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 안목의 집약체! 건축가 전성은의 애장품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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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4

건축적 안목의 집약체! 건축가 전성은의 애장품은?

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전성은 소장의 애장품은 무엇일까?

전성은 소장은 평소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를 드러내는 주얼리나 시계 제품을 선호한다. 사무실에는 직접 만든 책상과 작품 보관함은 물론 작업의 결과물이 멋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에 방문한 그녀의 양재동 사무실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건축사무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과 건축 모형이 즐비한 공간. 집무실은 커다란 책상 2개, 작은 테이블과 소파, 디자인 체어, 그녀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빼곡했다. 그 속에서 그녀가 아끼는 소품을 하나둘 꺼낼 때마다 공간, 사람, 사물이 하나로 관통하는 접점이 눈에 띄었다. 전성은 소장은 건축과 애장품을 이야기할 때 ‘본질’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건축이란 그래요. 우리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드는 부분이죠. 이제까지의 일상이 내가 경험하는 건축물 하나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예요. 이 종합예술은 실제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되고, 또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소장은 그렇기에 건축 프로젝트마다 본질이 다르다고 보고, 이를 찾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본질이란 건축을 구성하는 기둥, 바닥, 천장, 벽 같은 기본 요소가 어떻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영위하고 느낄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 전반을 일컫는다. 미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건축에서 이와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구조적인 부분이다. 전 소장은 “간단히 말하면 중력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건축에서 가장 큰 부분이죠. 가장 적은 기둥으로 구조를 유지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어떻게 보면 도전과도 같죠. 건축 구조를 밀어붙여 가장 극한의 디자인을 찾는 것. 그러면서 기능과 구조, 기술은 기본으로 가져가되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고민하는 게 제 일이죠. 다시 말하면, 저는 건축의 본질을 찾아가며 계속 스스로 도전적인 일을 해나간 셈이에요.” 전 소장은 자신만의 건축적 방향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제하면서 고유의 오라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본질’을 추구하는 그녀의 기질은 그녀가 소장한 브랜드 제품의 헤리티지와 맞닿아 있다. 클라이언트를 만나 사업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는 그녀에게 옷차림과 매무새는 매우 중요할 터. “저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제품이 나의 정체성을 얼마큼 잘 드러내는지, 또 나의 가치관과 얼마나 맞는지 고민해요. 그러다 ‘아, 저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제 것으로 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어떤 아이템을 한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사용해요.” 그녀는 불가리나 샤넬, 티파니,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의 주얼리와 시계를 즐겨 착용하는데, 브랜드가 오랜 세월 정체성을 구축해온 점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갖춘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







전성은 소장이 즐겨 사용하는 가방은 서류, 노트 등 업무에 필요한 물품이 많이 들어가는 빅백이다. 여전히 그녀가 사랑하는 손때 묻은 헨리 베글린 가방.
종종 착용하는 린드버그 안경. 하나의 제품을 오래 쓰는 성격이 안경 케이스에 드러난다.
2012년 한국실내건축가협회 협회상 ‘골든스케일 어워드’ 대상 수상에 따라 수여 받은 골든 스케일.
만년필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검은색과 빨간색을 자주 사용한다.


단단한 건축적 사고를 위해
모든 건축가가 그렇겠지만, 현상을 읽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하는 과정이야말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확신을 얻으려는 창작자로서 면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건물을 짓는 것만이 건축이 아니에요. 한 인물이 건축가로 불리기 위해선 건축적 철학과 관점이 성립되어 있어야 해요. 내게 의뢰가 들어온 것이 아니더라도 건축가라면 스스로 하는 작업과 실험이 있어요. 그것들이 지어지지 못한 채 아이디어 혹은 설계 도면상으로 남는 경우가 많죠.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건축’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꼭 짓지 않더라도 이런 건축적 사고를 많이 한다면 언젠가 어떤 프로젝트에서 이어지기 마련이고, 더 큰 건축으로 발현되는 거죠.” 그래서인지 그녀의 가방 안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노트가 여러 권 있다. 노트마다 활용도는 제각각 다르다. 흰색 노트에 드로잉과 아이디어를 기록한다면, 푸른색 노트에는 그녀가 지금 생각하는 일련의 주제에 관한 글이나 에세이를 주로 쓴다. “제가 하는 일이 생각하고, 그리고, 또 쓰고 구현하는 거잖아요. 물론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도 잘 활용하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정서적 친근감과 편안함을 이길 수는 없어요. 실제로 직접 쓰는 행위 자체를 사랑하기도 하고, 가끔은 저 자신을 들여다보게 돼요.” 이러한 그녀의 아날로그 사랑은 각종 필기구를 비롯해 스케일이나 제도용 자, 연필 등에서도 두드러진다. 전 소장이 설계를 배울 때인 1988년에 구매한 스케일과 자는 여전히 그녀와 함께하고 있다. 세월에 닳고 손때 묻은 흔적, 파손 같은 약간의 부침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제 기능을 하는 도구는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전 소장은 머릿속에서 생각을 끌어낼 때도 이 도구와 함께한다고. 이 밖에도 얇고 작은 스케일은 물론 상으로 받은 골든 스케일까지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도구를 늘 갖고 다닌다. 그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도구로 만년필을 꼽을 수 있는데 인터뷰 때 꺼내놓은 만년필만 네 자루에, 필통이 3개일 정도로 그녀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다. “잉크 색상별로 다르게 사용해요. 사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데, 자주 사용하는 건 네 자루 정도예요. 두 자루는 주로 글을 쓸 때, 다른 두 자루는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죠. 만년필뿐 아니라 모든 필기구의 무게와 잡는 느낌이 중요해요. 샤프 같은 경우 건축가에게 무척 중요한 도구죠. 제 손에 맞지 않으면 딱 맞는 걸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합니다.” 그녀는 마음에 꼭 드는 필기구를 만나면 그 브랜드만 수 십 년을 사용하기도 한다. 제도 샤프를 비롯한 연필도 많이 사용하는데 연필을 깎아 쓰는 행위, 그리고 쓰는 질감이 마음에 들어 샤프보다 애용하기도 한다고. “건축가와 연필, 지우개는 늘 함께 가는 존재예요. 그렇기에 책상 위에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필수랍니다.” 수줍게 꺼내 보인 작은 빗자루·쓰레받기 세트에서도 전성은 소장의 미감과 안목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살 수 없는 제품이라고 살짝 귀띔한 그녀는 이러한 작은 아이템에서도 위안을 받는다.







샤넬 백과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반지는 특별한 날, 특별한 행사에 참석할 때 함께 스타일링하곤 한다.
용도별, 사이즈별로 구비하고 사용하는 노트와 스케일.
샤프보다는 연필을 선호하는 전 소장.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작은 사이즈의 빗자루와 쓰레받기.
자와 스케일은 1988년 처음 설계를 배울 때 구비한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을 때 펼쳐보는 그레고리 콜버트 작가의 사진집.


샘솟는 예술적 기질의 발현
전성은 소장은 그동안 방배본동주민센터라든지, 가평의 매종K, 서울 신성초등학교 미래창의 교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전시 및 공간 디자인 등 건축과 인테리어 쪽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중에서도 미술관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종복미술관처럼 저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이 존재하는 장소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밖에 없죠. 그들에 대해 잘 알아야 작품을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작가에 대해 공부하면서 예술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하지만 전 소장은 단순히 다른 작가의 작품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예술적 기질을 십분 활용해 자기만의 창작 활동을 한다.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 2019년 이건하우스 홍대 전시장에서 개인전 <내면의 시선>을 치른 그녀는 그림을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림과 글이 함께 가요. 사실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런데 글에서 그림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다시 말하면, 어떤 것을 그려야 할지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긴 거죠. 그림은 정말 일필휘지로 순식간에 그려냅니다.” 자신은 작가가 아니라고 한사코 손사래 치는 그녀의 이러한 목탄 그림 작업 방식은 건축가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충분히 생각하고 스스로 정제한 다음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화폭에 옮기는 건, 어떻게 보면 인간 전성은의 성격이 오롯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전 소장은 자신에게 예술가적 면모가 많은 것 같다고, 작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고 말한다. “사실 건축가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이를 계속 다듬어야 해요. 네모난 모양이 끝에 가면 둥글어지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작가는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요.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할 수 있고, 그 하나만 생각할 수도 있으니 어쩌면 제 성격과 더 잘 맞을 것 같아요”라며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자신의 작품을 바라봤다. 1991년부터 30년간 건축가로 살아온 전성은. 건축가로서 지닌 최고 기질이 무엇인지 묻자 그녀는 단번에 “맥락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라고 답한다. 건축가에게 정말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어떠한 현상이 있을 때 이를 빨리 파악하고 큰 줄기를 읽어내는 것이다. 전성은 소장은 어떠한 현상을 마주했을 때 그것에서 장점이나 단점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중 하나를 큰 기조로 잡아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며, 건축가로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제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나는 반응체’라고요. 제 자아가 느끼는 어떤 제약도 빨리 감지하고, 주변 환경에도 금세 반응하거든요. 그런데 건축가들 사이에서 특별히 꼼꼼하고 예민한 축에 속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건축가 집단의 구성원은 상대적으로 성격이 시니컬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위쪽 전성은 소장의 집무실 한쪽에는 다양한 포스터와 건축 디자인 이미지, 감각적 사무용품이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주변 사물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아래 왼쪽 만년필 필통 역시 여러 개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 오른쪽 양 인형과 북 클립 모두 양띠인 전성은 소장을 상징한다. 그녀가 요즘 곁에 두고 자주 보는 책 <충분하다>는 필독서로 많은 이에게 추천하고 있다.

건축가는 주거 환경은 물론 평소 머무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간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한 만큼 삶의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전성은 소장의 삶과 일의 경계도 모호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전 소장은 수긍했다. “결국은 제가 속한 곳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더 젊을 때는 24시간 일과 건축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맺고 끊으려는 편이에요. 나만의 시간에 따로 채워 넣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독서를 즐긴다. 특히 문학작품이나 사진집 같은 다른 장르의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최근 틈날 때마다 보는 책은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집 <충분하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는 책이에요. 마음에 평화를 주거든요. 요즘은 이렇게 한 번씩 머리를 환기하는 게 필요해요. 2005년 뉴욕에서 구매한 그레고리 콜버트 작가의 사진집도 좋아해요.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방문하기 어렵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미술관을 찾았어요. 예술가의 작품을 보면 제 머리를 ‘탁’ 치는 것 같이 뭔가가 떠오르거든요. 건축은 사실 힘든 분야예요. 일의 속도도 느리고, 다뤄야 하는 세세한 일도 너무 많고, 그것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순수예술을 하는 분의 작업을 보면 그냥 몰입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선 제게 영감을 준다고 볼 수 있겠네요.” 종합해보면, 결국 전성은 소장은 자신에게서 출발한 생각의 파편을 이어 붙여 마지막에 매끈하게 정제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다. 이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하나하나 신중히 고르는 데서도 드러나고, 심지어 주 전공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도 발현된다. 신중함과 꼼꼼함으로 무장한, 그래서 종국에는 디테일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전성은. 그녀가 만들어내는 건축이 일조하는 도시의 한 풍경이 앞으로도 우리 삶의 본질에 얼마나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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