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Chambers
전시장 뒤편, 오직 초대받은 이들만 경험할 수 있는 프라이빗 뷰잉룸. 각기 다른 빛과 가구, 작품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우손갤러리 서울
특유의 한적한 공기가 낮게 깔린 성북동 주택가. 옛 대사관저를 1년여에 걸쳐 리모델링한 우손갤러리에 들어서면 평온함은 더욱 깊어진다. 오래된 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감이 흐르는 가운데, 3층과 지하 1층에 자리한 뷰잉룸 두 곳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지하 1층은 이사무 노구치의 프리즈매틱 테이블, 르코르뷔지에의 LC 체어, 이배 작가의 ‘아크릴 미디엄’ 시리즈가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인상을 만든다. 반면 다락방 같은 3층 뷰잉룸에는 일룸 비켈쇠의 소파, 한스 베그너의 데스크 같은 북유럽 가구가 자리한다. 아담한 크기의 창 너머로는 성북동 풍경이 펼쳐진다. 일룸 비켈쇠 소파에 앉아 맞은편에 걸린 사진을 바라본다. 조선 시대 궁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은 김희원의 작품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감각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이 이질적 순간을 음미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더페이지갤러리
다이닝룸 콘셉트로 구성한 더페이지갤러리 VIP 룸에 앉아 있으면 컬렉팅을 향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손 닿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예술 작품이 놓여 있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모양새에 존재감이 남다르다. 유국일의 스피커, 조 폰티의 암체어, 대니얼 아샴의 소파, 정구호의 반닫이, 페르난도 라포세의 캐비닛, 미샤 칸의 브론즈 데스크. 각기 다른 기능을 품은 채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아름답고 유용한 아트 피스들이다. 뷰잉룸 중앙에는 한스 베그너의 다이닝 테이블이 자리하고, 그 뒤로 단색화 거장 최명영의 그림이 공간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일상과 예술이 하나 된 이 분위기에서 하루쯤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친다.
이길이구갤러리
샤를로트 페리앙의 데이베드, 르코르뷔지에의 LC1, 피에르 잔느레의 찬디가르 체어가 놓인 방. 검증된 가구들이 안정적 미감을 만드는 이곳을 특별하게 하는 건 누군가 사심을 담아 선별한 작품들이다. 2015년 가로수길에 개관해 어느덧 10년을 넘어선 이길이구갤러리는 예술을 향한 백운아 대표의 애정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이 갤러리의 프라이빗 뷰잉룸에서는 한 갤러리스트가 오랜 시간 작가들과 인연을 이어오며 그들을 향해 꾸준히 보낸 지지를 느낄 수 있다. 김웅의 회화, 홍유영의 조각, 민준홍의 미디어, 마이큐의 회화에 둘러싸여 작가와 작품에 담긴 히스토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 있다. 기준 없는 추천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길이구의 뷰잉룸은 분명한 취향의 가치를 몸소 보여준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한국에 이토록 세심하게 안착한 해외 갤러리가 또 있을까.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프라이빗 뷰잉룸은 동서양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혼합돼 있다. 2021년 개관 당시 양태오 디자이너와 함께 내부를 꼼꼼히 매만진 덕분이다. 1 · 2층에 각각 자리한 2개의 프라이빗 뷰잉룸은 밝은 톤의 우드 마감재를 기본으로 양태오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이스턴에디션 가구들이 놓여 있다. 선비처럼 올곧은 성품의 컬렉터가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한 은밀한 서재가 떠오른다. 조선 시대 미감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여백을 적절히 살린 공간에서 작품은 더욱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앤터니 곰리, 이강소, 맨디 엘-사예, 정희민 작가의 작품이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으로 유일무이한 장면을 완성한다. 각기 다른 문화가 한데 스며든 이곳에서 동시대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히 들려오는 듯하다.

지갤러리
청담동 지갤러리의 뷰잉룸에 들어서면 작품 못지 않게 시선을 사로잡는 가구가 있다. 세계 최초의 벽 고정식 모듈형 가구인 폴 카도비우스의 로열 시스템 선반,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지 넬슨의 썬버스트 클락,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의 실험적 미감이 돋보이는 마르케사 벤치. 20세기 디자인사에 한 획을 그은 아트 피스들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묵직하게 자리한다. 그 위에서 공간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건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다. 최수진 · 우한나 · 임희재 · 최윤희의 회화, 황형신 · 황수연 · 레이첼 윤의 오브제, 3월 개인전 〈보헤미아는 바다 옆에 있다〉를 앞둔 문이삭 작가의 조각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이 입체적 조합에서 컨템퍼러리 갤러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담함과 유연함을 엿본다. 오래전 실험에서 시대를 초월한 상징이 된 디자인과 미래 모던아트의 상징으로 성장할 예술이 공존하는 지갤러리의 뷰잉룸은 한마디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품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최상층에 위치한 뷰잉룸에서 만나는 전경은 호텔 루프톱 라운지처럼 호사스럽다.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디자인의 아래층 전시장이 오직 작품에만 몰입하게 한다면, 이곳은 훨씬 느긋한 자세로 컬렉션을 마주할 수 있다. 임스 쉘 체어, 프리츠한센 세븐 체어, 가리모쿠60, 여기에 헨리 무어의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권오상 작가의 소파가 어우러져 오묘한 조화를 만든다. 건축가 조 나가사카는 옛 공간사옥 부지에 자리한 이 건물을 레노베이션하며 건축가 김수근과 한국 건축 문화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일부 벽돌과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낸 디테일이 그 흔적이다. 흰 가벽을 따라 이은실, 안경수, 원성원, 이승혜, 이진주 등 동시대 한국 미술의 지형도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늘어서 있다. 잠자코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미처 인식하지 못한 한국성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 에디터 윤정훈
- 사진 박성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