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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2

프리즈가 온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의 바람대로 서울은 다시 한번 예술로 짙게 물들 예정이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7만여 명이 방문했고,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작품 거래액이 6000억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성공이었죠. 하지만 뭐든 처음은 아쉬움을 남기는 법입니다.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다면, 올해는 어떻게 보완할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행사의 경우 준비 시간이 짧은 데다 서울팀 규모도 작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내·외부로 긍정적 피드백을 받은 것에 만족합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올해 행사에선 갤러리와 소통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에서요. 갤러리 소속으로 오랜 시간 일했기에 이들의 고충을 잘 알기도 합니다. 갤러리스트로 활동하며 도시를 예술로 뒤덮는 아트 페어를 인상 깊게 봤고, 프리즈 서울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올해는 행사장 안팎으로 더욱 세밀하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행사를 알리는 측면에서, 지난해 프리즈 서울은 확실한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올해 30여 개국 갤러리가 참여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작년보다 약 1.5배 증가한 수치죠. 좋은 갤러리들이 지원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갤러리 리스트는 최종적으로 커미티(위원회)가 구성하지만, 소통 과정에서 아시아 기반 갤러리의 비중이 늘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8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 섹션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간 몰랐던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오늘날 미술계의 스냅샷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지역 신진 갤러리 10곳이 그 지역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는 프리즈 서울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섹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커스 아시아 섹션을 통해 젊고 실력 있는 갤러리들이 프리즈에 진입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다만 ‘프리즈’이다 보니 진짜 신진 갤러리가 참여하기엔 문턱이 조금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포커스 아시아 섹션은 장혜정 두산갤러리 수석 큐레이터와 조셀리나 크루즈 MCAD 디렉터가 자문위원으로 함께하고, 그래서 갤러리 섹션과는 선정 기준이 다릅니다. 그런 만큼 다른 섹션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프리즈 서울과 다른 아트 페어의 결정적 차이점은 미술관이나 박물관급 진귀한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 섹션에서 대니얼 크라우치 레어 북스가 선보인 고지도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올해 이 섹션의 규모를 키워 20여 곳 갤러리가 참여한다고요. 프리즈 서울, 나아가 프리즈에서 ‘프리즈 마스터스’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프리즈 마스터스 런던을 방문하면 근대미술 작품, 고지도, 고서 등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합니다. 일종의 쇼케이스 개념으로 시작해 이러한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했어요. 다만 아트 페어 특성상 판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프리즈 서울 입장에서 큰 도전이긴 합니다. 이 섹션의 성장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관심이 필요해요.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방문하지 못한 중국 본토 관람객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프리즈 서울은 ‘아티스트 어워드’를 신설해 지난 6월 1회 수상자로 우한나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프리즈 런던에서도 이 어워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아는데, 프리즈 서울에서 별도로 상을 수여하는 이유는요? 프리즈 런던·뉴욕·LA·서울은 기본적으로 정체성을 공유하지만 어느 지역에 있는지, 또 디렉터가 어떤 방향성으로 이끄는지에 따라 개성이 달라집니다. 크리스틴 메시네오 미국 프리즈 총괄 디렉터가 LGBTQ 등 그 지역의 주된 화두를 다루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요. 작가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온 저는 좀 더 전통적 방식인 아티스트 어워드를 떠올렸습니다. 세계 무대에 덜 알려진 작가들이 프리즈 서울을 발판 삼아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인터뷰 며칠 전 세부 프로그램이 공개됐습니다. 2회를 맞은 프리즈 필름, 올해 처음 진행하는 프리즈 뮤직, 키아프 서울 및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공동 주최하는 토크 프로그램 등에 관해 “미술을 넘어 프리즈의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줄 것”이라는 코멘트를 남기셨는데요. 디렉터님이 정의하는 프리즈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프리즈의 시작점은 매거진이었습니다. 구성원이 달랐기에 한층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미술 또는 행사장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즈 서울도 마찬가지예요. 프리즈 필름은 김성우·추성아가 큐레이팅한 작가 14인의 영상 작품을 통의동의 보안1942, 원서동의 인사미술공간 등 비영리 독립 공간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뮤지션 콜드의 라이브 공연, 프리즈 뮤직이 펼쳐질 예정이고요. 토크 프로그램으로 한국 신진 작가, AI, 아방가르드 미술 등 시의성 있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미술의 깊이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지난해 연계 행사로 삼청 나이트, 한남 나이트 등 프리즈 위크가 열리며 서울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행사장을 넘어 도시에 영향을 미쳐야 좋은 아트 페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디렉터님이 그리는 좋은 아트 페어가 궁금합니다. 좋은 갤러리와 관람객을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아트 페어의 궁극적 목표일 것입니다. 그리고 둘을 모으는 데는 도시가 큰 역할을 하죠. 지금 서울은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영화, 음악, 미식 그리고 미술. 서울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비영리 독립 공간은 한두 해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프리즈 서울은 서울의 다이내믹한 미술 생태계를 보여주는 플랫폼이 될 수 있고, 실은 프리즈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울에는 이미 훌륭한 갤러리, 준비된 작가들이 있어요. 이들을 세계 각국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미술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프리즈 서울을, 나아가 서울을 마음껏 즐기셨으면 합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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