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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2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 도쿄

아시아 미술이 떠오르는 지금, 도쿄는 '아트 위크 도쿄'를 통해 세계의 이목을 다시 되돌렸다.

미술 공간을 잇는 아트 위크 도쿄의 핵심 프로그램 ‘아트 모빌’.





모리 미술관에서 선보인 필리다 발로(Phyllida Barlow)의 ‘Undercover 2’(2020).
Courtesy of Hauser&Wirth, Mori Art Museum Photo by Furukawa Yuya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서울,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들은 아시아 동시대 미술 신의 코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도시가 있으니, 20세기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도쿄다. 장기 불황 속 ‘국제 미술 무대’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동력을 잃어왔으나 최근 정부 주도의 미술품 면세, 수입 절차 및 거래 간소화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재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 11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1회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는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도쿄 아트 신의 다양성은 물론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주제에 대한 도시의 수용력을 조명한 이 행사에는 도쿄 전역을 아우르는 50여 개 미술 공간이 함께했다. 긴자에 자리한 일본 최초의 현대미술 갤러리인 도쿄 갤러리 + BTAP부터 새로운 예술 단지로 성장해온 롯폰기에서 중심 스폿으로 자리매김한 모리 미술관, 하이엔드 브랜드가 즐비한 오모테산도에서 기하학적 외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와타리움 미술관, 일본 네오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운영 중인 카이카이키키 갤러리, 20~30대 신진 작가를 위한 대안 공간 XYZ 컬렉티브까지 일본 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대표하는 공간이 참여했다.
아트 위크 도쿄가 열리는 장소는 일본 현대미술중개인협회(CADAN)에 소속된 갤러리와 이들이 추천한 미술 공간으로 구성해 전문성을 높였다. 아트 위크 도쿄 총감독이자 참여 갤러리 중 한 곳인 도쿄 다케 니나가와 갤러리의 대표 니나가와 아쓰코(Atsuko Ninagawa)는 행사에 앞서 “도쿄는 오랜 현대미술 역사를 자랑할 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패션, 음식 등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곳”이라며 도쿄야말로 오늘날 미술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 미술 커뮤니티 사이의 관계를 다지며 한국, 중국 등 주변의 미술 신과 함께 담론을 생산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아트 위크 도쿄가 미칠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트 위크 도쿄의 하이라이트는 ‘아트 모빌(Art Mobile)’. 산발적으로 흩어진 50개 공간을 잇는 아트 모빌은 도쿄를 4개 권역으로 나누어 네 가지 루트로 구성했다. 각 루트는 한 권역에 자리한 약 12개 공간을 연결, 매시간 여러 대의 버스를 운영해 언제든 편리하게 이동하며 행사를 즐기게 했다. 관람객이 직접 이동해 특정 장소를 방문하는 구성은 아트 바젤의 파코스(Parcours) 프로그램과도 닮았다. 도시 전역을 무대로 장소 특정적 작품을 소개하는 파코스 프로그램은 전시장을 벗어나 로컬 환경을 경험하고 그곳에 어울리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아트 바젤의 묘미로 꼽힌다.
아트 모빌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작품의 무대가 되었다. 올해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기획한 융 마(Yung Ma)가 프로젝트 자문으로 꾸린 스페셜 아티스트 프로젝트 ‘움직이는 목소리들(Moving Voices)’ 덕분. 1960년 결성한 즉흥 음악 연주 컬렉티브 그룹 온가쿠(Group Ongaku)부터 멀티미디어 설치 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 그룹 온가쿠의 창립 멤버이자 뉴욕에서 플럭서스 멤버로 활동한 시오미 미에코(Mieko Shiomi), 드라마투르그(극작술 연구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아키라 다카야마(Akira Takayama)까지 다양한 배경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네 가지 루트로 구성한 아트 모빌과 각각 매치를 이뤄 음악, 사운드, 퍼포먼스 장르의 구작과 신작을 고루 선보였다. 오직 이 시간, 이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작품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시오미 미에코의 신작 ‘아트 위크 도쿄 버스를 위한 다섯 가지 이벤트’(2021). 도쿄 플럭서스의 대표 작가 아이오(Ay-O)의 ‘도쿄 관광버스 여행을 위한 해프닝’(1966)을 개량하고 확장한 것으로, 아트 모빌에 오른 관람객은 작가의 지시 사항이 적힌 카드를 받았다. 이 카드는 관람객에게 창밖에 보이는 도시 풍경에 대한 자신만의 움직임을 선보이도록 유도했는데, 관람객은 단순히 전시와 예술 작품을 소비하는 객체를 넘어 예술적 모멘트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었다.
제1회 아트 위크 도쿄는 지리적·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장르와 주제 면에서도 다채로움을 추구했다. 일본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인 도쿄도 사진미술관의 <동시대 일본 사진>전,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와다 마코토(Makoto Wada)의 개인전, 일본 민예운동 100년을 돌이켜보는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의 <민예 100년: 수공예운동>전, 여성 예술가를 주목한 모리 미술관의 <또 다른 에너지: 도전을 이어가기 위한 힘–전 세계 16명의 여성 아티스트>전이 대표적 예. 동시대 이슈와 전시 트렌드 그리고 로컬리티를 빠짐없이 챙긴 이 행사를 기점으로 글로벌 아트 신에서 도쿄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난주카 언더그라운드에서 열린 와합 사히드(Wahab Saheed) 개인전 [Some Days are Diamond] 전경.
Courtesy of Nanzuka ⓒ Wahab Saheed





아티즌 뮤지엄에서 소개한 모리무라 야스마사(Yasumasa Morimura)의 ‘Self-Portrait/Youth Aoki’(2016/2021).

니나가와 아쓰코 총감독이 추천한 전시 3
1. 모리 미술관, <또 다른 에너지: 도전을 이어가기 위한 힘–전 세계 16명의 여성 아티스트(Another Energy: Power to Continue Challenging–16 Women Artists from around the World)>
모리 미술관의 첫 여성 관장으로 부임한 가타오카 마미(Mami Kataoka)가 기획한 전시. 70대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여성 작가를 주목했다. 참여 작가 중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는 지난 5월 106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2022년 1월 16일까지.
2. 아티즌 뮤지엄, <잼 세션: 이시바시 재단 컬렉션 × 모리무라 야스마사 엠의 바다의 선물: 자동 신화(Jam Session: The Ishibashi Foundation Collection × Morimura Yasumasa M’s Gift of the Sea: Auto-Mythology)>
일본 근대 서양미술가 시게루 아오키(Aoki Shigeru)의 ‘자화상’(1903)과 ‘바다의 선물’(1904)이 다양한 시대와 문화권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변장해 자신만의 해석이 담긴 ‘자화상’ 연작을 선보여온 모리무라 야스마사와 만났다. 컬렉션 소장품과 작가의 독창적 시각이 만난 유니크한 전시는 2022년 1월 10일까지 열린다.
3. 와타리움 미술관, 우메쓰 요이치(Yoichi Umetsu) 개인전 <폴리네이터(Pollinator)>
회화, 퍼포먼스, 큐레이션까지. 최근 일본에서 우메쓰 요이치만큼 활동 영역이 넓은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쿄에서 가장 특별한 예술 공간인 와타리움 미술관에 그의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전시명도 꽃가루를 확산시키는 매개자를 의미하는 폴리네이터다. 2022년 1월 16일까지.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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