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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창조의 재구성

미셸 그라브너는 반복을 통해 주목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이해시킨다.

9월, 미술계 대형 행사인 ‘키아프’ (Kiaf)와 ‘프리즈’ (Frieze)가 서울에서 열린다. 티켓팅이 열리고 현재 모든 표들이 매진된 상태이며 많은 이들이 표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모든 미술계 인사들과 컬렉터 그리고 문화계 인사들이 주목하는 이번 아트페어는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참여하기에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개관한 지 5년이 채 안 되었지만 비약적인 성장을 도모한 베를린의 ‘에프레미디스(Efremidis)’는 우리가 괄목할 만한 갤러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에프레미디스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피악’(FIAC), ‘아트 쾰른’(Art, Cologne) 등 세계 정상급 아트 페어에 참가했으며 특히 작년 하디 팔라피셰 솔로 부스로 피악(FIAC)의 베스트 부스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아트 부산(art busan)’에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을 소개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에프레미디스는 단지 유명한 작가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다. 진중한 큐레이팅으로 자신들의 방향을 전속 작가 라인업을 통해 탄탄하게 구축해내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에프레미디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조각의 일부분이자, ‘키아프’ (Kiaf)에서 솔로 부스로 한국 관객들과 만남을 가지는 미셸 그라브너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미셸 그라브너

작가 미셸 그라브너는 1996년부터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의 교수로, 회화와 드로잉 파트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비평가, 큐레이터로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휘트니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대형 전시 큐레이팅에 참여해왔다. 현재는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Suburban’과 위스콘신 주 시골에 위치한 ‘The Poor Farm’ 이라는 두 개의 전시 공간과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작가들을 지원하고 미술계의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역할로 참여하고 있다.

Q. 예술가이며 동시에 교육자이자 작가 비평가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무엇을 얻었을까요? 미술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의 환경 속에서 미술의 가치, 역사, 경제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제가 여러 역할을 겸했기 때문에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만들고 교육하며 나누고 실험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Q. 위에 언급한 활동을 하기 위해선 각각의 균형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작가, 비평가, 미술사가, 큐레이터라는 각각의 직업에서 오는 새로운 배움을 좋아해요.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레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예술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쉽게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작가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선생님께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고등학교 시절 조셉 페레즈(Joseph Perez)선생님 덕분에 작가이자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아버지와 항상 차고에서 무언가를 만드셨던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네요. 자신의 상상력을 손을 통해 만들어 표현하는 가족들이었거든요.





Untitled (Blue), oil on burlap canvas, 220 x 5 x 305cm
Untitled (Red) oil on burlap canvas 92 x 61 cm


Q. 기존 예술 구조에 대해 비판적이셨습니다. 어쩌면 그 결과로 스스로의 방식으로 많은 창조적인 재구성을 해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의 기존 예술 구조가 창조적인 작업을 하게 만들었을까요? 과거도 그렇지만 저는 현재 문화의 중심지에 살고 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운영하고 있는 ‘The Poor Farm’은 기존의 전시 공간이나 레지던시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요. 문화적으로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작가에게 어떤 특정한 결과물을 요구하기보다는 진정한 실험을 독려해요.
Q. 패턴화된 작품을 보면 노동집약적인 행위(반복)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이 반복적인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필요로 해요. 이건 제가 살아가는 세계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패턴화된 작업은 이 모든 수요를 다 충족시키죠.





Untitled (Yellow), oil on burlap canvas, 220 x 5 x 305cm_with person
Untitled 2021, wood, oil paint 34 x 20 x 7.5 cm_front


Q. 반복이라는 행위에서 예술가로서 어떤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반복을 통해 인식 가능성과 친숙함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전체를 컨트롤하지는 못합니다.
Q. 직물을 바탕으로 많이 작업을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있을까요? 섬유는 단순한 씨줄 날줄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패턴은 예측 가능하고 우리에게 친숙하죠. 우리는 이런 패턴을 추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너무 흔해서 주목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이해하는 거예요.
Q. 직물이라는 소재는 기존 예술가들이 사용했던 물감이라는 원료와는 다르기에 자칫 잘못하면 작품이 아니라 장식품으로 보일 수 있는 우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해요. 기표(記表)로서의 공예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공예품인가, 복제품인가, 회화인가 추상인가를 묻는 단순한 질문에는 문화 경제적인 가치를 고려하여 비판적으로 재고해서 답해야 할 것 같네요. 직물을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한 개념적이고 비판적인 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 같아요.
Q. 지난 2014년 휘트니 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미술관과 일하는 건 어땠을까요? 휘트니 비엔날레 큐레이팅을 통해 유서 깊은 재단들이 아주 보수적이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는 참여했던 작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안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관습적인 문화에 동조하는 편이었어요. 미국을 대표하는 전시 중 하나인 휘트니 비엔날레에는 제한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점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 이렇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에요. 휘트니 비엔날레가 작가와 큐레이터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시나 디스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Untitled, flasche, gesso on canvas, 121.9 diamter x 5.1 cm


Q.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미술가 우고 론디노네를 ‘Sculpture Milwaukee 2022’의 큐레이터로 지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신과 우고 론디노네는 모두 작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서로 비슷한 점이 있을까요? 우고 론디노네는 훌륭한 작가이면서 특별한 큐레이터에요. 그는 문화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Sculture Milwakee 2022’에는 “자연은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라는 제목이 붙여졌어요. 이번 전시는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 중 가장 문화적 충격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였으니까요. 우고 론디노네와 마찬가지로 저는 관람객이 대형 전시에 기대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해요. 전시기획과 담론도 중요하지만 작가와 작품이 모든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미셸 그라브너가 바라보는 한국 미술시장에 대해 궁금합니다. 제가 아는 한 한국 학생들은 아주 열심히 작업하고 문화적으로 우수해요. 따라서 한국 미술 시장이 국제무대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네요.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세계 현대미술과 다른 나라 작가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워요.
Q. 이번 ‘키아프’ (Kiaf)에서 에프레미디스, 솔로부스로 한국 미술 팬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에프레미디스의 톰과 텐징이 키아프에 제 작품을 선정해 주어 영광이에요. 저는 제 반복적인 추상의 과정이 한국인의 풍습과 교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관계에 대해 좀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싶어요.

 

에디터 박재만(c7@noblessedigital.com)
사진 제공 에프레미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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