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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입은 페라리

LIFESTYLE

페라리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플라비오 만조니다가 한국을 위해 제작한 기념비적 프로젝트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를 통해 다시 한번 브랜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취향과 개성이 하이엔드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 페라리의 테일러메이드 프로그램이 대표적 예다. 단순한 옵션 선택을 넘어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오너의 상상력을 결합해 한 대의 자동차에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서사를 담아내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 무대가 한국으로 향했다. 1월 중순에 공개한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는 페라리 디자인팀이 한국 고유의 미학과 동시대 예술 감각을 브랜드 디자인 언어와 결합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약 2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말총 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정다혜, 전통 오브제를 동시대 감각으로 풀어내는 김현희, 옻칠 기법으로 물성과 깊이를 탐구하는 이태현, 그리고 V12 엔진 사운드를 시각적 패턴으로 변환한 사운드 아티스트 그레이코드와 지인이 참여했다. 이들의 작업은 윤슬 페인트, 실내 소재, 리버리를 포함한 차량 디테일 전반에 녹아들며, 자동차를 하나의 문화적 서사로 확장했다. “테일러메이드는 단순한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브랜드와 오너, 그리고 문화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에게 이번 협업의 의미와 페라리 디자인의 지향점을 물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시라고요. 직접 마주한 서울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어제 도착해 아직 충분히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친절함과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럽고 우아한 미적 감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페라리가 한국에서 테일러메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페라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자 큰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문화와 예술, 기술 분야에서 활력이 넘치고 끊임없는 혁신이 일어나는 환경이 특히 인상적이죠. 그래서 한국을 위한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 모델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습니다. 약 2년에 걸친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그래픽 작업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 예술, 기술이 하나로 결합된 통합적 예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특히 주목한 한국 문화의 특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페라리는 항상 탁월함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장인정신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에 함께한 이태현, 김현희, 정다혜, 그레이코드와 지인 작가 역시 전통적 장인정신을 현대적 예술 언어로 풀어내고 있었고, 그 점이 페라리의 가치와 잘 맞았습니다. 전통과 현대 예술을 연결하는 감각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김현희 작가의 반투명 아크릴 기법을 적용한 페라리 레터링 엠블럼과 프랜싱 호스.
트렁크 공간에 배치한 김현희 작가의 한국 전통 함.
정다혜 작가의 말총 공예 패턴이 적용된 시트.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

여러 요소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든 아티스트의 작업이 인상적이지만, 특히 보닛 위에 표현된 그래픽을 좋아합니다. 사운드 아티스트 듀오 그레이코드와 지인이 페라리 V12 엔진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변환해 구현한 리버리로, 엔진의 리듬과 에너지를 형태로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저는 음악과 형태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를 꼽자면 실내와 글라스 루프에 적용된 패턴입니다. 정다혜 작가의 시그너처 패턴을 기반으로 구현된 요소인데, 빛이 투과될 때 실내에 만들어지는 그림자와 분위기가 매우 아름답고 차 안에서의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협업 아티스트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이는 페라리의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말처럼 전통은 모든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작업 역시 우리가 받아들이고,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분명한 ‘선언’이었습니다.

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제작 과정 중 차량을 점검하며 기대했던 완성도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결국 일부를 다시 작업하고 발표 일정까지 미루기로 결정했죠.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페라리 디자인에 한국적 예술 요소를 더할 때, 균형을 유지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중요한 질문은 우리의 철학에 충실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동시에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도 필요합니다. 결국 핵심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보닛 위 그래픽은 가까이 다가가야 섬세함이 드러나는데, 이런 절제된 표현이 전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룹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한 ‘윤슬’ 컬러 역시 구현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반투명한 느낌과 빛의 변화가 어우러져 기존 페라리 컬러와는 다른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새로운 시도 속에서도 페라리가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디자인 원칙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비례의 조화입니다. 차량 구조에서 비롯되는 균형과 조화를 의미하며, 이를 위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협업해 아름다운 볼륨의 균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혁신입니다. 브랜드가 새로운 선언을 만들어내고 미래를 그리고자 한다면 혁신이야말로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