리스마스트리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런던의 유서 깊은 호텔 클라리지스(Claridge’s)에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한다. 2009년 디올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가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트리를 선보여 왔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하는가 하면, 트리를 거꾸로 매달거나 관람객이 내부에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시도도 이어졌다. 패션 하우스의 미학과 상상력이 더해진 크리스마스트리는 단순한 연말 장식을 넘어 호텔을 대표하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클라리지스의 로비를 장식한 수많은 크리스마스트리 가운데, 대담한 발상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일곱 작품을 소개한다.

2009 | 디올
클라리지스와 패션 하우스의 크리스마스 협업이 시작된 해다. 당시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존 갈리아노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이국적인 열대 숲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선보였다. 눈표범과 앵무새, 잠자리가 등장하고 눈과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연출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호텔의 아르데코 인테리어와 어우러진 이 작품은 이후 이어질 협업의 출발점이 됐다.

2013 | 돌체앤가바나
돌체앤가바나는 시칠리아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전통을 크리스마스트리에 녹여냈다. 하우스의 두 디자이너,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높이 약 7m의 트리에 450개가 넘는 수공예 유리 오너먼트를 달고 나무 아래에는 시칠리아 전통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 30개를 배치했다. 브랜드의 뿌리인 시칠리아의 문화유산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7 | 칼 라거펠트
크리스마스트리는 반드시 똑바로 서 있어야 할까? 칼 라거펠트는 트리를 거꾸로 매다는 과감한 발상으로 이 질문에 답했다. 높이 약 4.9m의 은빛 트리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고드름을 연상시키며 위쪽으로 뻗은 뿌리와 거울 장식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바닥에 깔린 아이슬란드산 양가죽 러그로 눈이 내린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2019 | 크리스찬 루부탱
시그너처 레드 솔로 유명한 크리스찬 루부탱은 클라리지스의 로비를 동화 속 겨울 숲으로 탈바꿈시켰다. 서리가 내려앉은 숲 한가운데 자리한 트리는 골드와 레드 컬러로 꾸며졌으며 진저브레드 쿠키로 만든 하이힐 장식이 위트를 더했다. 트리 꼭대기에는 금빛 왕관을 올려 화려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2022 | 지미추
지미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가 세트 디자이너 사이먼 코스틴과 함께 완성한 작품의 이름은 ‘더 다이아몬드(The Diamond)’. 69개의 거울과 약 60m 길이의 조명을 활용한 트리로, 방문객이 내부에 들어가 빛과 반사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꼭대기에 자리한 거대한 반짝이는 리본도 눈길을 끈다.

2023 |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은 하우스의 오랜 헤리티지인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했다. 높이 5.2m의 거대한 워드로브 트렁크 두 개를 쌓아 올린 형태로, 열린 트렁크 안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자리한다. 외부에는 커다란 루이 비통 러기지 태그를 더해 여행의 분위기를 살렸다. 루이 비통과 클라리지스가 모두 1854년에 탄생했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두 브랜드의 역사와 여행의 의미를 하나의 작품에 담아냈다.

2025 | 버버리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는 영국적인 정서를 크리스마스트리에 녹여냈다. 버버리의 원단으로 제작한 리본들이 나무를 장식하고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엉겅퀴가 포인트를 더한다. 브랜드의 기마 기사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황동 종과 유리 오너먼트, 꼭대기의 금빛 왕관도 눈여겨볼 요소다. 트리 아래에는 거대한 체스 말과 쿠션을 배치해 위트 있는 풍경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