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USIC, MY SOUL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4-01-04

MY MUSIC, MY SOUL

뮤지컬 <드라큘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걸어온 길, 나아갈 길.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친근할 테고,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지킬 앤 하이드> ‘This is the moment’, <더 라스트 키스> ‘Only love’, <웃는 남자> ‘Open your eyes’ 등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명곡을 작곡한 주인공이다. 그가 작곡에 참여한 10여 개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었고, 상당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그중 <드라큘라>는 가히 독보적이다. 400년 넘게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서울 공연으로만 네 시즌 만에 40만 관객을 사로잡는 역사를 세웠다. 그런 <드라큘라>가 지난 12월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다니, 작곡가로서 큰 영광입니다. <드라큘라>는 2001년 미국 초연을 시작으로 스위스·오스트리아·일본 등에서 선보였는데, 한국 프로덕션이 유독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본래 드라큘라 역을 맡는 배우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어요.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드라큘라 역에 배우 김준수를 캐스팅하며 연령대를 낮췄고, 이에 맞춰 오케스트레이션 작업도 다시 했죠. <드라큘라>에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입니다. 그 신선한 매력에 다른 나라 드라큘라도 젊어지고 있어요.”
<드라큘라>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졌다. 한국 초연 때 ‘She’, ‘Last man standing’, ‘Nosferatu recit’ 세 넘버를 추가했고, 재연 때 엔딩 파트에 내용을 더해 개연성을 높였다. 삼연 때는 영상 요소를 적용해 시각적 완성도를 더했다. 원작의 일부 수정을 허락하는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들여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도 관객도 변하잖아요. 그러면 작품도 바뀌어야죠. 변화하고 발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편인데, 팝과 재즈에 음악적 기반을 두고 있어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뮤지컬 작업 전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Where do broken hearts go’ 등 팝 명곡을 남기고, 재즈 밴드의 유일한 백인 연주자로 활약했던 그다.
<드라큘라>에서 애정하는 넘버로는 드라큘라가 부르는 ‘Loving you keeps me alive’, ‘The longer I live’, 여주인공 미나의 ‘Please don't make me love you’를 꼽았다. “모두 인물의 영혼(soul)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감정을 전하는 넘버입니다. 이 솔은 제 음악 스타일을 설명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소수 비평가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의 영혼을 적시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감정적 터치를 원하는 국내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니, 오늘날 그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와 한국의 인연은 20년이 다 됐다. 시작은 <지킬 앤 하이드>. 2004년 국내 초연이 대성공을 거두며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렇게 시장 규모가 커지고 2010년대 본격화된 국내 창작 뮤지컬 제작에도 그의 지분은 상당하다. <마타하리>와 <웃는 남자> 등 해외로 라이선스를 수출한 대작의 작곡을 담당한 것. 한국 뮤지컬 산업의 가파른 성장에 일조한 만큼 그 특징과 가능성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한국 관객은 좋아하는 뮤지컬 스타를 보기 위해 여러 번 공연장을 찾아요. 배우들의 역량이 월등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은 세계에서 관객 연령층이 가장 낮은데, 이는 굉장한 장점입니다. 싱글일 때 뮤지컬을 즐겨 본 관객이 결혼 후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으니,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 뮤지컬계는 높은 관객 연령층을 낮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만화책 원작의 <데스노트>와 <북두의 권> 넘버도 제가 작곡했는데, 두 작품엔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제작사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오는 6월 한국 초연이 예정된 <4월은 너의 거짓말> 역시 일본 만화책 원작의 작품이다. 1958년생 미국인인 그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였을 것이다. “앞서 작업한 <데스노트>의 경우 원작 만화책을 처음 읽을 때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웃음) 그래도 극적인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가 뮤지컬로 만들기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서서히, 그러나 푹 빠져들었어요. 제 입장에선 그리스·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같은 새로운 신화를 접한 것과 같아요. 알면 알수록 흥미를 느끼게 되고,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죠. 그 과정은 힘들기보다는 즐겁습니다.”
그는 항상 배우는 자세,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하는 태도는 음악과 함께한 반세기 동안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초심 그대로일 것이라고. “<지킬 앤 하이드> 극본을 쓴 레슬리 브리커스의 75세 생일 축하 자리였어요. ‘인생의 남은 절반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라는 그의 말이 인상 깊었고,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을 뮤지컬로 친다면 1막이 끝났을 뿐이죠.” 현재 그가 작곡에 참여해 전 세계에 프로듀싱되는 작품은 44개, 작업 중인 작품을 더하면 곧 50개가 넘는다. 이미 엄청난 숫자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솔이 담긴 ‘프랭크 와일드혼’표 뮤지컬을 100개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