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으로 미술계를 사로잡은 부부화가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ARTIST&PEOPLE
  • 2022-03-01

리얼리즘으로 미술계를 사로잡은 부부화가

극한으로 치달은 현대미술에 지친 이들에게 제시하는 독자적 리얼리즘, 네오 라우흐와 로사 로이.

네오 라우흐(왼쪽)와 로사 로이(오른쪽). Photo by Uwe Walter

네오 라우흐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도의 테크닉으로 구상과 추상이 혼재된 미스터리한 장면을 묘사하며, 서사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선보인다. 데이비드 즈위너 소속 작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알베르티나 박물관, 몬트리올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치렀다. 구겐하임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로사 로이
독일 작센주 츠비카우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라이프치히에서 본격적으로 예술을 공부했다. 작가의 화면엔 라이프치히의 지역색과 역사적 배경, 사회주의 미술의 유산, 프로이트주의와 페미니즘이 혼재하는데, 특히 여성의 형상을 전면에 내세워 꿈과 역사, 환상을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독일, 스페인, 미국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LA 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네오 라우흐, Der Anstoß, Oil on Canvas, 250×200cm, 2021
Courtesy of Galerie EIGEN+ART, Leipzig / Berlin; David Zwirner, New York / London / Hong Kong / Paris
Photo by Uwe Walter © Neo Rauch, VG Bild-Kunst, Bonn





네오 라우흐, Die Pumpe, Oil on Canvas, 250×300cm, 2021
Courtesy of Galerie EIGEN+ART, Leipzig / Berlin; David Zwirner, New York / London /Hong Kong / Paris
Photo by Uwe Walter © Neo Rauch, VG Bild-Kunst, Bonn





네오 라우흐 & 로사 로이, Am Saum, Pencil, Ink, Acrylic, Gouache on Paper, 39×53cm, 2018
이미지 제공 스페이스K 서울

지난겨울 2인전 <경계에 핀 꽃>을 위해 한국에 다녀가셨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금 나라 간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작가로서 활동의 제약이 많은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요?
네오 라우흐(이하 네오): 코로나19가 저희 일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죠. 평소처럼 작업에 열중하는 한편, 그간 저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로사 로이(이하 로사): 일상을 돌아보니 변화의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책이나 정원, 하이킹 코스의 도로표지판 같은 개인적 사진이 많아졌어요.
두 분이 함께한 전시는 국내외를 통틀어 <경계에 핀 꽃>이 다섯 번째였습니다. 2인전을 준비할 때는 개인전과 고려해야 할 점이 다를 것 같아요. 두 분의 작품이 이어지거나 충돌하는 ‘경계’를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고 배치해야 하니까요.
네오: 물론이죠. 우선 작품들을 샅샅이 훑으며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서로 어떤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지금까지는 이 방식이 잘 통했습니다. 경험상 저희 작품은 아름다운 원무를 그리는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마지막에는 전시 포맷이나 어떤 작품이 사용 가능한지 같은 실무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요.
전시를 관람하며 여러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선 두 분의 시작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구상회화의 명맥을 이어온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에서 공부하셨죠. 이것이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로사: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에 입학한 건 아카데믹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생각한 대로 작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었죠. 물론 이렇게 아카데믹한 교육을 받고도 한층 추상적인 길로 나설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죠. 일단 테크닉을 갖추면 추상적 이미지를 다룰 때도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
네오: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에서는 딱딱하고, 어쩌면 비예술적 방식으로 미술을 가르칩니다. 덕분에 회화의 기초를 배우고 초보적 기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었죠. 또 이미 작가가 되었다는 생각을 때때로 완전히 깨버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업으로서 예술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 것이고, 작가로서의 성장은 처음부터 개인의 책임인 것이죠.
오랜 기간 라이프치히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라이프치히는 화가 막스 베크만, 음악가 바흐, 철학자 니체가 탄생한 곳이죠. 그런 만큼 라이프치히가 두 분의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로사: 라이프치히는 10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한 상업도시입니다. 한 해에만 대규모 박람회가 몇 차례나 열려요. 경제 중심지에는 대학과 학자, 예술가가 모이고, 결과적으로 예술이나 학문의 중심지로 거듭나죠. 말씀하신 인물 외에도 괴테, 슈만 같은 위인이 이를 증명합니다.
네오: 라이프치히엔 예술성과 영성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작업실을 차리기로 한 결정은 우연이 아니라 내면의 충동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이 태어난 곳의 긍정적 기운으로 작업을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곳에 머무를 필요가 있습니다.
신라이프치히화파로 분류되는 두 분의 작품은 언뜻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차이점이 눈에 띄죠. 특히 네오 작가님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에서 따온 흥미로운 도상이 돋보입니다. 그걸 찾아내고 조합하는 상상력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네오: 저도 제 상상력의 원천이 궁금하지만, 그것을 밝히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상상력의 원천이 말라버릴 것 같거든요.(웃음) 제 작업은 숨겨진 채로 남아 있어야 할 어딘가에서 힘을 얻습니다. 표면으로 떠올라 이미지를 형성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기원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 이상의 해석은 실패하기 마련이죠.





로사 로이, Kreisel, Casein on Canvas, 190×110cm, 1999
이미지 제공 스페이스K 서울





로사 로이, Lichtfängerin, Casein on Canvas, 130×110cm, 2021
Courtesy of Kohn Gallery, Los Angeles; Galerie Kleindienst, Leipzig; Gallery Baton, Seoul; Lyles & King, New York
Photo by Uwe Walter © Rosa Loy, VG Bild-Kunst, Bonn





로사 로이, Die Weberin, Casein on Canvas, 100×115cm, 2021
Courtesy of Kohn Gallery, Los Angeles; Galerie Kleindienst, Leipzig; Gallery Baton, Seoul; Lyles & King, New York
Photo by Uwe Walter © Rosa Loy, VG Bild-Kunst, Bonn

작가님의 작품은 대체로 미스터리하고,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주장’하지 않기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요.
네오: 실제로도 작업에 어떤 의도를 담지 않으려 합니다. 식물적 존재의 ‘목적 없음’을 의도한다고 할 수 있죠. 다만 작품이 그 자체로 살아 있게 하는 요소는 모두 담아야 합니다. 그런 ‘살아 있음’이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여 내적 이미지를 만들고, 무의식에 자리 잡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거든요. 물론 도상을 사용할 땐 그 안의 본래 의미도 따라오기 때문에 주의해서 다뤄야 합니다. 정리하면 저는 스스로 어떤 주장을 펼치려 하지 않고, 형상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면 작품이 저절로 어떤 선언을 하게 되죠. 늘 하는 일이지만 매번 경이롭습니다.
로사 작가님의 작품에는 팽이를 치거나 물고기를 낚는 주체적 여성의 형상이 등장합니다. 동시대 여성의 역할에 주목하는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는 동독에서 자란 어린 시절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려주세요.
로사: 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 주제를 다루는 게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저에게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여성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지, 어떤 것을 베푸는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룰 수는 없지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세상의 여성적 측면에 대한 고유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작품 속 몇몇 여성은 화면 밖을 응시하고, 그 때문에 관람객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어떤 의도가 담겼나요? 또 작품 속 여성의 역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을 것 같습니다.
로사: 작품 속 인물의 시각은 함께 춤을 추자는 초대의 의미입니다. 작품 속 상황은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죠.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접하게 되는 정치적 상황, 책, 음악, 사랑하는 것이나 잊고 싶은 것 등 여러 이야기가 작품에 투영됩니다. 작품은 교차로와 같아서 그 안에는 다른 시점에 발생한 일들이 모이게 됩니다.
<경계에서 핀 꽃>전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경계(Am Saum)’(2018) 였습니다. 체스를 두듯 두 분이 번갈아가며 그린 작품이라고요. 이런 공동 작업을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네오: 즐기기 위해 그 작품을 만든 것처럼, 저희의 공동 작업은 즐기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했습니다. 첫 공동 작품은 친구에게 줄 생일 선물이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죠. 작가로서 한층 진지한 공동 작업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 작업이 각자의 개인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평소에도 작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공동 작업을 하면 좀 더 긴밀한 교류가 일어날 것 같거든요.
로사: 저희는 벽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합니다. 같은 층에 있지만 커다란 철문과 대기실로 분리되어 있죠. 물론 이웃 작가로서 서로의 작업을 잘 압니다. 사실 제가 네오의 작업에 간섭하고 침투할 때, 그리고 똑같은 일을 네오에게 용인할 때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긴 합니다.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서로의 작업에 개입하는 건 재미있고 창의력을 북돋는 일입니다. 저희의 뮤즈가 서로에게 박차를 가하는 느낌이랄까요.
지근거리에서 작업하며 스튜디오 공간을 구분하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이례적으로 느껴집니다.
로사: 아예 한 공간에서 같이 작업해본 적은 없고, 아마 잘 안 될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가는 캔버스와 대화를 하며 영감을 얻는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동시에 간섭하죠. 저희는 서로 질문할 때만 개입하는데, 상대가 묻지 않았을 때 칭찬이나 비판을 하면 자칫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예술적 동반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네오: 서로의 특별한 점이 모여 만들어진 세계에 깊이 빠져 살아온 탓에 이제 벗어나려 해도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앞으로도 같이 살며 작업하는 삶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업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라이프치히의 풍광, 혹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재충전하거나 영감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로사: 정원 가꾸는 걸 좋아합니다. 오락과 재충전의 수단이죠. 물론 음악과 문학도 좋은 양식이 되죠. 라이프치히에는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특유의 평평한 지형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사랑합니다. 자전거 타기에 이상적인 환경이죠.
붓을 처음 든 작가님과 지금의 작가님은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예술에 대한 생각, 혹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일 수도 있겠죠.
네오: 처음엔 작가가 되는 것이 최상의 테크닉을 갖추는 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의 역할은 하나의 매체(medium)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규정할 수 없는 영역에서 전언을 받아 의미 있는 형태로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겁니다.
최근 미술계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뷰잉룸(OVR)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고, 메타버스 미술관도 등장했죠. NFT 아트의 성장세도 인상 깊고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상황에서 두 분은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 회화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로사: 어떤 변화에 시장이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미술 시장이 다양한 온라인 포맷을 확장한 것도 논리적 결과물이죠. 이러한 포맷은 컬렉션에 저장된 거대한 아날로그 작품군을 바탕으로 하는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이런 시장에 진출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 이미지가 촉각적 감각을 대체하지는 못할 겁니다. 사람들은 독창적 이미지나 라이브 음악을 갈구하죠. 온라인 이미지나 디지털 음악보다 우리 몸속 깊이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네오: (맞은편 벽의 유화를 바라보며) 표면이 갈라진 부분에 저녁노을이 걸려 있네요. 왠지 저 그림은 저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캔버스에 발현되는 순전한 창의성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 의미를 잃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을 젊은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로사: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용기를 내세요.
네오: 그림을 그리는 건 책임감 있게 임한다면 몇 세기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하루하루 어떤 주장이나 주의를 설파하고자 하는 유혹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지만, 흔들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세요.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제공 갤러리바톤, 스페이스K 서울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