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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1

한 여름, 독일에서 만난 현대미술

올여름 우리가 독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카셀 도쿠멘타와 베를린 현대미술 비엔날레.

도쿠멘타15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루루하우스. Photo by Nicolas Wefers

2022년 독일의 여름은 현대미술 축제의 열기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5년 주기로 개최하는 국제 예술제로 올해 15회를 맞는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6월 18일~9월 25일)(이하 도쿠멘타15)와 제12회 베를린 현대미술 비엔날레(Berlin Biennale for Contemporary Art, 6월 11일~9월 18일) 덕분. 현대미술을 대변하는 현주소인 카셀과 베를린을 들썩이게 할 테마를 짚는다.





도쿠멘타15 포스터. © Documenta Fifteen 2022





인도네시아의 예술 컬렉티브 루앙루파. Photo by Jin Panji

도쿠멘타15와 룸붕 연습
2019년 2월, 인도네시아 출신 예술 컬렉티브 루앙루파(Ruangrupa)가 도쿠멘타15의 예술감독으로 호명됐다. 자카르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10명이 결성한 루앙루파의 작업은 우정, 연대, 지속 가능성, 커뮤니티가 중심인 인도네시아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적·개인적 실천을 모토로 한다. 이들이 도쿠멘타15를 위한 실천 도구로 내세운 개념은 인도네시아어로 공동의 쌀 헛간을 의미하는 ‘룸붕(lumbung)’이다. 잉여 수확물을 저장하고 공정하게 분배하는 경제적 모델인 룸붕의 가치는 예술적 모델로 전환되어 도쿠멘타15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된다. 루앙루파와 동맹을 맺은 예술 팀과의 협력을 위해 초대된 룸붕 회원 14명은 국제적 네트워크 ‘룸붕 인터로컬(Lumbung Inter-local)’로 활동하며, 다른 지역과 시간대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과 현대미술을 위한 학제 간 플랫폼을 형성한다. 루앙루파는 “도쿠멘타15가 폐막한 후에도 유효할 국제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우리의 큐레토리얼 접근 방식은 아이디어, 지식, 프로그램 혁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커뮤니티 지향 모델을 추구한다”라고 언급했다. 룸붕은 공동체 원리에 기초한 일종의 집단적 자원 풀(pool)로 기능하고, 유기적 발전 과정에서 ‘사회와 더불어 살기’를 위한 공적 형태를 탐색한다. 이로써 루앙루파가 제시한 도쿠멘타15의 예술적 실천은 룸붕의 공동 가치인 지역적 뿌리, 유머, 독립성, 관대함, 투명성, 유연성, 재생성을 기반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공동 작업으로 채울 예정이다.
카셀 시내 한복판에선 도쿠멘타15 로고를 밝게 칠한 ‘루루하우스(Ruruhaus)’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루루하우스는 루앙루파의 루루와 집을 뜻하는 하우스를 결합한 신조어로 루앙루파의 오랜 창작 관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0년대에 자카르타의 작은 집을 임대해 거실을 공동 창작 공간으로 활용한 루앙루파는 인도네시아 속어로 함께 어울리는 것을 의미하는 ‘농크롱(nongkrong)’의 개념을 가져와 루루하우스를 예술적 실천으로서 자원 교환이 이뤄지는 도쿠멘타15의 첫 번째 장소로 만든다. 그뿐 아니라 루루하우스에서는 인도네시아어로 모임 혹은 회의를 의미하는 ‘마젤리스(majelis)’를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서로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활성화한다.
새로운 전시 장소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셀 중심부 외에도 동부의 산업지구 베텐하우젠(Bettenhausen)에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지은 실내 수영장 할렌바트 오스트(Hallenbad Ost)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루앙루파는 “도심과 주변부의 관계를 재정의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도시의 경험을 분산하고 산업지역과 주거지역을 병치해 다양한 사람을 연결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카셀 남부 휘브너(Hübner) 지역 일부가 2021년 9월 도쿠멘타15에 양도되었고, 약 2만m2에 이르는 산업부지의 실내・외 공간이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도쿠멘타15는 지식과 경험, 동기부여의 교류가 활발한 이니셔티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場)이 될 것이다. 루앙루파의 작업 방식과 룸붕의 가치에 필수적인 지속 가능성은 예술 실천의 주체이자 인프라 계획의 핵심이며, 전시 기획에 단기적 자원이 필요하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데콜로니얼 메모리 컬쳐 인 더 시티 (Dekoloniale Memory Culture in the City)에서도 베를린 현대미술 비엔날레가 열린다. Photo by FaF.Berlin





제12회 베를린 현대미술 비엔날레가 열리는 함부르거 반호프.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David von Becker

베를린 현대미술 비엔날레의 예술적 문답: 탈식민화는 어떻게 수리될까?
올해 12회를 맞는 베를린 현대미술 비엔날레는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 작가이자 문화 이론가인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았다. 철학과 예술을 공부하고 콩고, 베네수엘라, 멕시코, 스페인 등지에 거주한 그는 사물이나 사회적 외상에 ‘수리(repair)’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예술 작업을 이어왔다. 여기서 수리는 문화적 저항의 가능성이자 개인 또는 사회 주체가 역사와 정체성을 재전유하는 수단이다. 약탈품부터 신체 상해, 개인 그리고 사회적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수리는 고유한 행위 양식으로서 문화적 저항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비엔날레는 수리의 가능성을 출발점 삼아 다양한 관행과 지식의 형태를 기반으로 한 탈식민적 헌신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카데르 아티아 팀에 5명의 다국적 여성 큐레이터가 합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리스본 출신 아나 테이셰이라 핀토(Ana Teixeira Pinto), 미국 출신 놈 시걸(Noam Segal), 세네갈 출신 마리 엘렌 페레이라(Marie Hélène Pereira), 베트남 출신 도뜨엉린(ðỗ Tường Linh), 캐나다 출신으로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라샤 살티(Rasha Salti)는 각자 전문 분야에서 식민주의와 그 결과에 대한 동시대 논의를 다룰 것이다.
비엔날레의 초점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있다. 비서구 세계의 페미니즘 운동이 역사와 정체성의 재전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약탈품 반환에서 반식민주의의 추모 문화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탈식민화를 어떻게 성찰할 수 있을까? 글로벌 이슈인 기후 위기와 식민주의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자원 고갈에 대한 저항은 어떻게 발현되고, 독창적 지식은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카데르 아티아는 “종종 탈식민적 사고 뒤에 무엇이 오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계속되는 교류, 즉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수리 행위에 더 관심이 있다”라고 말한다. 기억의 탈식민 문화를 탐색하는 첫 시범 도시로서 베를린은 전시 장소를 통해 도시를 뛰어넘는 영향을 미친 사회적 변혁뿐 아니라 역사적 단절을 매핑한다. 예술 아카데미, KW 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를 비롯해 한제아텐베크, 파리저 플라츠, 슈타지젠트랄레에서 탈식민화 전략과 현재를 위한 실천을 모색한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김정아(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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