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의 신화 재해석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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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의 신화 재해석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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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신화적 형상과 까르띠에의 창작 세계가 만난 순간.

이집션 네크리스, 까르띠에 파리, 1927-1928. 1927년 메종 소장용 이집트 브로치를 바탕으로 1928년에 완성된 이 네크리스는, 호루스를 수유하는 이시스 여신의 블루 이집트 파이앙스 조각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 메종의 창작 유산을 보존해온 까르띠에 컬렉션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소개되며 장식 예술의 변주와 계보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기능해왔다. 1989년 파리 쁘띠 팔레에서 대규모 첫 전시가 열린 뒤 이어진 여러 전시는 소장품의 예술사적 의미와 메종의 미학적 탐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팔라초 누오보는 2025년 11월 14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 <까르띠에와 신화, 카피톨리니 박물관 특별전(Cartier & Myths at the Capitoline Museums)>을 선보인다. 1733년 교황 클레멘스 12세에 의해 공개된 팔라초 누오보는 추기경 알레산드로 알바니의 수집을 기반으로 형성된 고대 조각의 보고로, 로마 조각 전통의 핵심을 담아낸 장소다. 이 역사적 공간에 메종의 주요 작품은 팔라초 누오보 소장품, 그리고 이탈리아 및 해외 기관의 고대 유물과 함께 배치되어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조형적 미감이 현대 주얼리 안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확장되었는지 펼쳐 보인다. 전시 구성은 주얼리 역사가 비앙카 카펠로, 고고학자 스테판 베르제, 카피톨리니 박물관 감독관 클라우디오 파리지 프레시체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로마시청 문화부와 카피톨리니 문화유산 감독청이 주최했으며, 실뱅 로카의 공간 디자인에 영화 미술가 단테 페레티의 연출이 더해져 장소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까르띠에와 신화, 카피톨리니 박물관 특별전> 전경. © Julien Thomas Hamon

19세기 중반부터 고대 그리스·로마의 상징과 조각의 비례, 신화적 모티브를 연구해온 까르띠에는 이를 주얼리 디자인의 고유한 미감으로 발전시켜왔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탐구의 흐름을 따라 로마 금세공 명장 까스텔라니의 파스티슈 작품부터 신고전주의적 갈란드 스타일, 20세기 중반 장 콕토에게서 받은 영감, 그리고 오늘의 컨템퍼러리한 해석으로 이어지는 미학적 맥락을 폭넓게 조명한다. 팔라초 누오보가 소장한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 아폴론, 헤라클레스, 제우스, 데메테르 등의 조각상과 나란히 놓인 주얼리는 신화적 형상과 현대적 조형미의 원천을 직관적으로 환기한다. 제작 기법을 다루는 섹션에서는 로마 시대 주얼리와 까르띠에 작품의 금세공 방식, 장식 기법, 스톤 세팅 등을 비교해 메종이 시대를 넘어 계승해온 장인정신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메종 조향사 마틸드 로랑이 연출한 향, 까르띠에 글립틱 아틀리에의 하드 스톤 작품, 영상과 음향을 활용한 환경적 요소가 더해져 관람객은 신화적 세계를 오감으로 경험하는 여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까르띠에 소장품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고대 미학에 대한 오랜 탐구를 기반으로 신화적 세계관을 현대 주얼리의 조형으로 확장한 시도다.

왼쪽 스토마커 브로치, 까르띠에 파리, 특별 주문, 1907.
오른쪽 메두사 헤드 펜던트, 까르띠에 파리,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