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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7

전세계 미술을 이끄는 혁신가, 요한 쾨닉

미술의 장벽을 허물고 미술계의 리더로 떠오른 쾨닉 갤러리 대표 요한 쾨닉과 이야기를 나눴다.

Photo by Marco Fischer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명언이다. 쾨닉 갤러리(Konig Galerie) 대표 요한 쾨닉(Johann Konig)은 추종자보다는 리더에 가깝다. 스물두 살에 자신의 이름을 본뜬 갤러리를 오픈, 알리차 크바데(Alicja Kwade)와 예페 하인(Jeppe Hein) 등 재기 넘치는 작가들과 성장해온 그는 2017년 쾨닉 수베니어(Konig Souvenir)를 통해 소속 작가의 작품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고, 미술 잡지 을 창간하는 등 전통적 갤러리스트 역할을 탈피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디지털 기술로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는 가상 갤러리 쾨닉 디지털(Konig Digital)을 만들고, 지난 8월에는 기성 미술품과 NFT 작품을 모두 제공하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MISA(Messe in St. Agnes) 런칭까지! 무엇이 그를 이토록 대담하고 참신하게 만드는 걸까?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을 고민하는 미술계 리더의 인사이트를 전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12월 방한이 취소되어 아쉽습니다. 직접 뵙고 인터뷰하고 싶었거든요. 저도 그렇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로 서울에 큰 애정을 품고 있어 올해는 꼭 방문할 계획입니다. 최근 갤러리 운영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이겠죠.

지난해 4월에 문을 연 쾨닉 서울이 그 답이겠군요.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쾨닉 서울을 그 시점에 오픈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만큼 활기 넘치고 민주적인 곳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포용력, 대중매체의 개방성, 넓고 깊게 퍼진 전자상거래망도 인상적이죠. 강점이 많은 한국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갤러리를 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습니다.

쾨닉 서울이 오픈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가 쾨닉 서울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대중매체가 갤러리를 비롯한 한국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도 흥미롭습니다. 한국 미술계의 특징 중 하나는 K–팝 스타들이 현대미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한다는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예술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엄청난 일이죠. 독일 미술계도 자극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쾨닉 갤러리의 행보를 보면 ‘파격’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쾨닉 수베니어나 MISA 등 다른 갤러리가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으니까요. 쾨닉 갤러리의 창의적 운영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대표님의 특별한 성장 환경일까요?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총감독이자 아버지인 카스퍼 쾨닉 덕분에 어릴 적부터 앤디 워홀 같은 훌륭한 작가들을 집에서 만날 수 있었어요. 열한 살에 불꽃놀이 사고로 눈을 다쳐 남들처럼 예술을 ‘바라보지’ 않기도 했고요. 갤러리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준 또 다른 계기는 코로나19였습니다. MISA의 시작은 2020년 6월 베를린의 갤러리 공간에서 개최한 오프라인 미술 장터인데요. 당시 전시들이 취소되면서 작가들과 동료 딜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고,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다 아트 페어 시스템을 떠올렸습니다. 형식을 바꾸는 과정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작년 8월 온라인 MISA 런칭이 결과물입니다. 쾨닉 갤러리가 제 주관적 관점으로 운영된다면, MISA는 예술 그 자체를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오프라인 MISA에선 작품 가격이 공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온라인 MISA에도 작품 가격이 명시되어 있고요. 쾨닉 갤러리와 MISA를 구분해 생각해도, 갤러리들이 가격 노출을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느껴집니다. 미술계에선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작품 가격을 물어보고, 높은 가격에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알다시피 미술 작품은 가치를 매기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다만 가격을 공개하면 작품을 비교해가며 왜 이 작품이 저 작품보다 비싼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미술 시장이 더 개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가격 공개 여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도 합니다. 결국 핵심은 작품에 담긴 의미니까요.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판매하는 곳은 꽤 많습니다. 오픈씨(OpenSea) 등 NFT 작품을 취급하는 플랫폼도 여럿이고요. 이들과 구분되는 MISA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상반기 오픈씨에서 NFT 경매를 진행하고, 메타버스인 디센트럴랜드에서 전을 개최하는 등 여러 디지털 프로젝트를 전개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잘 알기 위해선 직접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 과정에서 기성 컬렉터 상당수가 새로운 시장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예컨대 오픈씨를 이용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지갑을 개설해야 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암호화폐가 필요하죠. 거래의 자유야말로 NFT 작품의 장점인데, 플랫폼의 진입 장벽이 높아 접근하지 못한 것입니다. MISA에선 페이팔(Paypal) 등 기존 거래 방식으로도 작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최근엔 NFT를 활용해 물리적 작품의 분할 소유권을 제공하는 방안도 알아보고 있어요.

빠른 의사 결정과 거침없는 시도 때문일까요? 때론 쾨닉 갤러리가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느껴집니다. 미술계의 기존 인력과 소스만으론 이러한 퍼포먼스를 낼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갤러리 운영에 필요한 아이디어 상당수는 다른 산업계에서 옵니다. 실제 운영에서도 타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죠. MISA에는 블록체인, 물류, 마케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형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했고, 저희 CTO도 유럽의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잘란도(Zalando)에서 왔죠. 저는 사람들이 팝 음악이나 문학만큼 미술에 편하게 접근하면 좋겠어요. 아직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는 일이지만, 1차 미술 시장(primary market)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 갤러리 공간의 중요성이 점차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쾨닉 갤러리는 이미 주요 전시의 3D 투어를 제공하고, 쾨닉 디지털에서 클라우디아 콤테(Claudia Comte) 작가의 가상 전시를 여는 등 가까운 미래에 대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오프라인 갤러리 공간이 꼭 필요할까요? 오프라인 갤러리 공간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떨어졌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기도 합니다. 덜 중요해졌다고 본 이유는 작가들이 MISA 같은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던 일인데, 이를 항상 반대해온 입장으로서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오프라인 갤러리 공간은 현실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장소로서 여러 사람을 참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온라인 공간이 내포한 가능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중요해진 부분이죠. 개인적으로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계에서 제 역할은 작가들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인데, 그 공간이 메타버스 갤러리, VR 공간 속 3D 투어일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저는 예술, 적어도 물리적 예술은 현실 세계에서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예술의 진정한 힘을 이해할 수 있어요. 쾨닉 서울에서도 베를린 공간과 같은, 실재하는 경험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흥미로운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쪽 쾨닉 디지털에서 열린 클라우디아 콤테의 [Dreaming of Alligator Head]전.
아래 왼쪽 쾨닉 수베니어에서 판매 중인 오이 모양 비누. 에르빈 부름이 만들었다. Photo by Roman Marz
아래 오른쪽 지난 2015년 요한 쾨닉은 가톨릭교회 ‘장트 아그네스(St. Agnes)’를 인수해 갤러리로 꾸몄다. Photo by Roman Marz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제공 쾨닉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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