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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1

글로벌 화랑, 서울행 러시

한국 미술 시장에 부는 또 다른 훈풍일까.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 일대에 글로벌 화랑이 잇따라 상륙하고 있다.

삼성로에 위치한 글래드스톤 갤러리.

얼마 전까지, 아니 여전히 한남동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글로벌 화랑 서울행 러시’라는 바람이 서서히 그 영향권을 넓혀가고 있다. 먼저, 지난 1년 동안 화제가 된 한남동 아트 디스트릭트(district) 이야기를 소환해보자. 한남동 열풍의 중심에는 리만머핀(Lehmann Maupin)과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가 있다. 안국동에 처음 문을 연 리만머핀은 한국 진출 4년 만에 70평 규모의 한남동 전시장으로 확장 이전을 했고, 페이스 갤러리는 제임스 터렐과 로버트 어윈 등의 몰입형 전시를 실현하기 위해 같은 건물 1층을 전시장으로 추가 조성했다. 리만머핀과 페이스 갤러리가 공간 확충에 방점을 찍었다면, 작년 10월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새내기의 패기를 보여주었다. 지난겨울에 열린 앨릭스 카츠의 <Flowers>전에 BTS RM이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문화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단숨에 한남동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크 바젤리츠 같은 현대미술 거장은 물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이불, 이우환과도 인연이 깊은데 런던, 잘츠부르크, 파리에 이어 서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남동 산책을 마쳤다면, 선선한 강바람을 벗 삼아 청담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사실 청담동을 미술 시장의 새로운 메카라고 할 수는 없다. 한때 국내 유수의 갤러리들이 앞다퉈 달려간 지역이 청담동 아니던가. 그러나 경기침체로 하나둘 청담동을 떠났고, 과거의 영광을 쉬이 재현하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화랑 소강상태가 이어진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압구정로와 삼성로를 잇는 거리에 해외 갤러리 두 곳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주인공은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와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다.





Installation View, <Philippe Parreno: Mineral Mutations>,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Philippe Parreno.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Photo: Chunho Ahn





Installation View, <Philippe Parreno: Mineral Mutations>,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Philippe Parreno.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Photo: Chunho Ahn

미국 뉴욕에 본점을 둔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시린 네샤트, 이언 쳉, 키스 해링 등이 소속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진출에 관해 바버라 글래드스톤 대표는 “2005년 전속 작가 매슈 바니의 전시를 리움미술관에서 개최한 것처럼 우리는 오래전부터 한국 미술 시장을 눈여겨봐왔다. 이번 서울 지점 개관은 한국 아트 커뮤니티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갤러리 소속 작가들이 더욱 폭넓고 새로운 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울 지점 운영을 총괄하는 박희진 디렉터는 “청담동은 역동적인 예술의 중심지다. 서울 지점 개관은 한국 미술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는 기점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올봄,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개관전으로 필리프 파레노의 개인전 <Mineral Mutations>(4월 6일~5월 21일)이 열렸다. 작가는 광물적 변이를 모티브로 한 신작을 공개했는데, 작품에 의해 달라진 전시장 공간을 보고 있으니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한국 미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출사표처럼 느껴져 흥미로웠다.

한편, 예전 송은아트스페이스 건물에 둥지를 튼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아이웨이웨이, 우국원, 웨민쥔, 자오자오 등이 소속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랑이다. “서울 진출을 계기로 한국 작가를 발굴, 지원하려 한다”라는 한국 지사장 박혜연 디렉터의 말처럼 향후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도록 제작, 작가 지원 등을 통해 규모 있고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국내 미술 애호가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중국과 동남아 미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서울에서 내딛은 첫걸음은 ‘제2의 아이웨이웨이’로 불리는 자오자오와 함께했다. 이처럼 웹사이트에서만 접할 수 있던 갤러리들이 압구정로와 삼성로에 자리 잡으면서 미술 시장으로서 청담동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남동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대형 전시를 선호하는 해외 갤러리들의 문의가 꽤 있다는 후문이다.





자오자오, <평행지도> 전시 전경.





레베카 애크로이드, Time piece, 2020. Courtesy of Peres Projects, Berlin





나카무라 쇼타, Winter beach, 2022. Courtesy of Peres Projects, Berlin

한남·청담 벨트를 잇는 라인이 연장되고 있는 걸까. 4월 중순 한남동 윗동네에 있는 서울신라호텔 지하 1층 아케이드에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가 들어섰다.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페레스 프로젝트는 컬렉터, 아트 어드바이저, 문화 예술 기관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현대미술 컬렉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갤러리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2019년 ‘아트부산’에 참가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2021년 행사에선 도나 후앙카 작품을 비롯해 모든 출품작을 첫날 판매해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시아 최초 분관을 위한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페레스 프로젝트는 앞으로 ‘일상이 최고의 순간이 되는 곳’이라는 신라호텔의 슬로건처럼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MZ세대의 발길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반영한 것일까. 페레스 프로젝트의 개관전에서 변화를 위한 태동이 감지돼 눈길을 끌었다. <Spring>전(4월 21일~5월 11일)에 참여한 전속 작가 7인은 자연과 공명함으로써 얻는 영감과 회복, 기쁨을 예술로 풀어냈는데, 마치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서 활동하는 설렘을 표출한 듯했다.

오는 9월, 메가톤급 행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가 공동 개최하는 아트 페어다. “아트 페어에 전 세계 컬렉터가 방문한다면, 한국 미술 시장은 기존 4000억 원 규모에서 2조 원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의 말처럼, 국내 미술 시장은 올가을을 기대하고 있다. 매년 ‘아트 페어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이라는 뉴스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 흐름을 좇지 못할 경우, 역대급 호황을 자랑하는 아트 페어에 가더라도 빈손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컬렉터들의 뜨거운 경쟁의 장인 아트 페어에서 가치 있는 미술품 소장의 꿈을 실현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전초전이 펼쳐지고 있는 한남동과 청담동 일대를 거닐어보기 바란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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