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목소리가 될 광주비엔날레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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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0

하나의 목소리가 될 광주비엔날레

코로나로 한 차례 연기되었던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2월 26일 그 문을 연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전경.

아마 많은 이가 2년에 한 번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감독 선정 과정에 대해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지난 2019년 3월 (재)광주비엔날레의 제163차 이사회 심의 의결을 거쳐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었다. 전시 기획안을 통해 처음부터 과학의 격변을 비롯해 인간 지능의 전 범위를 검토하는 예술적 접근법과 과학적 방법론을 탐구하고자 하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사회는 그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전시 형식에 대해 과감한 실험을 이어온 기획자로서 역량에 높은 점수를 줬다.
두 예술감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만난 것이 아니다. 2010년 상하이에서 서로 알게 된 이후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로테르담에서 큐레이터로 함께 활동했다. 다양한 스케일의 전시를 준비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사회학적·지정학적 현실에 뿌리를 둔 모델들과 이해의 층위를 생산하려는 목적의식을 공유해 빠르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자란 데프네 아야스는 뉴욕, 상하이, 로테르담을 거쳐 모스크바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문화기관에서 연구·기획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상충하는 다양한 역사적 유산을 다루는 전시를 기획하고 출판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한 그녀는 항상 역사적 관점을 중심으로 특정 맥락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한편 인도에서 자란 나타샤 진발라는 전 세계를 무대로 전시를 기획하고, 각종 비엔날레에서 큐레이터를 맡아 활동해왔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 큐레이터팀의 일원으로 일하며, 스리랑카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 ‘콜롬보스코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0여 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한 궤적, 에너지 등을 공유하며 친분을 쌓은 이들은 2017년 ‘컨투어 비엔날레 8’에서 다시 한번 함께 일하며 마치 ‘달의 양면’ 같은 완전체적 시너지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떠오른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준비하며 유기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여정을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인간 지능의 전 영역을 살피는 예술적 접근법과 과학적 방법론을 탐구할 예정. ‘떠오르는 마음’에는 지성의 확장과 정치적 공동체를 탐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맞이하는 영혼’에는 지식의 대안적 형태와 치유 행위, 샤머니즘적 유산 그리고 트라우마가 뒤섞인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려는 노력이 투영됐다. 지역 역사에 관한 이들의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데프네 아야스(왼쪽)과 나타샤 진발라(오른쪽).

아시아 국가들의 긴 역사와 철학 위에 급격히 진행된 근대화는 상당한 이질감을 만들어냈다. 정신과 신체를 함께 탐구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아시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아시아’라는 장소를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생겨나는 다양한 인지 경험이나 샤머니즘 같은 영적 세계에 대한 호기심, 또 이러한 것을 통해 채우려던 욕망과 치유에 대한 열망 등이 한데 얽힌 기묘한 곳이라 상상하는 것이 사실. 두 감독은 이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했다. ‘광주’라는 장소에 내재된 투쟁성과 공동체 정신을 비롯한 한국성, 나아가 아시아의 성격까지 예술적 접근법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여긴 것.
여기서 잠깐 멈춰보자. 과연 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 지능과 역사의 관계는 무엇인지, 이것이 예술적 접근법과 과학적 방법론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갖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류는 예술과 기술의 발전을 이뤄왔고, 역사는 이들이 인류의 발전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증명해왔다. 아야스와 진발라 감독은 ‘인간 지능의 본성은 무엇일까?’, ‘인류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개발 및 발전은 어떤 연결 고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통해 인간 지능과 문명의 관계를 고민했다. 이들이 아시아 예술(시각 문화)과 역사 그리고 철학에서 알아낸 것은 정신과 육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영적 존재와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한 치유의 맥락이 거미줄처럼 강력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예술’을 통해 이에 접근해 서로 다른 두 개념을 분리하고, 이를 ‘지능’이라는 공통 언어로 다시 엮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광주비엔날레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두 감독은 ‘저항과 ‘투쟁의 역사’라는 레이어를 하나 더 얹어 광주민주화운동을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프리즘으로 활용했다. 1980년대 이후 터키, 홍콩, 브라질, 인도, 티베트, 칠레, 레바논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투쟁을 광주민주화항쟁과 함께 전시에 반영한다. 따라서 본전시에서 펼쳐 보이는 이야기는 언뜻 단순한 듯싶지만, 복잡다단한 이면을 감추고 있을 수밖에 없다.





민정기 작가의 대표작 ‘대화(2)’.

자연스럽게 참여 작가도 이러한 면면을 종합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들로 구성했다. 사헤즈 라할과 아나 마리아 밀란 같은 작가는 게임, 라이브 액션 역할극, 철학, 가상 세계 건축을 사회적 논평의 수단으로 다룬 작업을 선보이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존 제럴드, 제이콜비 새터화이트 등의 작가도 참여한다. 여기에 민중미술운동의 선구자인 민정기 화백부터 김실비, 문경원 & 전준호, 김상돈 등 국내 작가가 참여해 한국의 무속, 디지털 기술, 공동 트라우마 같은 주제를 드러내는 복합적 작품을 선보인다.
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를 꾸리는 데 힘든 점은 없었을까? “우리에겐 상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아가 위기, 한계, 불확실성, 변동성에 대처해야 하죠. 예술감독으로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우리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고, 전시 주제는 더욱 시의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격변과 위기가 예술적 관행의 가치, 협력 에너지는 물론 창의성을 부각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비엔날레가 연기되면서 작가들은 새로운 작업과 협업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예술가와 비엔날레를 만든 모든 이가 보여준 창의성, 인내심, 관대함 그리고 헌신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아야스와 진발라 감독은 10여 년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서로의 장단점을 알아왔고, 그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을 거쳤다. 그리고 여기, 한국에서 여러 차례 공동 연구와 회의를 통해 그들이 몰랐던 역사의 한 지점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참여 작가들, 지역과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오는 2월 26일 열리는 전시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고 말하고자 한 바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재)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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