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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LVMH 워치 위크를 수놓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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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만난 ‘지금 가장 설득력 있는 시계들’

2026년 1월, 밀라노에서 제7회 LVMH 워치 위크가 열렸습니다. 불가리, 루이 비통, 태그호이어, 제니스 등 그룹을 대표하는 9개 메종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여는 신작들을 공개했는데요. 이번 밀라노에서 선보인 워치들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기술적 과시보다는 완성도와 서사에 집중한 시계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워치가 출시된 지금, 에디터가 꼽은 주요 타임피스를 소개합니다.

루이 비통, 에스칼 월드타임 & 에스칼 트윈 존

루이 비통의 에스칼 컬렉션은 이번 워치 위크에서 단연 돋보였습니다. ‘여행’이라는 브랜드의 근원을 워치메이킹 언어로 가장 일관되게 풀어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에스칼 월드타임은 아이코닉한 플래그 다이얼을 유지하면서도 플래티넘 케이스와 새로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인상을 남겼습니다. 24개 도시를 둘러싼 국기 모티프는 여전히 시각적으로 강렬하지만 그 안에는 그랑 푀 에나멜과 미니어처 페인팅이라는 고난도의 메티에 다르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월드타임이라는 기능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이 시계가 특별한 이유는 이처럼 정보 전달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에 있습니다. 함께 공개된 에스칼 트윈 존은 보다 실질적인 여행 워치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에서 개발한 새로운 인하우스 칼리버 LFT VO 15.01을 기반으로 두 개의 타임존을 간결하고 우아하게 표시합니다. 하나의 축에 두 세트의 핸즈를 배치한 독창적인 구조와 더불어 분침까지 독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비정형 시차 지역까지 분 단위로 정밀한 설정이 가능합니다. 모든 설계가 실제 사용자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혁신이 사용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불가리, 마글리아 밀라네즈 모네떼

불가리, 마글리아 밀라네즈 모네떼

이번 워치 위크에서 불가리는 시계와 주얼리의 경계를 허무는 자신들만의 방식을 다시 한 번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브랜드의 미학과 유산을 응축한 마글리아 밀라네즈 모네떼 시크릿 워치가 자리합니다. 마글리아 밀라네즈 모네떼는 196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불가리의 모네떼 컬렉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시크릿 워치 특유의 커버에는 고대 로마 카라칼라 황제를 묘사한 실제 고대 코인 모티브로 장식해 불가리가 로마라는 도시와 맺어온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커버를 열면 화이트 자개 다이얼 위에 12개의 다이아몬드 인덱스와 로즈 골드 도금 핸즈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계 본연의 역할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케이스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밀라네즈 메쉬 브레이슬릿 역시 이 시계의 중요한 미학적 요소입니다.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의 금세공 장인들이 금 실을 엮어 제작하던 전통 기법에서 유래한 밀라네즈 메쉬는 촘촘한 구조 덕분에 손목을 감싸듯 부드럽게 밀착되며 관능적인 유연함과 로즈 골드 특유의 따뜻한 광채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주얼리와 워치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불가리의 시선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시계 내부에는 총 10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초소형 수동 무브먼트 피콜리씨모 칼리버 BVP100을 탑재했습니다. 지름 13.50mm, 두께 2.50mm, 무게 1.9g이라는 수치는 불가리가 울트라 씬 분야에서 축적해온 기술력을 응축적해 보여줍니다.

위블로, 빅뱅 투르비옹 노박 조코비치 GOAT 에디션

위블로는 ‘승리의 기록’을 시계로 번역하는 가장 위블로다운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인 노박 조코비치를 기념하는 빅뱅 투르비옹 노박 조코비치 GOAT 에디션은 단순한 셀러브리티 협업을 넘어 한 인간의 커리어와 정신을 워치메이킹 언어로 치환한 작품입니다. 하드, 클레이, 잔디 코트를 상징하는 세 가지 컬러로 구성된 총 101피스의 워치는 기록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지름 44mm의 케이스는 라코스테 폴로 셔츠와 헤드 테니스 라켓을 재활용한 복합 소재로 제작되어 극도로 가벼운 착용감과 독특한 마블 패턴을 구현합니다. 무브먼트 MHUB6035 역시 테니스 라켓 스트링에서 영감을 받은 3차원 격자 구조를 채택해 시각적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72시간 파워리저브, 컬러 아노다이징 처리된 투르비옹 케이지, 그리고 노박의 개인 로고 ‘ND1’은 이 시계가 헌정작임을 분명히 합니다. 소재 혁신과 서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위블로다운 결과물입니다.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시페어러

포뮬러 1을 통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재확인한 태그호이어는 2026년, 브랜드의 또 다른 역사인 해양 유산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번에 공개된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시페어러는 1960~70년대 세일링 워치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모델로 2023년 스키퍼 이후 이어지는 해양 유산 복원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 출발점은 1949년, 당시 항해와 아웃도어 장비를 취급하던 미국 스포츠용품 유통사 애버크롬비 앤 피치를 위해 제작된 타이드 워치 ‘솔루나’였습니다. 만조와 간조를 표시하기 위해 개발된 이 메커니즘은 이후 크로노그래프와 결합되며 시페어러와 마레오그래프로 발전했고 태그호이어 해양 시계의 정체성을 형성했습니다. 새로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시페어러는 이 기능을 까레라 글라스박스 디자인 위에 재구성했습니다. 다이얼 9시 방향의 타이드 인디케이터는 케이스 측면의 TIDE 버튼으로 설정되며 약 29.5일 주기로 회전해 실제 조수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42mm 스틸 케이스와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해상 환경에서도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하고 오팔린 샴페인 톤 다이얼 위 인트레피드 틸 컬러는 1967년 아메리카스 컵 우승 요트 ‘인트레피드’를 기념합니다. 무브먼트는 타이드 인디케이터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TH20-04로 약 8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시페어러는 과거를 반복하기보다 태그호이어가 축적해온 해양 시계의 시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한 결과물입니다.

다니엘 로스, 엑스트라 플랫 로즈 골드 스켈레톤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다니엘 로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분명합니다. 장식보다 구조, 과시보다 비례, 그리고 시계라는 물건이 지녀야 할 본질적 가치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하는 태도입니다. 이번 워치 위크에서 선보인 엑스트라 플랫 로즈 골드 스켈레톤은 그런 기대에 정직하게 응답하는 시계처럼 보입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엑스트라 플랫을 바탕으로 무브먼트의 구조를 전면에 드러내면서도 우아함을 과시가 아닌 절제로 표현합니다. 케이스는 다니엘 로스를 상징하는 엘립소커벡스 형태를 유지한 채 따뜻한 로즈 골드로 완성됐습니다. 너비 35.5mm, 길이 38.6mm, 두께 6.9mm라는 수치는 기존 모델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층 가벼운 인상을 줍니다. 측면을 따라 이어지는 가드룬 장식과 곡선형 러그는 전통적인 수공 마감 방식을 거쳐 입체감과 유려한 흐름을 동시에 만들어냈습니다. 이 시계의 중심에는 신작을 위해 독점 개발된 핸드와인딩 칼리버 DR002SR이 자리합니다.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에서 전 공정을 인하우스로 수행한 이 무브먼트는 오픈워크 구조에 맞춰 브리지와 플레이트를 새롭게 설계했으며 솔리드 로즈 골드와 블랙 폴리싱 처리된 스틸 부품의 대비가 조형적인 긴장감을 만듭니다. 프리스프렁 밸런스, 시간당 28,800회 진동, 65시간 파워리저브라는 사양 역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기준에서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계는 새로워 보이기보다 다니엘 로스라는 이름을 다시 확인하게 만듭니다.

  •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 사진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