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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가 된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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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S50에서 발베니 ‘1931 컬렉션’ 팝업이 열렸다. 88년이라는 숙성 시간과 세대를 잇는 장인정신, 다니엘 아샴의 해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현장 속으로.

발베니 1931 컬렉션 12년.
플로어 몰팅 과정을 재해석한 무용 퍼포먼스가 펼쳐진 1931 컬렉션 팝업 현장.
발베니가 지켜온 시간의 가치에 주목한 다니엘 아샴의 예술적 시선이 더해진 1931 컬렉션 88년.

지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성수동 S50에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가 ‘1931 컬렉션’ 팝업을 열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오래 숙성한 위스키 ‘1931 컬렉션 88년’과 이를 기념한 리미티드 에디션 ‘1931 컬렉션 12년’을 중심으로 발베니의 장인정신과 1931년의 의미를 조명한 자리다. 특히 1931년 증류해 88년간 숙성한 ‘발베니 1931 컬렉션 88년’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1931년은 발베니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사람이 직접 보리를 뒤집는 전통적 ‘플로어 몰팅’의 토대를 마련한 해다. 88년간 숙성한 원액은 발베니 몰트 마스터 켈시 매케크니의 판단에 따라 2019년 병입했다. 꿀과 민트, 버터 퍼지의 향에 오래된 가죽과 흙의 뉘앙스가 겹치고, 크리미한 토피와 오크, 따뜻한 스파이스가 길고 풍부한 피니시로 이어진다.
1931 컬렉션 88년에는 다니엘 아샴의 예술적 해석도 더해졌다. 시간과 물질의 변화를 주요 테마로 작업해온 그는 88년의 숙성 기간을 작품의 구조와 소재에 반영했다. 전면에는 각각 10년을 상징하는 파티나 브론즈 8개 층을, 후면에는 88개의 오크층을 배치하고 중앙에는 발베니 증류소에서 퇴역한 구리 증류기의 일부를 사용했다. 오래된 유물이 연상되는 조형을 통해 88년의 시간을 가시적 형태로 표현하는 동시에 발베니가 지켜온 시간의 가치를 아샴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편 1931 컬렉션 12년은 88년의 장인정신과 헤리티지에서 영감받은 결과물이다. 증류소에서 100% 직접 몰팅한 보리를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뒤 스페인 헤레스에 위치한 셰리 양조장의 유러피언 오크 버트에서 추가 숙성했다. 꿀과 섬세한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풍부하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피니시를 선사한다.
이처럼 88년의 숙성이 가능한 배경에는 발베니가 세대를 거쳐 이어온 ‘다섯 가지 희귀한 기술(Five Rare Crafts)’이 있다. 보리 재배와 플로어 몰팅, 쿠퍼와 코퍼스미스의 기술, 몰트 마스터의 직관이 발베니의 위스키메이킹을 지탱해왔다. 팝업에서는 다니엘 아샴의 작품 전시를 비롯해 몰팅 장인의 움직임을 재해석한 무용 퍼포먼스와 브랜드 앰배서더의 테이스팅 클래스 등이 진행돼 1931 컬렉션의 풍미와 장인정신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결국 1931 컬렉션이 보여주는 것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 기술이 시간과 만나 하나의 유산으로 남는 과정인 셈이다.

  • 에디터 손지수
  •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