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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의 카라 백이 만들어지기까지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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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의 유구한 역사와 장인의 손길 아래 첨단 공방 모델리아에서 고안한 카라 백의 동시대적 비전.

블랙 카프 레더 카라 백.

페라가모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근간으로 한다. 남부 캄파니아 출신인 창립자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1927년 이탈리아로 귀환할 때 로마나 밀라노가 아닌 피렌체를 택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미국에서 기계식 대량생산의 한계를 느낀 살바토레는 수제화의 완벽한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장인과 가죽 전통 기술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완벽한 장소로 르네상스 예술의 발상지이자 수 세기 동안 가죽공예, 금세공, 섬유산업이 발전해온 장인의 도시를 택한 것이다. 1938년, 그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되고 웅장한 중세 시대 궁전 중 하나인 스피니 페로니 팔라초를 매입해 상징적 공간을 꾸리며 본격적으로 피렌체와의 상생을 도모했다. 이는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 계기가 되었다.

카라 백 패널의 테두리 공정 과정.
로고를 새기는 과정.
패널을 잇는 재봉 과정.

2017년 12월에는 혁신과 장인정신, 노하우를 결합한 친환경 가죽 제품을 개발하는 공방 모델리아(Modelia)가 피렌체 인근 오스만노로에 문을 열었다. 약 1200m² 규모의 건물은 하우스의 오랜 노하우를 지켜내는 아틀리에로, 가죽 제품을 위한 디자인·프로토타입 연구소로 기능한다. 이곳에서 장인들은 소재 연구와 스타일 혁신, 제품 제작은 물론 전통과 전문 기술을 개발하며 연구를 이어나간다. 혁신 소재를 테스트하고 공정의 품질과 효율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공방에서는 약 20명의 장인이 다음 세대를 위한 노하우를 보존하고 관리한다. 친환경 가죽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공간 역시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레노베이션하는가 하면, 최첨단 설비를 도입해 안전성과 내진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와 배출을 줄인다. 페라가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발자취가 가죽 제품에 새겨지는 현대적 공간이 정립된 것이다.

카라 백 제작 단계를 보여준다. 스캐치 및 무드 보드와 도구, 페이퍼 프로토타입, 무게를 완벽하게 구현한 신소재 프로토타입, 소재와 완성본이 디스플레이된 선반.

새로운 계절을 대표하는 아이코닉 백의 시제품은 모두 이곳을 거친다. 소중하고 귀한 것을 의미하는 ‘카라(Cara)’ 백이 대표적이다. 빛나는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백은 카프 레더를 활용해 강인함과 부드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구현하며, 정제된 실루엣을 통해 페라가모가 지향하는 여성의 현대적 비전을 표현한다. 아코디언에서 착안한 구조, 자석식 측면의 수납공간, 세심하게 구성된 내부 공간은 깔끔하고 세련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적 기능을 갖췄다. 철저히 계산된 구조의 간치니 잠금장치도 하우스의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는 주요소다. 정교하게 재단한 25개의 가죽 패널과 100여 개의 부속, 23m가 넘는 실은 카라 백에 소요되는 세부 공정의 정밀함을 상징한다. 카라 백은 런웨이 컬렉션에서 영감받은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선보이며, 부드러운 카프 레더를 비롯해 장어 가죽, 앨리게이터 등 각기 다른 소재를 통해 고유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매력을 전한다. 세월의 흔적을 고유한 훈장으로 바꾸는 천연 가죽의 기품은 시간의 축적에 따라 개인적이고도 입체적인 서사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한다. 한마디로, 모델리아에서 태어난 카라 백은 페라가모가 장인정신으로 지켜온 클래식의 명확한 증거인 셈이다.

  • 에디터 최원희
  • 사진 페라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