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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9

자연을 담아 마음을 채우다

정관 스님의 정신과 창의력이 깃든 사찰 음식을 두수고방이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감자 몽생이와 새송이버섯구이 근대쌈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 가볍게 즐기며 입맛을 돋우기 좋은 한 입 거리 음식 세 가지로 전식 메뉴를 구성했다. 감자 몽생이는 강원도 향토 음식인 감자떡. 감자를 강판에 간 뒤 전분만 건져 소금을 넣어 찐 것이다. 가을 콩인 강낭콩과 완두콩을 박아 넣어 한층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 새송이버섯은 국간장 양념에 들기름을 발라 구운 뒤 가을이 주는 선물이라 불리는 잣을 가루 내어 솔솔 뿌려 완성했다. 동글동글 먹기 좋게 만든 근대쌈은 가을에 추수한 잡곡으로 밥을 지어 두부장을 올린 뒤 근대잎으로 돌돌 말았다. 으깬 두부 위에 된장을 올려 삭힌 두부장은 전통식 비건이라 할 수 있다. 1년간 저장해 깊은 맛이 우러나면서 짜지 않은 저염식으로, 블루치즈처럼 부드럽다.

한지 같은 텍스처가 멋스러운 접시는 박성극 작가 작품.





다양한 부각을 넣은 가을 버섯 탕수
사찰 음식은 수행 음식으로, 식사가 아닌 ‘공양’을 한다고 한다. 열을 내는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다섯 가지 채소를 일절 넣지 않고 육류도 사용하지 않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제철 채소와 곡물 등에 전통 한식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발효 식품만으로도 맛있게 대체 가능하다. 이 요리는 주전부리로도 좋은 부각과 튀김에 탕수 소스를 뿌린 것. 표고버섯과 만가닥버섯에 찹쌀가루를 묻혀 강정처럼 튀겼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찹쌀풀을 발라 말려두었다가 튀긴 부각은 비트로 붉은 빛깔을 입힌 연근, 찹쌀풀에 고추장 양념한 김, 감자를 이용한 것. 튀긴 고기로 만든 탕수육 못지않게 맛도 좋다.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에 오미자청과 복분자청에 감자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천연 탕수 소스의 새콤달콤함을 더하면 한층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붉은빛을 띠는 탕수 소스를 담은 작은 사이즈의 투명 티포트는 이태운 작가 작품, 부각과 버섯튀김을 담은 볼과 접시는 모두 김남희 작가 작품, 화병과 찻잔은 모두 오선주 작가 작품이다.





가을 뿌리채소 샐러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비건 음식, 여기에서 얻고자 하는 지혜가 1700년 가까이 이어온 한국 사찰 음식에 모두 담겨 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지구까지 살리는 지속 가능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 샐러드도 사찰 음식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은, 누구나 편하고 가볍게 즐기기 좋은 한 접시가 된다. 밀싹, 비타민과 그린 비타민, 레드 소렐의 어린잎, 방풍잎, 오디를 넣어 하나의 가을 정원 같은 담음새까지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구운 연근과 튀겨 만든 연근칩, 채 썬 비트를 더했다. 가을 제철 뿌리채소인 연근의 다양한 텍스처와 향미를 즐길 수 있다. 예쁘게 뿌려 완성한 소스는 귤식초와 복분차청으로 만든 것. 색감의 조화로 시각적 즐거움도 선사한다.

테두리 부분의 독특한 텍스처가 눈길을 끄는 큰 사이즈 접시는 심사영 작가 작품.





가을 열매를 넣은 영양 솥밥과 능이버섯 양념장 가지무침과 더덕구이
잡곡에 밤, 은행, 잣, 대추, 검은콩 등을 넣어 지어 고소함과 영양이 가득한 한 끼가 된다. 삭힌 고추와 능이버섯을 넣고 국간장에 끓여 조린 짭조름한 양념장은 가을 열매의 달큼한 맛과 어우러져 단짠의 조화를 이룬다. 영양밥의 풍미를 배가하는 찬으로는 가지무침과 더덕구이를 곁들였다. 가을에 질겨지는 가지는 껍질을 벗겨 조물조물 무치고, 더덕은 고추장에 맛깔스럽게 무쳐 구웠다.

왼쪽에 놓은 대접은 정지원 작가, 두 가지 찬을 담은 흑유 사각 찬기는 모두 이재원 작가 작품. 장수곱돌 거믄솥은 이새 제품, 영양밥을 소복이 담은 볼은 이태훈 작가 작품.





가죽 부각을 올린 가을 국수
봄부터 말려둔 가죽나물을 간 뒤 쌀과 밀로 만든 국수 반죽에 넣어 한층 고소하다. 분말이 아닌 밀가루에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의 물성에 따라 반죽한 국수를 선보이는 ‘거창한국수’와 ‘두수고방’이 협업해 만든 것. 가죽나물은 정관 스님이 직접 말린 것이다. 최고 발효 식품 중 하나인 묵은 나물이나 채소를 넣은 국수는 서양의 파스타보다 훨씬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비건 메뉴이다. 국물은 두수고방에서 담근 3년 된 재래 된장을 콩소메처럼 맑게 걸러 만든 채수로, 주로 따뜻하게 먹지만 미지근하게 식혀 먹어도 맛있다. 여기에 가을배춧잎과 팽이버섯, 말린 가죽으로 만든 부각을 올려 완성했다. 가죽나물은 5~6월에 잠깐 나는 귀한 나물. 고기 같은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맛, 담백한 향미가 일품인 별미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한쪽을 구부린 듯한 디자인의 볼은 심사영 작가 작품.





밀강정을 곁들인 조청 미숫가루
아직은 후텁지근한 기운이 남아 있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목을 시원하게 적셔줄 곡물 음료를 준비했다. 콩가루와 찹쌀가루, 보릿가루를 섞은 미숫가루에 얼음을 넣고 갈아 아삭아삭 씹히는 슬러시를 만든다. 여기에 쌀로 만든 조청을 묽게 해 뿌리면 시원하고 달콤하기 그지없다. 그 위에 우리 밀로 튀긴 밀강정을 칩처럼 꽂아 장식하면 근사한 건강 음료가 된다.

왼쪽부터 화병 2개는 모두 최문정 작가, 허니콤 패턴이 들어간 고블릿과 음료를 담은 유리잔 3개는 모두 이태훈 작가 작품. 밀강정을 수북이 담은 굽 있는 그릇은 김남희 작가 작품, 직사각 트레이는 이새에서 판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박우진
코디네이션 이경주
스타일링 고은선(고고 작업실)
요리 오경순(두수고방)
요리 자문 정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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