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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영광의 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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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표 주얼리 메종, 아르투스 베르트랑이 걸어온 길.

나선형 디자인의 18K 옐로  골드 스피랄 에뚜알 네크리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플뤼 데투알 메달과 별 모티브의 미니 에뚜알 메달을 조합한 스타일링.

프랑스에서 ‘메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200년 넘게 국가의 명예를 상징하는 훈장과 메달을 제작하고, 그 유산을 현대적 주얼리로 확장해온 메종 아르투스 베르트랑(Arthus Bertrand)이다.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시작은 1803년 프랑스 파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부 공식 인쇄업자 클로드 아르투스 베르트랑이 군 장식물 제작자 미셸-앙주 마리옹과 함께 해군부 깃발 제작과 출판 등을 맡으며 파트너십을 다졌다. 이 작업은 점차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오브제 제작으로 확장되다가 마침내 나폴레옹 1세의 부름으로 프랑스 공식 명예 훈장을 만들며 오늘날 주얼리 메종으로 이어지는 초석을 놓았다. 국가의 명예와 영광을 작은 금속에 새겨온 메종의 기술은 이후 개인의 삶과 기억, 신념을 담은 주얼리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로부터 두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메달은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가장 상징적인 모티브이자, 메종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핵심 언어로 남아 있다.

아르투스 베르트랑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전경.
18K 옐로 골드에 샌드블라스트 기법으로 질감을 살린 이클립스 메달.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파베 세팅하고 월계수잎 모티브를 더한 플로라 메달.

시간이 빚어낸 기술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메달 제작 기술이다. 200년 넘게 이어온 기술의 중심에는 금속판을 금형 위에 놓고 강한 압력을 가해 문양을 입체적으로 새기는 전통 기법 ‘스탬핑(stamping)’이 있다. 단순히 표면에 무늬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압력을 반복해 가하며 금속 자체를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누르는 횟수와 깊이에 따라 풍부한 입체감과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나의 메달이 완성되기까지 거치는 공정만 25단계다. 디자이너의 드로잉에서 조각가의 석고 몰드와 금형 제작, 스탬핑과 열처리, 선반 가공과 마감, 마지막 문구를 새기는 핸드 인그레이빙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인의 손길을 차례로 거쳐 완성된다. 이 전통은 오늘날에도 프랑스 팔레조와 소뮈르에 위치한 두 워크숍에서 이어지고 있다. 약 150명의 장인이 메종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스탬핑 외에도 바스-릴리프, 그랑푀와 플리크아주르 에나멜링, 핸드 인그레이빙 같은 전통 공예에 3D 디자인과 정밀기계 가공, 레이저 커팅 같은 현대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메종의 방식이다. 결국 2014년 프랑스 정부가 뛰어난 장인 기술과 산업적 전문성을 지닌 기업에 부여하는 EPV(Entreprise du Patrimoine Vivant) 인증을 획득하며 오랜 시간 축적해온 제작 기술과 장인정신을 입증했다. 이처럼 200년 전 기술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제작 방식과 결합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지점에 아르투스 베르트랑만의 특별함이 있다.

아르투스 베르트랑 파리 플래그십 부티크 외관.
1896년 발행한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카탈로그.

유산을 이어가는 방법

이렇게 오랜 시간 이어온 유산은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오늘을 이루는 컬렉션 안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 숨 쉰다. 메종을 상징하는 메달은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코메디(Comédie)’ 컬렉션은 스탬핑 기법으로 완성한 메달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레이어링하면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메달에 한층 유희적인 감각을 불어넣는다. ‘아스트로(Astro)’ 컬렉션은 바스-릴리프 기법으로 별자리와 동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구현하며 메달을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오브제로 확장한다. ‘알레고리(Allégorie)’ 컬렉션은 메종의 아카이브 역시 새로운 창작의 원천임을 보여주는데, 그동안 메종이 보관해온 조각가 샤를 필레의 ‘명성(Fame)’ 부조를 다시 발견한 데서 출발했다. 이러한 유산은 명예 훈장의 리본에서 영감을 받은 ‘엉라쎄(Enlacé)’ 컬렉션에서도 이어진다. 골드와 실버의 꼬임으로 유연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 또 ‘루방(Ruban)’은 장식 리본 특유의 그로그랭 텍스처를 섬세한 릴리프로 재해석해 메종의 독보적 노하우를 자랑한다. 이처럼 아르투스 베르트랑에게 헤리티지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유산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주얼리로 연결되는 ‘재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코메디(Comédie)’ 컬렉션 제작에 사용하는 주형.
왼쪽_18K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아이보리 컬러의 베어 모티브 미니 메달.
오른쪽_로열 블루 컬러를 배경으로 한 달 모티브 미니 메달.

계속되는 메종의 시간

아르투스 베르트랑은 오늘날 어떻게 새로운 시간을 축적해나가고 있을까? 그 중심에는 2018년 메종에 합류한 아티스틱 디렉터 카미유 투페가 있다. 여러 럭셔리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합류 후 메종이 간직해온 메달과 상징, 장인 기술을 동시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현재를 이끌고 있다. 과거 오귀스트 바르톨디와 페르낭 레제, 니키 드 생팔, 앙드레 퓌망 등 당대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메종의 정신이 그의 손길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세계를 향한 보폭도 넓히고 있다. 2024년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한 후 2025년에는 더현대 서울에서 국내 첫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으며, 올해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정규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며 국내에서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프랑스 역사와 함께해온 브랜드의 유산이 이제 한 사람의 취향과 기억 그리고 소중한 순간을 담는 주얼리로 우리 곁에 한층 가까워졌다. 오랜 시간 명예와 영광의 순간을 기록해온 아르투스 베르트랑. 앞으로 메달과 주얼리에 어떤 새로운 역사를 새겨나갈지 주목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에디터 정희윤 정희윤
  • 글 정송(프리랜서)
  • 사진 아르투스 베르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