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모더니즘의 산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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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2

서구 모더니즘의 산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지난 8월, 6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1968년 개관한 이래 '빛과 유리의 전당'이라 불린 1960년대 미술의 상징이다.

재개장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전경. ⓒ Simon Menges

지난 8월 22일, 6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마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이 건축물과 밀접하게 관련된 3개의 전시로 다시 문을 열었다. 베를린 티어가르텐 지역 문화 포럼에 위치한 신국립미술관은 1968년 개관했다. 수평의 지붕과 수직의 투명한 유리 벽이 날카로운 대비를 이루는 이 건물은 미술관이라기보다 미니멀한 조각을 연상시킨다. ‘빛과 유리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모더니즘 건축 거장 중 한 명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설계했다.
미스 반데어로에는 건축은 그 시대의 진정한 상징이고, 기술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도구로 보았다. 단순하고 솔직한 형태를 추구했고, 재료의 물성에서 건축의 본질을 찾고자 했다. 오로지 유리와 철재로만 구성한 신국립미술관의 단순한 직선형 외관은 그가 일생 추구한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건축 철학을 가장 잘 대변하며, 이는 오늘날 건축을 넘어 현대 디자인의 전방위적 모토로 응용되고 있다. 건축물의 포디엄은 예술 작품을 지지하는 받침대와 같은 역할을 하며, 유리로 둘러싸인 내부는 안과 밖의 구분을 무색하게 한다. 지붕을 떠받치는 십자 모양의 철골 기둥 8개는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진다. 사실 거대한 유리 공간은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는 부적합한데, 실제로 전시를 할 때는 내부를 칸막이로 막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 공간이 여러 어려움만큼이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 미술관은 거대한 열린 공간과 구조적 투명함이 갖는 의미의 논리적 집대성이었다.
신국립미술관의 보수 작업은 2016년 봄부터 기념물 복원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했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총감독을 맡아 기존 인테리어 자재 보존을 원칙으로 작업했다. 조명이나 문, 내장형 목재 같은 약 3만5000개의 개별 구성 요소를 해체해 청소 및 복원을 거친 뒤 원래 위치에 다시 설치하는 대대적 작업이었다.
신국립미술관의 재개관을 기념하는 3개의 전시는 20세기가 낳은 다층적 컬렉션을 통해 서구 모더니즘의 자유와 한계를 탐구하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한다. 우선 전설적인 글라스홀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미스 반데어로에와 동시대를 산 조각가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의 작품으로 채운 특별전 <Minimal/Maximal>이다. 콜더는 개관 당시 설치한 걸작 ‘Têtes et Queue’(1965)로 신국립미술관과 친밀한 작가다. 미니어처부터 기념 조각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이 글라스홀에 재배치됐다. 전시는 콜더 작품의 유기적 형태와 미스 반데어로에 건축의 엄격한 기하학을 시적인 대화로 병치한다. 미술관 글라스홀에 맞춰 특별히 고안한 작품 설치는 관람객의 움직임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콜더 특별전과 더불어 헨리 무어, 조지 리키,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을 비롯한 컬렉션의 주요 조각품이 다시 건축물 외부로 나와 제자리를 찾았다. 데이비드 블랙의 분수 조각과 마리나 누녜스 델 프라도의 인물 조각 등 복원된 작품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 그 밖에 이자 젠츠켄, 베로니카 켈른도르퍼, 마이클 웨슬리의 작품을 포함한 동시대 미술 컬렉션은 지하 공간에서 열리는 건축물 역사와 관련된 소규모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로자 바르바 개인전 풍경.
ⓒ Rosa Barba / VG Bild-Kunst, Bonn, 2021 / Esther Schipper, Berlin
Photo by Andrea Rossetti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의 역사와 함께한 알렉산더 콜더의 ‘Têtes et queue’.
ⓒ 2021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Ludwig Mies van der Rohe / VG Bild-Kunst, Bonn 2021
Photo by Stephanie von Becker





<The Art of Society 1900-1945>전에서 선보이는 자샤 비더홀트(Sascha Wiederhold)의 ‘Bogenschützen’ (1928). ⓒ Sebastian Schobbert

신국립미술관의 컬렉션은 독일의 여느 미술관과 달리 역사적 현장이던 베를린의 사회적·정치적 움직임에 중점을 두고 구축했다.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소장품전 <The Art of Society 1900-1945>에서는 모더니즘 미술의 주요 작품을 대거 소환해 예술과 사회의 연결 고리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오토 딕스, 한나 회흐,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로테 라제르슈타인 등 1900년부터 1945년까지 250여 점의 주요 회화와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여성 작가 작품을 통해 당대 사회를 바라보는 제한적 시각을 포괄적으로 넓혀준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독일제국의 개혁 운동, 제1차 세계대전, 바이마르공화국의 황금기인 1920년대,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동반한 당대 사회주의의 움직임을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시간순이 아닌 테마별로 구성했으며 다양한 아방가르드 운동과 그 파생물의 동시대성을 부각한다. 이동 경로가 정해지지 않은 미스 반데어로에의 개방형 평면도는 독일 표현주의, 입체주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같은 20세기 아방가르드 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큐레이션은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 공간과 맞물려 관람객의 능동적 작품 감상을 독려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자 바르바(Rosa Barba)의 개인전 <In a Perpetual Now>에서는 미스 반데어로에의 공간을 무한한 연속체로 경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영화와 조각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시간의 차원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전시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미스 반데어로에의 선구적 초기 디자인이고, 작가는 그의 ‘새로운 삶의 형식(new life form)’이라는 건축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미술관 공간을 위해 특별 제작한 대형 강철 구조물 설치는 미스 반데어로에의 초기 프로젝트 ‘Brick Country House’(1924)를 참고했으며, 콜더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 <Enigmatic Whisper>(2017)를 통해 위대한 조각가의 공간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또 신작 영화 <Plastic Limits>는 선명도와 정확성의 기념비와 같은 글라스홀에 헌정한 작품으로, 베를린의 현대적 구조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유리, 강철, 개방성. 베를린에 신국립미술관만큼 강력하게 20세기 문화를 구현한 건축물이 또 있을까. 서구 모더니티의 새로운 시작과 자유를 상징하는 광활한 2층 홀은 사회적·정치적 컬렉션을 통해 그 모더니티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상적 장소다. 콜더의 시적이면서 장난스러운 예술 세계는 엄격하게 구조화한 건물 안으로 들어왔고, 자연광이 아름다운 조각 정원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멋진 집 안에 완벽한 가구가 비치된 광경을 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이제 새롭게 복원한 신국립미술관에서 196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날 차례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김정아(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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