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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7

WORLDWIDE KOREAN CHEFS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셰프들을 만났다.

위쪽 박웅철 셰프와 기보미 페이스트리 셰프. ⓒ Rebecca Dickson
아래왼쪽 비프 타르타르. ©Rebecca Dickson
아래오른쪽 조청 마들렌. ⓒ Shin Miura





솔잎 내부. ⓒ Rebecca Dickson
바비큐한 어린 비둘기와 파슬리 뿌리 퓌레. ⓒ Rebecca Dickson
블랙 팽 페르뒤.
무 타르트 타탱. ⓒ Shin Miura
감태 샌드위치.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모던 유러피언 레스토랑
2022년 영국 런던에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Sollip’(이하 솔잎) 오너 박웅철 셰프와 기보미 페이스트리 셰프.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유러피언 스타일 음식과 분위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듯한 인상을 남긴다. 과하게 화려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세련되면서 차분하다”는 평가가 곁들여진 이들의 쾌거는 앞선 레스토랑 문화와 낯선 것에 열린 태도를 보이는 고객층이 두터운 런던에서 ‘한국인 셰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기에 더욱 뜻깊다. 박웅철 셰프는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솔잎이 미쉐린 1스타를 받았을 땐 정말 기뻤어요. 미쉐린 스타가 지니는 가치와 그 선정 기준을 높게 생각하기에 놀라기도 했고요. 보통 최초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도 한국인으로서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걸 이뤄냈으니 더없이 좋았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 요리 학교 르코르동 블뢰 런던 캠퍼스에서 인연이 닿은 박웅철·기보미 셰프가 레스토랑 오픈을 위해 런던을 택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10년 차 부부이자 서로를 가장 신뢰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한 두 사람이 함께 그려내는 솔잎은 한민족의 정서에 깊게 자리한 소나무의 상징성, 그리고 우리 선조가 불의 힘을 조절하는 데 탁월한 재료로 여겨 신경 써서 음식을 마련해야 하는 특별한 날에 사용했다고 알려진 솔잎에 주목해 방문하는 이들과 음식을 대할 때 한결같이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고자 하는 의미를 부여한 이름이다. 프렌치 퀴진을 베이스로, 한국적 터치를 가미한 모던 유러피언 요리를 선보이는 두 사람이 솔잎을 설명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있다. 결국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음식에는 요리를 하는 주체의 총체적 경험이 반영된다는 것. ”우리 둘 다 프렌치 베이스의 음식과 디저트를 공부했고, 이와 관련한 경력을 쌓았어요. 런던과 한국을 오가다 보니 브리티시나 유러피언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표출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나고 자란 배경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식이라는 카테고리를 억지로 솔잎에 부여하지는 않아요. 공간이나 서비스, 음식에서 한국적 느낌이 새롭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보미 셰프가 덧붙였다.
지난 8월, 박웅철 셰프가 오픈 멤버로 근무했던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 내 ‘밀리우’에서 특별한 갈라 디너를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두 사람은 당시 뜻깊은 자리를 회상하며 행복의 가치이자 새로운 목표에 대해 언급했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삶에서 ‘함께’라는 가치를 언제나 가까이하려 해요. 밀리우에서 진행한 갈라 디너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요. 처음 논의된 순간부터 마무리하고 런던에 돌아온 후까지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 매 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와 정서, 특히 우리 민족의 특징 중 하나인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전파하고 싶어요.”





위쪽 지준혁 셰프 부부.
아래왼쪽 얼마 전 컬래버레이션 디너를 진행한 양지훈·지준혁 셰프.
아래오른쪽 라브리 주방 전경.





라브리 내부.
우엉 버터와 호주 와규.
콩 크림 폼과 전복.
갈비 양념 우설 스튜.


베트남에서 전하는 오리엔탈 프렌치 퀴진
몇 달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미쉐린 가이드 2023 하노이 & 호찌민 시티’에서 한국인 셰프의 레스토랑 ‘라브리(Labri)’가 미쉐린 셀렉티드로 선정된 것. 가이드에 추가된 수십 곳의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라브리 오너 셰프 지준혁만 한국인이다. “발표 이후 부담감이 컸어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1스타, 그리고 그 이상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겸손함을 보이는 서른 살의 젊은 셰프는 사실 전자공학도였다. 하지만 늘 마음 한쪽에 품은 요리라는 꿈이 잊히지 않아 돌연 대학을 자퇴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오사카 츠지 조리사 전문 학교에서 요리의 길을 차근히 밟아가던 중 일본 어학원 시절 베트남 출신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그녀를 따라 하노이에 정착해 지금의 라브리를 오픈했다. “일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주 6일, 15~16시간 동안 고된 노동을 하며 고민이 깊어졌죠. 건강상 이유도 있었고요. 그러다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를 만났어요.”
라브리는 프랑스어로 피난처라는 의미를 지닌 네오 비스트로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곁들이며 편안하게 쉬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공간. 지준혁 셰프는 주방을, 아내는 홀에서 섬세하고 상냥한 서비스를 맡아 서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내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과 소통할 때도, 메뉴를 개발할 때도 실험적 시도와 현지인 입맛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부부가 합심해 선보이는 음식은 오리엔탈 프렌치 퀴진. 전통 프렌치를 기본으로 하되 아시아적 요소를 가미한다. 메인 디시인 호주 와규의 경우 고기와 함께 흑마늘 비프 쥐(Jus, 소스), 흙 내음 나는 우엉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베트남 꽃봉오리 나물을 잘게 다져 블루치즈와 함께 볶아 만든 버터 가니시를 곁들이는 데서도 라브리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저는 한국인, 아내는 베트남인이지만 프랑스 혈통이 섞여 있어요. 묘한 접점이죠. 라브리에서는 베트남, 한국, 프랑스 각 나라의 요소를 느낄 수 있어요. 정통 프렌치를 기반으로 하되, 현지는 물론 한국의 식재료를 소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요리합니다. 베트남인을 포함해 라브리를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요.” 손님에게 라브리의 요리를 설명할 때면 자연스레 고추장, 된장, 갈비 등 한국 식재료를 그대로 표현한다. 생소할 법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곧잘 받아들이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일본의 스시, 우동처럼 한국 식재료도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잘 정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준혁 셰프가 지닌 한국인의 정체성은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질 것이다. “지난 9월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양지훈 셰프와 협업해 추석을 테마로 한식 콘셉트의 프렌치 디너를 선보였어요. 이런 이벤트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한국인 셰프를 대표해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가령 이 나라에 진출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해양수산부처럼 한국 식재료를 해외에 알리고 적극 홍보하는 등 한식을 전파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솔잎, 라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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