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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4

행복으로 공감하는 디자이너

데코르테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마르셀 반더스와 가브리엘 치아베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마르셀 반더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셀 반더스와 가브리엘 치아베.

지금처럼 사람을 직접 만나고 물건을 세심히 만져보는 기회가 줄어든 시대엔 ‘하이엔드’에 대한 갈망도 짙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우아한 리추얼 효과와 세련된 디자인을 겸비한 데코르테는 시대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대표적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이전처럼 바삐 다니며 브랜드 경험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 거장이 디자인한 제품을 내 화장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가슴 벅찬 위안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알고 있듯 데코르테의 디자인은 디자인계의 마에스트로 마르셀 반더스의 손에서 탄생한다. 제품의 효능뿐 아니라 피부를 매만지는 시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패키지와 공간 디자인에도 남다른 공을 들이는 데코르테는 11년 전 마르셀 반더스를 아트 디렉터로 선임했고, 이후 거장의 디자인을 입은 AQ 라인과 AQ 밀리오리티 라인, 페이스파우더 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브랜드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AQ 밀리오리티 인텐시브 크림 바카라 에디션은 하이엔드와 하이엔드의 만남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에디터는 2년 전 AQ 밀리오리티 컬렉션의 리뉴얼을 기념하는 도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그를 대면하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와 달리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만남이지만, 그에게서는 여전히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줌을 통한 이번 인터뷰는 마르셀 반더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데코르테 프로젝트를 함께 이끌어온 가브리엘 치아베(Gabriele Chiave)도 함께했다.





브랜드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런칭한 AQ 밀리오리티 인텐시브 크림 바카라 에디션의 작업 과정과 그렇게 탄생한 작품.





2년 전 당신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Marcel Wanders(이하 M) 기억해요. 도쿄에서였죠.

요즘 암스테르담 분위기는 어떤가요? 당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는요? M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해가고 있어요. 스튜디오엔 평균 대여섯 명만 출근하고 나머진 거의 재택근무 중이고요. 서로 떨어져 일하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미팅 시스템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대한 창의적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Gabriele Chiave(이하 G) 마르셀과 저는 가능한 한 자주 만나려 하고 있어요. 며칠 전 저희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지요. 한 달 전 태어난 제 딸을 보러 왔죠.

마르셀 반더스 스튜디오를 이끌어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G 저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14년 전 밀라노에서 일할 때 마르셀을 처음 만났어요. 그 후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잠시만 머물며 하려던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네요.(웃음)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여러 혁신적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늘 영감을 받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1년 전부터 함께한 데코르테의 프로젝트도 즐거운 작업 중 하나죠.

두 사람의 관계만큼 데코르테와의 인연도 오랜 시간 이어졌어요. 지난 11년의 시간을 돌이켜본다면? M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기억해요. 워낙 제품력이 우수한 브랜드인 데다, 데코르테 프로젝트만큼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데코르테는 감각적인 이들이 갈망하는 그 지점을 예민하게 잡아내는 브랜드죠. 아시아에서 탄생한 뷰티 브랜드다 보니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도 탁월하고요.





11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데코르테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마다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나요? M 사실 우린 모든 프로젝트를 의도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곤 해요. 한마디로 프로젝트에 복잡성을 부여하면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거죠. 어렵지 않았다면 왠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세상에 내놓았을 때 사람들이 놀라며 ‘이것이 바로 데코르테지!’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 거 같아요. 대중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생각해야 하지만 결과물은 그들의 공감을 얻어야 해요. 그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고요. 최근 데코르테와 함께한 바카라와의 컬래버레이션 역시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흥미로웠고 반드시 이루어내고 싶었어요.

언급하신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AQ 밀리오리티 인텐시브 바카라 에디션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G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초반에 바카라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데코르테를 통해 다시 바카라와 만나게 됐죠. 예전 생각도 나고, 가족처럼 친밀감을 느끼는 두 브랜드와의 협업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바카라라는 브랜드와 만나 데코르테가 추구하는 궁극적 스킨케어를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아요.

바카라 에디션만큼 기억에 남는 데코르테의 작품을 꼽는다면? M 어려운 질문이지만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가브리엘이 최신작을 언급했으니 전 초기작을 꼽겠어요. 하얀 패키지의 표면을 입체적으로 처리한 스킨케어 컬렉션이었죠. 당시 일반 스킨케어 제품의 표면이 반짝이고 매끈한 것에 비해 무광에 질감을 더한 데코르테의 제품은 새로운 시도였죠.





마르셀 반더스 스튜디오의 AQ 라인 작업 스케치와 그 결과물.

데코르테와의 인연으로 디자인적으로도 다양한 영감을 얻었을 것 같아요. M 유일한 뷰티 클라이언트예요. 디자인업계와는 사용하는 용어, 타깃 고객 등 많은 부분이 다르죠. 흔히 접하는 분야와는 다른 뷰티 브랜드라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영감의 원천이 돼요. 다른 분야의 디자인을 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M 합리적인 면이 있는 한편,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에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해서 공감을 얻길 바라고요. 행복을 추구하고 솔직해지려 노력하며, 호기심이 많죠. 쉽게 싫증을 내고 종종 심심해하면서도 그 무료함을 즐기는,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웃음)

가브리엘레가 보는 마르셀 반더스는? G 전 종종 ‘마에스트로 반더스’라고 부르기도 해요. 친구이기 이전에 제 멘토고, 창의성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티스트죠. 책이든 사물이든 건물이든, 사람들이 ‘그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것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이에요. 불가능해 보이는 디자인을 결국 사물에 풀어내는 방식이 놀랍죠.

데코르테는 제품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예요. 비대면 시대, 브랜드의 공간은 어떻게 진화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M 더 이상 물건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은 아닐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은 갔던 공간이 한 달에 한 번 가는 공간으로 바뀌고, 그렇게 기회가 줄어든 만큼 사람들은 최고의 경험을 주는 공간을 찾을 겁니다.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 곧 ‘명품’이기도 하고요. G 최근 아시아에 데코르테 플래그십 두 곳이 문을 열었어요. 제품 판매보다는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둔 공간이죠. 가상현실을 통한 제품 테스트가 가능하고, 브랜드의 여정과 철학을 좀 더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요.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거라고 생각해요.

소비자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대중이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기준도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에 남고 싶나요? G 디자이너, 건축가 같은 타이틀보다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창의성은 곧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죠. M 전 한마디로 ‘행복감을 주는 디자이너’요.





마르셀 반더스 특유의 감성으로 채색한 상하이 데코르테 플래그십 스토어.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데코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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