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아름다운 변주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3-06-29

나무의 아름다운 변주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 진행자 하림과 김진곤 장인이 나눈 울림 있는 대화.

장구를 검수하고 있는 김진곤 장인.

하림 30여 년간 선생님이 만든 장구가 수십만 대라고 들었습니다. 장구와는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으셨나요? 김진곤 작은아버지가 대구에 있던 ‘불로 국악기 제작소’라는 곳에서 장구 만드는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장구는 제게 늘 익숙했죠. 고등학교에 재학한 1991년경부터 장구 제작의 꿈을 키운 것 같네요.
하림 오랜 시간 한 가지에 몰두하게 만든 장구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김진곤 장구를 만든다는 건 통나무에 불과한 나무를 울림이 있는, 살아 있는 악기로 만드는 거잖아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 매료되었어요.
하림 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김진곤 장구 만드는 일을 처음 배울 때부터 쉽진 않았습니다. 기술자들의 잡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장구통 깎는 방법을 배웠죠. 당시엔 나무가 무척 귀했기 때문에 작업하다 망치면 선배들에게 혼나던 기억이 납니다. 많이 다치기도 했고요. 칼에 종아리를 다쳐 40바늘 넘게 꿰맨 적도 있어요. 어려운 과정임에도 수련에 매진하다 보니 지금에 이른 것 같습니다.
하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그럼 고등학생 때부터 장구와 한순간도 떨어져본 적이 없는 건가요? 김진곤 3년간 군 생활할 때를 빼고는 악기 제작에 열정을 바쳤다고 할 수 있죠.
하림 그 덕분일까요. 소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김진곤 장구뿐 아니라 북도 함께 제작하고 있어요. 장구통 안쪽 면 테두리를 일컫는 ‘울림테’라는 부분은 악기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이 울림테를 북에도 적용해 북소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죠.
하림 그때부터 국악 연주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군요. 김진곤 제가 스물일곱 살이던 1999년, 그간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대구에 ‘즈믄 국악기 제작소’를 설립했습니다. 좋은 장구와 북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 관련 대회에서 입상하며 국악 연주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듯합니다.





전통 수작업 방식을 고수해 만드는 발베니 30년 레어 매리지와 김진곤 장인의 장구.

하림 악기 만드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김진곤 장구를 만들 때는 가장 먼저 나무를 깎아 장구통을 만들고, 그 장구통을 1~2주간 자연 건조합니다. 그런 다음 나무에 칠을 하고 적당한 가죽으로 메워 장구통을 완성하죠. 통나무를 칼로 깎는다는 건 육체적으로 고된 일인 동시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림 악기를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요? 김진곤 장구는 잘록한 통에 가죽 두 장을 줄과 조리개로 엮어 연주자의 타법(힘)으로 높낮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악기예요. 겉보기에 형태는 단순해 보여도 소리의 기본이 되는 장구통이 특히 중요합니다.
하림 장구와 북도 종류가 다양하죠? 김진곤 그렇죠. 장구는 반주용, 정악·산조용, 사물놀이용, 풍물놀이용, 굿 장구, 성인용, 중등부용 등 수십 종류가 있습니다. 북도 사물놀이용, 통 북, 난타 북, 절 북 등 종류가 많고요. 용도에 맞게 다양한 악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하림 선생님이 직접 제작한 장구 연주를 들어보니 수입 장구와 소리가 다른 듯합니다. 김진곤 목재가 자란 환경이 다르니까요. 국내산 나무로 제작한 장구가 무게는 더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울림도 좋아요.
하림 한길로 매진해온 선생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김진곤 연주자와의 소통이 곧 제 철학이에요. 전문가들은 자기만의 악기 소리를 갖고 싶어 하기에 그에 맞춰 신중하게 악기를 만들죠. 악기를 다루는 습관이나 재료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연주자와의 소통이 꼭 필요한데, 제가 만든 악기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국악인들이 제가 만든 악기를 연주하면 저도 무대 위에 있는 것 같은 설렘을 느껴요.
하림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하면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도전일 것 같은데요. 김진곤 제 도전은 늘 현재진행형이죠. 맞춤형 악기뿐 아니라 옛 문헌 등을 찾아 우리 고유의 전통 장구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림 마지막으로,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의 공식 질문입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요? 김진곤 전통을 배우고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역할을 함으로써 국악기 제조와 발전을 위해 후배 양성에 힘쓸 계획입니다.





김진곤 장인의 작업실에서 하림과 김진곤 장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디터 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김민형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